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올해 국내 주식 시장 투자심리는 ‘2차전지’를 향했다고 평가해도 과언은 아닐 터. 그렇다면 2차전지를 향한 투자 순애보는 과연 언제까지 오롯이 이어질 수 있을까.
[Big story]"2차전지, 내년 상반기까지 랠리...반도체·광물도 주목해야"
연초부터 불어온 2차전지주(株) 열풍은 새 시대의 서막일까, 갈 곳 잃은 투심이 낳은 단기 테마주일까. 최근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2차전지가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과, 상반기보다는 한풀 꺾인 양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두 종목의 거래대금은 2조7291억 원에 육박했다. 이는 코스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의 2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쏠림현상의 배경에는 ‘포모(FOMO: 불안심리에 따른 추격 매수) 현상’이 크게 작용한 만큼 ‘거품’이 꺼진 후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2차전지 열풍은 언제까지 건재할 수 있을까. 동시에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및 경기 둔화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긴축 기조 장기화 등 각종 악재가 전망되는 하반기 주식 시장의 투심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이 질문의 답을 얻고자 신산업 및 산업 정책 분야 경제 전문가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2차전지를 향한 투심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은 시장의 태동기인 만큼 투심도 역동적이고, 위험 부담도 크다. 분산 매수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하반기 유력 섹터로는 ‘반도체’를 꼽으며, 향후 미래 투자 방향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올해는 ‘2차전지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추심은 어디서 나온 걸까요.
“코로나19 기간 동안 늘어난 유동성으로 최근 주식 시장이 뜨거웠죠.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손실을 빨리 복구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수익을 찾기 위한 자금들이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타이밍에 딱 2차전지라는 정해진 미래, 즉 앞으로 각광받을 산업이 눈에 띈 거죠. 최근 초전도체 테마주에 투심이 강하게 쏠린 것도 비슷한 연유이고요.”

그럼 남은 1분기에도 2차전지 인기는 지속될까요.
“지금 추세로 봤을 때 올해 연말과 내년 상반기까지는 2차전지가 증시의 테마가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그간 경제와 투자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사실 예전에도 주식 시장이 급등했다가 다시 주춤해졌을 때 오갈 데 없는 유동자금이 한쪽 테마주 아니면 특정 회사에 쏠림현상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2차전지와 관련해서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일부 회사들의 경우, 예전과는 현격히 다른 부분이 있어요. 과거에는 말 그대로 소문이나, 아직 성과도 없는데 ‘그렇게 하겠다’라는 비전만으로 급등하는 회사들이었다면 지금은 실적도 보는 추세죠. 가령, 에코프로도 문제점이 전혀 없는 회사는 없지만 이 회사는 실제로 돈을 벌고 있는 회사예요. 무슨 얘기냐 하면 2차전지라는 건 먼 미래의 화두를 가지고 투자하는 섹터일 수도 있는데 에코프로는 지금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달리 말하면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것이거든요. 바로 이 점이 예전과 다른 점이에요. 이제는 개인투자자들이 현명해진 거죠. 적어도 ‘2차전지라는 테마가 미래에 정해진 거라는 건 나도 이해했다’ 그러면 그중에서 내 금쪽같은 돈을 태울 때 나는 이제 소문만 듣고 아니면 그 회사 내부 사람들의 비전만 듣고 살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런 관점에서 실제 수익을 내고 있는 에코프로 같은 회사들에 관심이 더 높아진 것이고요.”

관련해서 올해 이른바 ‘밧데리 아저씨(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의 8개 종목이 증시 핫 키워드였죠. 인기가 지속될까요.
“사실 그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2차전지라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재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무래도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죠. 거기에 증권사 같은 견실한 기관투자가들이 (2차전지 관련주가 몰린) 코스닥 회사에 대한 정례적인 보고서를 내지도 않고요. 관련 투자 비중도 높지 않아요. 철저히 개인의 시장이에요. 그러다 보니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일부 사람들이 추천하거나 관심 있는 섹터라고 분류하는 것에 많은 개인자금이 몰리는 셈이죠. 예를 들어서 밧데리 아저씨를 포함, 이쪽 분야의 전문성도 가지고 계시고 나름대로 매체를 통해서 유명세를 얻은 사람들이 ‘이러이러한 회사들을 주목하십시오’라고 하면 개인들 입장에서는 나 혼자서 어떤 특정 종목을 발굴하거나 이랬을 때보다는 조금 더 믿을 수 있고 신뢰감을 가질 수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관련 종목에 좀 더 쏠림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예를 들어서 그분이 지금 8개 테마를 짚으셨는데 만약에 방송 시간상이든 뭐든 간에 기존에 4개만 말씀하셨더라면 4개로 쏠렸을 거라는 게 지금의 제 견해예요.”
[Big story]"2차전지, 내년 상반기까지 랠리...반도체·광물도 주목해야"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가 2차전지 경쟁력이 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과연, 정말 경쟁력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2차전지에 큰 기대감을 가지는 건 당연해요.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미래지향적인 신산업이라고 분류하는 게 반도체, 2차전지, 전기자동차 등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러한 3가지 산업을 전부 구축하고, 잘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가령, 대만은 반도체에 분명 어마어마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기차나 2차전지에 대한 산업 클러스터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아니에요. 일본 역시도 이 3개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 3개 분야에서 지금은 우리나라보다 조금 뒤처진 분야가 많은 게 또 사실입니다. 동시에 앞으로 전기차, 2차전지, 반도체 시장은 더 커질 겁니다. 한국의 잠재력 역시 더 확장될 겁니다. 또 우리나라 장점이 순발력이죠.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서 이런 신산업에 대해서 빠르게 치고 나가는 역동성은 한국이 제일 빨라요. 사실 2차전지처럼 지금 막 태동하는 인더스트리에서는 결국 규모 싸움이에요. 누가 먼저 시설 투자를 해서 많은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있고 시장의 표준을 리드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분명 한국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교두보를 갖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요.”

또 다른 경쟁력은요.
“미·중 간 갈등 역시 2차전지 관련해서 우리나라엔 호재로 작용할 소지가 커요. 사실 우리가 가장 크게 견제해야 될 대상은 중국 기업이었어요. 중국은 가장 큰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전기차를 가장 빠르게 급속도로 성장 시 거기에 2차전지들을 대거 납품하면서 2차전지의 가격 경쟁력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미·중 간 갈등이 점점 불거지면서 중국의 2차전지뿐만 아니라 전기차 회사들이 신규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왜냐하면 이거 자칫 잘못하면 중국 시장 말고는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판단을 한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오히려 중국이 활로를 모색하기 어려울 때 우리나라 기업들이 치고 나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군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2차전지에 관심을 둘 이유는 충분하다고 봐요. 단, 주의할 점도 있죠.”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하죠.
“이렇게 미래지향적인 신산업이 처음 태동할 때는요 많은 기업들이 다음 차세대 먹거리를 얻어내기 위해서 본인들도 해보자라는 신규 투자를 다 해요. 예를 들어서 예전에 이동통신사 시절에도 철강 회사인 포스코를 포함, 다른 분야에 종사하던 한화그룹, 한솔그룹 등 여러 회사들이 017, 018, 019 등 해당 시장에 몰렸죠. 하지만 당시만 해도 미래 먹거리가 많을 거라고 확신을 갖고 뛰어들었던 수많은 회사들이 결국 다 성과를 내지는 못했잖아요. 다시 말해, 모든 신사업에는 이른바 교통정리가 되는 기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이 지나고 나면 당초 우리가 기대했던 유망주가 아닌 회사가 살아남아 있거나 확신을 가지고 베팅했던 회사가 아예 시장에서 흔적조차 없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지금 2차전지도 그렇게 될 겁니다. 우리나라 기업뿐만은 아닐 거에요. 그러니 너무 확신에 차서 투자하기보다는 혹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지금은 역동적인 시장이다라는 걸 기억하면서 조금 추격 매수를 하거나 아니면 분산 매수를 해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투자처를 두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2차전지 이후에 또 다른 어떻게 보면 미래지향적인 테마가 있다면 어느 섹터를 조금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나요.
“저는 일단 가장 우리나라에서 이미 선도그룹에서 공고한 지위를 누리고 있는 반도체 분야를 꼽고 싶어요. 물론 파운드리(foundry) 분야에서는 TSMC가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파운드리 분야도 이제 2종 디바이스들이 하나하나씩 더 생길 때마다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삼성이 따라잡을 수 있는 여지가 커요. 사실 파운드리는 조금 관점을 달리해서 투자를 바라볼 필요도 있어요. 가령, 메모리 반도체 같은 경우 대량 설비 투자를 해놓고 표준화된 제품을 계속 찍어내는 형태죠. 그런데 파운드리는 고객의 주문을 받았을 때만 만드는 거거든요. 달리 말하면 지금 TSMC가 가지고 있는 메인 고객 중에 누군가가 거래처를 예를 들어서 삼성으로 바꿨다 그러면 1·2등 순위가 바로 바뀌는 거예요. 바로 이런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이거는 메모리 반도체처럼 한 땀 한 땀 따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요 고객과의 거래 그리고 주요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맞춰줄 수 있는 그 신뢰만 확보하면 한번에 시장점유율이 달라질 수도 있는 거죠. 바로 그런 차원에서 저는 반도체 시장은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 될 시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른 섹터는요.
“반도체, 전기차, 2차전지 외에 하나를 더 꼽자면 광업 분야를 주목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지금 반도체 전쟁이니, 인공지능(AI) 전쟁에 프레임이 많이 쌓여 있긴 합니다만 사실 기술이라는 것은 1등만 살아남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서 중국이 이런 상태를 지속할 경우, 중국 나름대로의 기술 표준을 가지고 진화 발전을 하게 될 거예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영미권은 또 다른 기술 표준을 가지고 진화 발전을 할 가능성도 많고요. 결국 미국과 중국이 이런 각각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 패권 전쟁 속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그 기술력을 구현하는 데 투여될 다양한 광물들이죠. 그걸 누가 얼마나 많이 선점하고 편하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지가 제일 중요해요. 이것 때문에 지금 미국은 중국에 의존했던 핵심 광물 자원을 다른 데서 조달받기 위한 루트를 찾고자 광업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현재 미국은 핵심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호주에 어마어마한 투자 자금을 보내고 있어요. 당연히 이런 과정에서 미국은 직접적으로 제조를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재한 분야가 많다 보니까 한국이 그 역할을 일부 담당할 가능성도 꽤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 주도로 공급했던 광업 또는 광업과 전후방 관련된 제조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회사들이 더 많이 생길 겁니다. 그런 교두보가 될 회사는 앞으로 크게 주가가 반등되거나 크게 급부상할 회사라고 보여요. 따라서 광업 분야에도 주의 깊게 보시길 바랍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