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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하영춘 칼럼]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gradually and then suddenly)’라는 말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26년 발표한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에서 마이크 캠밸이 파산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개인은 물론 기업이나 국가도 어느 날 갑자기 멸망한 경우는 없다. 온갖 문제들이 쌓이며 곪다가 멸망에 이르렀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1997년 외환위기도 그랬다. 당시 기업들은 부채 위에 성을 쌓았다. 겉은 화려했지만 사상누각이었다. 30대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1997년 말 518%에 달했다.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16.2%에 불과했다.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우, 쌍용, 동아, 진로 등 30대 기업중 11개 그룹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외환위기가 닥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 발생했다. 그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는 표면화됐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버블과 서브프라임모기지 확대, 금융회사들의 부채담보부증권(CDO) 남발로 위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서서히 끓어 오르고 있었다. 국가나 정권도 마찬가지다.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이나 조선왕조, 소비에트연방은 말할 것도 없다. 2024년 12월 반세기 만에 갑작스럽게 붕괴한 시리아의 알아사드 체제도 13년간 지속된 내전의 결과였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속수무책일 정도로 허약해진 것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일방통행식 통치에 따른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계엄이라는 이벤트를 거쳐 갑작스러운 파국을 맞았다. 비단 멸망할 때만이 아니다. 흥할 때
2025.06.23 08: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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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의 고교 교훈은 생존과 실용? [하영춘 칼럼]
얼마 전 선배 한 분이 고등학교 교훈이 뭐냐고 물었다. 졸업한 지 40년도 넘은 고교의 교훈이라니? 난감했지만 ‘성실 근면 창조’라는 대답이 절로 나왔다. 맞나 싶어 찾아봤더니 정확했다.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고등학교 시절 교실 앞에는 태극기와 교훈·급훈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급훈은 1년 만에 바뀌었지만 교훈은 3년 내내 그대로였다. 3년 동안 고개만 들면 교훈이 보였으니 머릿속에 각인돼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나온 고교의 교훈은 다분히 교훈적이다. 그렇지 않은 학교도 많다. 서울의 명문 경기고의 교훈은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이다. 개교 120년이 넘었지만 요즘에도 어울린다. 인천 제물포고의 교훈은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다. 1956년부터 무감독시험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답다. 경북고는 ‘아는 사람(知), 생각하는 사람(思), 행하는 사람(行)’이란 교훈을, 광주제일고는 ‘다하라 충효, 이어라 전통, 길러라 실력’이라는 교훈을 갖고 있다. 지역 명문 고교다운 교훈이다. 대통령들이 나온 고교의 교훈은 어떨까? 김영삼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남고의 교훈은 ‘근검 자립하자, 규율을 지켜 자유롭게 살자, 책임을 다해 얼려 살자’다. 김대중 대통령이 나온 목포상고(현재 목상고)는 ‘밝은 마음, 알찬 실력, 바른 행동’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현 개성고)는 ‘우리는 인품을 함양하고 신체를 단련하며 실학을 연마하여 생활의 힘을 배양한다’는 교훈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현 동지고)는 ‘동지혼으로 참을 알고 의를 좇고 덕을 닦자’를, 박근혜 대통령의 성
2025.06.13 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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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이 다한 것 같다’고 얘기하는데…[하영춘 칼럼]
누구는 ‘퍼펙트 스톰’을 우려한다. 누구는 ‘국운이 다한 것 같다’고도 한다. 정치 얘기가 아니다. 꼬여가는 경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 만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도 그랬다. 그는 주요 업종별로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를 설명했다. “로봇, AI(인공지능), 2차전지, 가전, 전기차 등은 이미 추월당했고 반도체마저 조만간 1위 자리를 내줄 것 같다”고 했다.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더니 “국운이 다한 것 같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뾰족한 방법이 안 보인다는 거였다. 맞는 지적이다. 당장 지표만 봐도 그렇다.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2%다.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주요 19개국 중 가장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1.8%)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1.0%)와 한국은행 예상치(1.5%)를 밑돈다. 자칫하면 1998년 외환위기(-4.9%), 1980년 오일쇼크(-1.5%),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에 이어 0%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지표도 마찬가지다. 5월 상순(1~10일)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23.8% 줄었다. 10대 주요 수출품 중 반도체를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다. 내수도 부진하다. 1분기 민간소비는 0.1%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3.2%나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10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성장동력인 주요 산업의 경쟁력도 중국에 따라잡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3개 주요 제조 업종 중 자동차, 디스플레이, 2차전지, 생활가전, 조선, 일반기계, 건설기계, 철강 등 12개 업종에서 중국에 밀렸다. 반도체가 유일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5.05.19 14: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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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인 이유 [하영춘 칼럼]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회장은 46세이던 1963년만 해도 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그해 남편 필립 그레이엄이 작고하자 워싱턴포스트의 경영을 갑자기 이어 받았다. 남성 위주의 언론 환경에서 그가 버텨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았다. 아니었다. 워터게이트 특종보도(1972년)를 이끌었다. 다른 언론사와는 정반대의 경영전략도 구사했다. 배당을 자제하는 대신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1980년대 신문산업이 호황을 구가하자 경쟁사들은 다른 매체를 무차별적으로 사들이고 신규 인쇄설비를 도입했지만 그레이엄은 꿈쩍하지 않았다. 대신 6개 도시 휴대전화 사업권(1982년)과 교육업체인 스탠리캐플턴(1984년), 캐피털시티스의 케이블TV 사업(1986년) 등 언론과 전혀 관계없는 사업을 인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1971년 상장했을 때부터 그레이엄이 1993년 퇴임할 때까지 워싱턴포스트의 연평균 수익률은 22.3%나 됐다. 워싱턴포스트 매출과 이익의 절반은 신문 이외의 사업에서 발생했다. 가정주부였던 그레이엄이 놀라운 성과를 낸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워런 버핏의 조언을 뻬놓을 수 없다. 버핏은 1974년 워싱턴포스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무명이었던 버핏의 등장에 회사 이사회는 대놓고 경계했다. 그레이엄은 달랐다. 버핏을 이사로 영입한 뒤 멘토 겸 친구로 지냈다. 그레이엄의 아들인 도널드 그레이엄은 “어머니가 한 일 중 최고는 버핏을 알아본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워런 버핏. 설명이 필요없는 현시대 최고의 ‘투자의 귀재’요, ‘가치투자의 대명사’다. ‘투자의 첫 번째 원칙은 돈
2025.05.10 05: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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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것’ 김민기와 ‘어른’ 김장하 [하영춘 칼럼]
고(故) 김민기 전 극단 학전 대표와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은 다른 듯 닮았다. 김민기는 경기중·고와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다. 엘리트 중 엘리트다. 젊은 시절 악상이 떠오르면 즉석에서 작곡했다. 천재였다. ‘아침이슬’, ‘상록수’, ‘친구’, ‘아름다운 사람’ 등 주옥같은 노래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것도 대부분 20대 초중반에 그랬다. 1991년 사비를 털어 ‘학전(學田)’ 소극장을 개관한 뒤 2024년 폐관할 때까지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문화 확산을 위해 몸을 던졌다. “나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지 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중단한 이유를 설명하며)는 말마따나 돈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김장하는 대학은커녕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했다. 가난했다.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때 한약방에서 일했다. 낮에는 약초를 썰고 밤에는 공부했다. 만 18세 때 최연소로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다. 19세 때인 1963년 ‘남성당 한약방’을 개업한 뒤 2022년 은퇴할 때까지 60년 일했다. 약효가 좋아 전국 한약방 중 세금을 가장 많이 낼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이력은 이처럼 다르다. 하지만 삶의 흔적은 너무 닮았다. 김민기는 ‘뒷것’을 자처했다. 철저하게 배우나 가수를 앞세웠다.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김윤석, 장현성 등 배우와 고 김광석등 가수를 ‘앞것’으로 키워내면서 자신은 ‘뒷것 중의 뒷것’이라며 꼭꼭 숨었다. 언론 인터뷰도 극구 사양했다. ‘땅위의 조용필, 땅밑의 김민기’인 시절 조용필과 만나서도 자신은 가수가 아
2025.05.07 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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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회장의 경우 [하영춘 칼럼]
잭 웰치는 20세기 가장 탁월한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GE(제너럴일렉트릭) CEO를 지내면서 연평균 주주수익률 20.9% 창출했다. 하지만 윌리엄 손다이크는 저서 ‘현금의 재발견’(원제 The Outsiders)에서 “잭 웰치가 최고의 CEO는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가 재임하던 시절 S&P500 지수가 연평균 14% 오를 정도의 강세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손다이크가 잭 웰치를 능가하는 CEO로 꼽은 사람은 헨리 싱글턴 텔레다인 창업자다. 세계적인 수학자였던 싱글턴은 1960년 기술기업 텔레다인을 창업한 뒤 28년간 경영했다. 이 기간 연평균 20.4%의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강세장과 약세장을 오락가락한 시장 평균수익률의 12배였다. 손다이크는 싱글턴의 성공 비결로 관성에서 탈피한 역발상 경영을 꼽았다. 특히 당시엔 생소했던 자본배분 능력이 압도적이라고 분석했다. 싱글턴은 10여 년에 걸쳐 자사주 90%를 사들였다.1970년대와 1980년대 뉴욕증시에서 가장 비싼 종목이었지만 주식분할도 하지 않았다. 본업 경영은 현장에 맡기고 자신은 자본배분에 전념했다. 철저히 분권화된 조직을 운영하면서 월가에 얼굴도 내비치지 않아 ‘운둔의 경영자’로 통했다. 잭 웰치를 비롯해 당시 내로라하는 CEO들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싱글턴과 가장 닮은 기업인은 누구일까. 다름 아닌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4남)이다. 본인 말을 빌리면 (형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회사인 금융 계열사(당시 한진투자증권과 동양화재)를 물려받았다. 계열분리 당시인 2005년 메리
2025.04.26 07: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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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작사부작 변할 수밖에 [하영춘 칼럼]
모두가 의아해했다. 미국 경제가 잘나가고 있는데 주식을 팔고 있었으니 말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얘기다. 버핏은 작년 하반기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대신 단기국채 등 현금성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불을 뿜자 미국 증시는 폭락했다. 주식부자들의 자산도 줄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2일 하루에만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은 110억 달러 감소했다. 2위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3위 마크 저커버그 메타 회장도 각각 159억 달러와 179억 달러 줄었다. 6위 부자 버핏은 달랐다. 오히려 127억 달러 늘었다. ‘과연 버핏’이라는 칭송이 따랐다. 그가 포트폴리오를 바꾸면 눈여겨봐야 한다는 교훈도 되새겨졌다. 지난 2020년에도 그랬다. 버핏은 그해 8월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각각 5% 이상씩 사들였다. 미국 주식 외에는 해외 주식에 별 관심이 없던 버핏이었다.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 효과로 살아나는 기미는 있었지만 코로나 창궐과 도쿄 올림픽 연기로 다시 주춤하던 때였다. 버핏은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 상사 지분율을 3년 후엔 각각 8% 이상으로, 4년 후인 작년 말에는 각각 10%에 육박할 만큼 늘렸다. 역시 적중했다. 일본 주가는 버핏의 투자 이후 30%가량 올랐다. 버핏이 일본 상사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본 종합상사는 두 가지 성격을 갖고 있다. 종합상사답게 국제 거래에서 큰손 역할을 한다. 아울러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버핏은 종합상사의 미래와 더
2025.04.19 03:2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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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의 긍정적 영향 [하영춘 칼럼]
검사는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아니다.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이다. 범죄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런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나쁜 놈’이다 싶으면 응당한 징벌을 내려야 직성이 풀린다. 이를 위해 옴쭉달싹 못할 증거를 찾는다. 여의치 않으면 겁박도 한다. 별건 수사도 곁들인다. 혐의사실을 흘려 여론재판도 한다. 과장된 표현이 들어간 사건 발표도 서슴지 않는다. 검사복을 막 벗은 사람들의 말투가 단정적이고 직설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게 법조계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그는 검사 출신이다. 검사도 보통 검사가 아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특수통 검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특검과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도 관여한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다. 그가 검사복을 벗은 지 한 달 만인 2022년 6월 금감원장에 취임했을 때 금융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무섭기만 한 특수통 검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투나 행동은 깎듯했다. 누구에게나 공손했고 항상 열린 자세였다. 업무에서는 아니었다. 특수통 검사다웠다. 시원시원했다. 잘잘못을 단기간 내 가려냈다. 복잡한 경제사건도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으로 금방 구분해냈다. 그걸 자신이 세상에 알렸다. 검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조차 그랬다. 덕분에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는 강화됐다. 불완전판매 관행도 많이 줄었다. 레고랜드 사태, 태영건설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카카오 시세조종 등도 초기에
2025.04.08 14: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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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재굴기와 우리의 실력 [하영춘 칼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3월 4일 자국 연구진이 초전도 양자컴퓨터 프로세서인 ‘주충즈(祖沖之) 3호’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주충즈 3호는 양자 무작위 회로 샘플링 작업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빨리 처리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됐다. 이로써 중국은 AI(인공지능)에 이어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양자컴퓨팅에서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을 과시했다. 주층즈 3호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중국과학기술대의 판젠웨이 원사(과학 분야 최고권위 직책). 2017년 네이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중국 양자컴퓨팅의 상징적 인물이다.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활동하던 그는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에 의해 중국으로 돌아왔다. 천인계획은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 해외 석학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2008년 시작됐다. 만 55세 이하 박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판젠웨이를 비롯, AI 관련 특허 60개를 보유한 장퉁 전 IBM연구위원, 신경과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푸무밍 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수천 명이 천인계획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왔다. 천인계획이 산업스파이 논란을 빚자 중국은 이 계획을 접었다. 대신 중국 내 과학기술 인재 1만 명을 양성한다는 ‘만인계획’을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40여 개 대학에 재정지원을 집중해 2030년 이후엔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지난해 과학 분야 10대 대학 가운데
2025.03.15 04: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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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엔비디아’부터 만들어 놓고…[하영춘 칼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는 ‘당혹스러움 반, 반가움 반’일 듯하다. 다분히 원론적이고 희망 섞인 발언이 의외의 큰 파장을 낳고 있어서다. 다름 아닌 ‘K엔비디아 논란’ 얘기다. 이 대표는 민주당 민주연구원 유튜브의 AI(인공지능)를 주제로 한 토론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생겼을 경우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앞뒤 맥락상 AI산업을 키우는 게 중요하고, 그러자면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며, 그에 따른 결과물을 국민이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국민의힘과 잠재 대선후보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반시장적·반기업적”이라고 반박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은 “얼치기 인공지능 대박론에 심취한 위험한 경제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클릭으로 포장하고 사회주의로 나가자는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 과정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무식한 발언”, 유승민 전 의원은 “황당한 공상소설 같은 얘기”라고 쏘아붙였다. 대부분 30% 성과배분론에 초첨을 맞춘 비판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의도치 않게 얻은 성과는 상당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최대 경제현안인 AI 이슈를 선점하고 ‘1대 다(多)’라는 대선 구도를 선명히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정치적 유불리와는 별개로 K엔비디아 논란에서 AI산업 육성과 엔비디아 같은 기업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는 확실히 형성했다. 중요한 건 엔비디
2025.03.10 15: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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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국가 간 거래의 기술’ [하영춘 칼럼]
‘나는 뭔가 거래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87년 출간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트럼프는 11가지 거래 원칙도 공개했다. ‘크게 생각하라,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성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등이다. 그는 맨해튼 그랜드하얏트호텔과 트럼프타워 건설, 애틀랜틱시티 카지노 사업진출 등에서 자신의 거래 원칙을 적용해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한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47대 대통령이 된 뒤 ‘국가 간 거래의 기술(The art of cross-border deals·파이낸셜타임스)’로 진화한 느낌이다. 1월 20일 취임 후 한 달도 안 돼 세계를 뒤집어 놨다. 한 손에는 관세, 다른 한 손에는 영토카드를 들고 말이다. 인근의 오랜 우방국인 콜롬비아와 캐나다, 멕시코에는 25% 관세부과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복을 외치던 세 나라는 금세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미국으로 마약(펜타닐)과 불법 이민자가 넘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말이다. 덴마크(그린란드 매입)와 파나마(파나마운하 탈환)에 대해선 영토카드로 압박했다. 파나마는 미국 정부가 소유한 선박에 파나마운하 통행료를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 두 손을 들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비교적 명확하다. 목표는 미국 이익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상상할 수 없는 최상의 압박카드를 꺼내든다.
2025.02.10 08: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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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의 시간 [하영춘 칼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요즘 그만큼 곤혹스러운 사람도 없을 듯싶다.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탄핵 반대파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국무위원들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왜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하느냐”고 따져 묻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전자공문을 덜렁 보내 “대통령실 경호처가 영장집행에 협조할 수 있도록 지휘해 달라”고 요구한다. 정치권과 광장에선 아예 동네북 신세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행위들이 유지되도록 방관하고 있다”며 직무유기죄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여차하면 다시 탄핵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내비친다. 국민의힘은 그가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에 대해 몹시 언짢은 분위기다. 광장에선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그를 비난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행은 “국민과 역사의 평가만 두려워하겠다”(1월 7일 국무회의)는 자신의 행동 기준을 제시했다. 정쟁에는 거리를 두되 경제 등 시급한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31일 “경제와 민생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서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왜 역사의 평가를 들고 나왔을까. 최 대행은 엘리트 경제관료다.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할 만큼의 실력을 갖췄으면서도 사법고시가 아닌 행정고시를 선택했다. 일찌감치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형 인재로 꼽혔다. 김진표 부총리, 강만수 장관, 현오석 부총리, 최경환 부총리 시절 비서관이나 정책비서관으로 근무할 정도로 윗사람들의 신뢰도 두텁다.&
2025.01.10 1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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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얼빈'에서 찾아보는 새해 소망 [하영춘 칼럼]
영화 ‘하얼빈’에서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는 이렇게 말한다. “조선이란 나라는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하는 나라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조선 민초들이 골칫거리다.” 이 말을 내뱉은 지 며칠후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의 민초 안중근에 의해 사살된다. 조선의 민초들은 그렇게 해방을 이뤄냈다. 산업화도 마찬가지였다.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 월남 파병 용사들, 중동에 나간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산업화의 토대가 됐다. 암울한 군사독재도 민초들의 힘으로 걷어냈다. 그렇게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세계 유일한 나라가 됐다. 1997년 외환위기때도 그랬다. 그해 1월23일 재계 14위인 한보그룹이 부도처리됐다. 재계 26위인 삼미그룹과 진로그룹, 삼립식품, 대농그룹, 한신공영이 줄줄이 부도대열에 합류했다. 7월15일엔 재계 8위 기아그룹이 두 손을 들었다.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라는 수렁에 빠졌다. 졸지에 IMF(국제통화기금)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가 됐다. 이번에도 국민들이 나섰다. 1998년 1월5일 시작돼 4월에 끝난 금모으기 운동에 351만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모은 금이 227톤. 이 금을 수출해 22억달러를 마련, IMF구제금융 상환자금으로 썼다.이에 감동받아서일까. IMF는 초고금리정책을 철회했다. 1998년 연23%이던 기준금리는 1999년1월 5.25%로 하락해 외환위기 직전을 밑돌게 됐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자본, 정치권력이 초래한 외환위기를 국민들의 힘으로 극복한 세계에서 보기드믄 사례다. 그렇다면 온통 잿빛 투성이인 2025년은 어떨까. 대통령이 던진 ‘계엄령 폭탄’의 잔해는 여전히 수북하다. 코스
2025.01.01 1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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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 또는 데자뷔에 대하여[하영춘 칼럼]
2024년은 2016년과 닮은 점이 많다. 당장 대통령 탄핵이 그렇다. 2016년 12월 9일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딱 8년 5일이 지난 올 12월 14일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8년 전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올해도 트럼프 후보가 승리해 새해 1월 20일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8년 전 박 대통령 탄핵 당시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 다음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하더니 올해도 당선 후 첫 공식 회견에서 일본, 중국, 북한만 언급한 채 한국은 들먹이지도 않았다. 2016년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8년이 지난 12월 16일 트럼프를 만나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뿐만 아니다. 소설가 한강은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을 받아 세계적 소설가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가 하면 8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종합 8위에 올랐던 한국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도 역시 종합 8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은 2016년 열린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MVP로 선정됐다. 그는 올해 롤드컵에서도 팀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2016년 12월 7일까지 72일간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는 올 12월에도 6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런 점을 들어 네티즌 사이엔 한동안 ‘평행이론’이 관심을 끌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간대나 상황에서 비슷하게 반복되는 사건이
2024.12.20 09: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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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공포를 먹고 자란다지만...[하영춘 칼럼]
2008년 9월 14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설마설마 하던 글로벌 금융위기는 현실화했다. 공포에 휩싸인 월가는 패닉셀(panic sell)에 나섰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인 10월 17일.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뉴욕타임스에 ‘미국 주식을 사라. 나는 사고 있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미국과 해외 시장 모두 엉망진창이다. 실업률은 상승하고 기업 활동은 흔들릴 것이며, 두려운 경제지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제한 뒤 “나는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 주가가 매력적으로 보이면 벅셔해서웨이 주식을 제외한 나의 순자산은 전부 미국 주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선 “내 간단한 규칙은 다른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리는 것”이라며 “두려움이 널리 퍼져서 심지어 노련한 투자자들조차 잔뜩 움츠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버핏은 당시 사탕 제조업체인 마스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스위스리, 다우케미컬, 제너럴일렉트릭 등 6개 기업에 252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웬걸. 10일 후인 그달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버핏이 금융위기와 관련해 시장 상황을 잘못 내다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실이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CNBC방송도 ‘결론적으로 버핏의 최근 투자전략은 틀렸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5년 후 버핏은 대박을 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들인 6개 주식에서 5년 동안 99억5000만 달러를 벌었다.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 ‘증시는 공포를 먹고 자란다’ 등의 증시 격언이 다시 한번
2024.12.18 15: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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