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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찰리 멍거와 수많은 비즈니스 동반자들[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해마다 5월 첫째주면 ‘오마하의 축제’가 열린다.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라는 소도시에서 열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다. 3일간 계속되는 주총엔 줄잡아 3만여 명이 몰린다.  하이라이트는 첫째날 열리는 ‘주주와의 대화’다. 대개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가 넘어 끝난다. 주인공은 워런 버핏(93) 회장과 찰리 멍거(99) 부회장. 두 사람은 6시간 넘게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며 투자철학을 공유한다. 물론 주연은 버핏이다. 그는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달변이다. 주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물개박수를 칠 정도의 화술을 구사한다. 이런 버핏도 자신의 답변이 끝나면 반드시 마이크를 멍거에게 넘긴다. 멍거의 화법은 버핏과 다르다. 직설적이고 짧다. 버핏이 “멍거, 자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으면, 퉁명스럽게 “다 얘기해 놓고선, 당신과 같다”고 말해 환호를 자아낸다. 환상적인 ‘투 올드맨쇼’다.  필자는 2006년부터 3년 연속 벅셔해서웨이 주총에 참석했다. 그 때마다 두 사람이 연출하는 투자토크쇼에 감탄했다. 그렇다고 모든 질문마다 버핏이 먼저 답하는 건 아니었다. 주로 아시아와 글로벌 투자, 전통 제조업 투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멍거에게 답하도록 했다. 멍거는 특유의 간결하고 투박한 말투로 해박한 지식을 전달했다. 주총 마지막 날엔 기자간담회가 열린다. 2006년에도 그랬다. 오마하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10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동양 기자로는 일본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와 단 둘이 참석했던 필자는 운 좋게도 첫 번째 질문 기회를 얻었다. 필자는 대뜸 “한국 증시를 어떻게 보느냐. 관심 있는 한국

    2023.12.05 10:00:20

    찰리 멍거와 수많은 비즈니스 동반자들[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양종희 KB 회장이 ‘리틀 윤종규’여선 안되는 이유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11월 21일 취임했다. 취임식은 이날 했지만 회장으로서 첫 행보는 전날인 20일 시작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소집한 8개 금융그룹 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2조원가량의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합의했다.  양 회장의 이틀간 행보는 그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야당은 여전히 은행을 타깃으로 한 ‘횡재세’ 도입을 밀어붙일 기세다.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 등 정부·여당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KB금융은 어엿한 리딩금융그룹이다. 상생금융 요구에 어떤 식으로든 앞장서야 한다. 이런 환경은 윤종규 전 회장이 취임했던 9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 KB금융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갈등을 겪다가 중도퇴진한 상태였다. 리딩금융그룹 경쟁에 뛰어들기는커녕 존립마저 위태로웠다. 윤 전 회장은 특유의 ‘로키(low-key)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나서지 않으면서도 꼼꼼함과 치밀함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전략을 구현했다. 내부적으론 보고하러 온 직원들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는 낮은 자세를 보였다. 내부통제에 치중해 다른 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등으로 홍역을 치를 때 성장세를 가속화했다. 외부적으론 LIG손해보험(현 KB손보),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을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3연임에 성공하면서 KB금융을 리딩 금융그룹으로 이끌었다.  윤 전 회장과 꼭 닮은 사람이 양 회장이라는 평가다. 풍기는 인상부터가 그렇다.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나 학자 스타일이다. 셩격도 비슷하다. 웬만해서 나서진 않는다. 직원들

    2023.11.28 13:57:08

    양종희 KB 회장이 ‘리틀 윤종규’여선 안되는 이유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현금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정말 어렵습니다.”얼마 전 만난 레미콘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대부분 중단되면서 레미콘 수요도 사라진 탓이라고 했다. “얼마나 어렵냐”고 물었더니 “체감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간다”고 했다. 기업인 특유의 엄살이려니 했지만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논현동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앞 부지에는 지하 9층, 지상 14층의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으로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시행사는 2021년 토지 매입과 철거를 위해 금융회사 11곳에서 브리지론 1580억원을 빌렸다. 문제는 작년에 생겼다. 본격적인 공사를 위해선 PF대출을 받아야 했는데 금융회사들이 난색을 표했다. 공사는 중단됐고, 시행사는 브리지론조차 상환하지 못한 채 매달 10억원가량의 이자만 내고 있다고 한다.   서울 청담동 프리마호텔 부지를 49층 고급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르피에드 청담’ PF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26곳의 금융사로부터 4640억원의 브리지론을 빌렸으나 만기 연장에 진통을 겪다가 최근에야 1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신규 공사만 흔들리는 게 아니다. 멀쩡한 건물이나 부지도 싼값에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역 인근 강남대로변 부지는 평(3.3㎡)당 1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시가(2억원가량)의 절반 가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회사들이 담보로 잡았던 땅인데, 소유주가 대출을 갚지 못하자 싼값에 처분했다고 한다. 한 대형 저축은행 대표는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 대출 연장도 겁나는 상황”이라며 “다

    2023.11.20 11:48:06

    현금의 시대가 오고 있다?
  • ‘공매도 논란’이 ‘홍범도 논란’보다 훨씬 낫지만…[경제이슈 솎아 보기]

    공매도 전면 금지가 11월 초 증시를 들었다 놨다 했다. 정부는 11월 5일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다음 날인 6일 주가는 폭등,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그다음 날은 정반대였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번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비상상황도 아닌데 공매도 전면 금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경우는 세 차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와 유럽 재정위기(2011년), 코로나19 위기(2020년) 등 ‘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었을 때였다. 지금은 경제가 좋지 않지만 위기는 아니다. 그런데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자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이뿐만 아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정부와 여당의 민심잡기 행보는 숨가쁘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라는 메가톤급 어젠다를 던졌다. 식당과 카페 등에서의 1회용품 사용금지도 없던 것으로 했다. 물가관리 전담 공무원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전기료도 대기업에 한해서만 올리기로 했다. 통신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이자장사로 배부른 은행들에는 ‘상생금융’을 압박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유보통합방안 등도 곧 나온다고 한다. 다분히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다. 대부분 논쟁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불과 두 달 전인 9월로 돌아가 보자. 지난 1년을 ‘이재명 죽이기와 지키기’로 허비한 여야는 난데없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를 두고 날을 세웠다.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다느니, 독립 유공자라느니 하면서 날밤을 지샜다. 정작 상당수 국민들은 “홍범도가 누군데?”라는 반응을 보였는데도 그랬다. 

    2023.11.14 10:36:42

    ‘공매도 논란’이 ‘홍범도 논란’보다 훨씬 낫지만…[경제이슈 솎아 보기]
  • 금융협회장은 대형로펌 고문이 아니다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쯤 지난 1993년 10월 30일. 당시 정춘택 은행연합회장(전 은행감독원장)과 정소영 생명보험협회장(전 농수산부 장관), 박봉흠 손해보험협회장(전 동자부 장관) 등 7개 금융협회장들이 일제히 사퇴했다. 문민정부에 걸맞게 그동안의 낙하산 인사를 청산한다는 취지였다. 물러난 회장들은 대부분 장관(급)을 지낸 거물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였다. 이들의 자리를 순수 업계 출신들이 물려받았다. 은행연합회장에는 이상철 전 국민은행장이, 생보협회장에는 이강환 전 교보생명 사장이, 손보협회장에는 이석용 태평양생명 사장이 각각 선출됐다. 문민정부에 걸맞은 민간인 협회장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이들의 3년 임기가 만료되자 다시 관피아들이 득세했다. 변화가 온 것은 20여 년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관피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관피아의 금융협회장 취임을 원천 금지했다. 그 결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전 씨티은행장), 이수창 생보협회장(전 삼성생명 사장), 장남식 손보협회장(전 LIG화재 사장)이 다시 민간인 협회장에 올랐다. 3년 후 상황은 또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관피아들이 자리를 탐냈다. 감독 당국에서 민간인 협회장을 노골적으로 냉대했던 것을 체감한 회원사들도 관료 출신을 적극 원했다. 그 결과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금융위 출신), 정지원 손보협회장(금융위 출신), 정희수 생보협회장(3선 의원 출신) 등 관피아와 정피아(정치인과 모피아의 합성어)가 협회장 자리를 싹쓸이했다. 이들의 임기가 11월과 12월 만료된다. 후임 회장 선출작업이 시작되면서 이런저런 사람이 후보로 오르내

    2023.11.07 10:10:34

    금융협회장은 대형로펌 고문이 아니다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 카카오와 키움증권이 망각한 것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카카오와 키움증권은 ‘국민기업’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월간 사용자는 4820만 명에 이른다. 대부분 국민이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키움증권은 ‘동학개미의 성지’다. 18년 연속 국내 주식 위탁매매 점유율 1위다.  두 회사는 IT와 모바일이라는 흐름을 잘 읽어 성공했다. 비결은 세 가지다. 새로움 창출과 고객지향, 벤처 정신이 그것이다. 2010년 선보인 카카오톡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은 무료 메신저라는 매력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시장을 장악했다. 이후 보이스톡, 카카오T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환호를 받았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수 있지만, 우리의 경쟁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2011년)라고 말해 일론 머스크에 버금가는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키움증권도 마찬가지다. 2000년 출범하자마자 거래 수수료를 기존 회사의 10분의 1로 내렸다. 이후 영웅문으로 대표되는 HTS와 MTS를 통해 개미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은 19%, 개인 점유율은 29%에 이른다. 해외주식 점유율은 38%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김익래 창업자의 벤처 정신이 증권거래 지형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이 두 회사가 뒤뚱거린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센터장도 피의자 신분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 법인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박탈된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

    2023.10.30 08:14:23

    카카오와 키움증권이 망각한 것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김치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 [경제이슈 솎아보기]

      대학생 때인 1980년대 초반 짜장면 값은 5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구들끼리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를 모아 짜장면과 단무지에 소주잔을 기울이던 기억이 새롭다. 그 짜장면 값이 7000원을 넘었다고 한다. 10월 서울지역 평균 짜장면 값은 7069원(한국소비자원)이다. 1년 전(6300원)보다 12.2% 뛰었다. 40년 전과 비교하면 14배 올랐다. 짜장면만이 아니다. 삼계탕과 비빔밥은 1만6846원과 1만500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9%와 8.8% 상승했다. 냉면 값도 1만3000원을 넘었다. 삼겹살 1인분(200g)도 2만원에 육박(1만9253원)했다.오비맥주 값도 7%가량 올랐다. 소맥(소주+맥주)에 삼겹살을 먹으려면 1인당 3만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식은커녕 점심 먹기도 힘들다”는 직장인들의 호소가 엄살이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과 이상기후 등으로 국제유가와 식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문제는 생필품 중심으로, 물가 오름폭이 가파르다는 점이다. 10월 배추 한 포기 값은 6587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5476원)보다 20.3% 뛰었다. 대파, 쪽파, 깻잎 값도 한 달 새에 20% 이상 상승했다. ‘김치플레이션’이나 ‘삼겹살로 깻잎을 싸 먹어야 할 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먹는 것만이 아니다. 서울 택시비가 26% 오른데 이어 서울 지하철 요금과 시내버스 요금도 각각 150원과 300원 인상됐다. 전기요금도 시기만 문제일 뿐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경기는 바닥을 기는데 물가만 오르니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대한

    2023.10.25 09:38:38

    ‘김치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 [경제이슈 솎아보기]
  • 금리의 역습.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애비 조셉 코언 전 골드만삭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한때 ‘월가의 여제’, ‘강세장의 여제’로 불렸다. 1990년대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경제’라는 칭송을 받으며 신바람을 낼 때 그는 미국 증시의 최장기 호황을 예언했고 적중했다.   자산운용사를 운영하는 마크 파버는 정반대였다. 그는 1987년 미국 블랙먼데이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 Doom)’이란 별명을 얻었다. 둘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한창일 때였다. 코언은 낙관론을 견지했다. 반면 파버는 자산 처분을 권했다. 이후는 알려진 대로다. 경제학자나 시장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비관론을 견지하는 것이 어쩌면 편리하다. 줄기차게 비관론을 외치다 실제 위기가 닥치면 ‘족집게’로 칭송받기 때문이다. 월가에서 종사하는 사람은 다르다. 투자가 늘어야 수익이 증가하는 만큼 애써 낙관론 편에 서려고 한다.  그런 월가에서 최근 비관론이 많아졌다고 한다. 영화 ‘빅 쇼트’의 모델인 마이클 버리 시온자산운용 최고경영자는 최근 포트폴리오의 90%를 증시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연 7%대 금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지 소로스와 워런 버핏도 폭락장을 대비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JP모건은 얼마 전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비관론이 많아지는 것은 급등하는 금리 때문이다. 상승폭도 가파르고 속도도 빨라서다. 미국 국

    2023.10.16 14:58:16

    금리의 역습.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도와주세요.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도와주세요.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은 경쟁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할 것으로 봅니다. 제조업 주문량은 15% 줄었습니다. 최고경영자(CEO) 100명 중 53명은 계획했던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합니다.’어느 나라 얘기일까. 혹시 한국이 아닐까. 너무나 비슷한데? 다행히도 아니다. 독일 얘기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타블로이드 신문인 빌트(Bild)는 지난 8월 이런 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휴가 중인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기사를 통해 ‘경제 모든 분야에서 경보가 울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독일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이다. 제조업 강국이다. 그런 독일이 휘청거리고 있다. 올 성장률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할(IMF) 것으로 추정된다. G7(선진 7개국) 국가 중 유일한 역성장이다. 독일이 다시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이유는 여러 가지다.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에서 값싼 에너지를 수입해 왔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타격을 받았다. 중국 수출 증대로 재미를 봤지만 중국 경제 침체로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 매달리다가 전기차나 반도체 등 신산업으로의 전환이 늦었다. 고령화로 고숙련 노동자의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독일의 경제 위기가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 경제와 상당히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도 제조업 비율이 27.9%에 달한다. 독일(20.8%)보다 오히려 높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48%로 독일(50%)과 맞먹는다. 총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2023.10.10 15:54:48

    ‘도와주세요. 경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금융 위기설’이 현실화한 적은 없었다지만…[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1999년이었다. ‘11월 대란설’이 기승을 부렸다. 그해 7월 대우그룹이 해체되자 대우그룹 채권을 편입한 펀드에 대한 환매 요구가 봇물을 이뤘다. 대우채를 편입한 펀드는 110조원. 한꺼번에 환매된다면 자본 시장은 붕괴될 게 뻔했다. 정부가 나서 ‘8·12 환매 연기 조치’를 취했다. 환매를 90일 연기할 때마다 대우채 원금을 95%까지 보장해 주기로 했다. 문제는 80% 원금 보장이 이뤄지는 11월 10일이었다. 환매 요구가 한꺼번에 몰려 자본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11월 대란설의 골자였다. 결과는 아시는 바와 같다. 대란은 없었다.  얼마 전부터 ‘9월 위기설’이 불거졌다. 한국 외환 위기(1997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2008년), 유럽 재정 위기(2011년), 레고랜드 사태(2022년) 등이 모두 9월에 발생했다는 경험과 맞물려 위기설은 제법 그럴듯했다.9월 위기설은 크게 세 가지를 근거로 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때 중소기업 등에 취했던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가 9월로 끝난다는 점, 은행들이 한꺼번에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연쇄 부도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다른 하나는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PF 연체율이 작년 말 1.19%에서 3월 말 2.01%로 높아진 데다 PF 대출 잔액도 131조원에 이르니 그럴 만도 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 위기도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위기설이 번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직접 나서 “9월 위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대출 만기 연장(78조8000억원)은 2025년 9월까지 가능한데 이를 간과했다고 했다. PF 연체율도 6월 말 2.10%로

    2023.09.11 08:07:04

    ‘금융 위기설’이 현실화한 적은 없었다지만…[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끊이지 않는 은행 사건 사고 결국은 회장과 은행장의 책임이다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증권사들은 새해 달력이 나오면 가장 먼저 빨간 날(휴일)을 센다. 쉬는 날이 많으면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은행은 다르더라. 빨간 날에도 꼬박꼬박 이자가 들어오더라.” 2004년쯤이었다. 증권사 대표를 하다가 은행장에 취임한 분이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문을 열지 않아도 돈을 버는 곳이 은행이라는 거였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휴일에도 정해진 수입을 얻는 곳은 부동산 임대업(임대료)과 은행을 비롯한 여신 금융회사(이자)뿐이다. 문 닫으면 매출도 없는 제조업·유통업·요식업 등과는 다르다. 더욱이 은행은 안정적인 이익을 보장받는다. 은행들은 조달 금리(예금 금리)에 가산 금리(마진)를 더해 대출 금리를 산정한다. 조달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걱정 없다. 대출 금리를 올리면 그만이다. 앉아서 돈 버는 면허 사업으로 불릴 만하다. 은행들이 버는 이익은 당연히 천문학적이다. 5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이자 이익은 20조원, 당기순이익은 8조원을 넘었다. 사상 최대다. 상장 기업들의 상반기 순이익이 58%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평균 연봉 1억원, 성과급 잔치, 5억원에 육박하는 희망 퇴직금 등으로 시샘어린 눈총을 받는 것도 이런 수익 구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은행에도 리스크는 있다. 두 가지다. 하나는 돈을 떼이는 것이다. 대출해 주거나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손실을 입는다. 여신 심사나 리스크 관리에 심혈을 쏟을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직원들의 사건·사고다. 돈을 횡령하거나 사고를 치면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내부 통제가 중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은행에선 사건·사고가 끊이지

    2023.08.28 07:54:47

    끊이지 않는 은행 사건 사고  결국은 회장과 은행장의 책임이다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잼버리 파행에 비유해 본 진양철 회장의 ‘3心’과 ‘떠넘기심’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느그 할배는 요 가슴팍 아래로 심보가 3개나 더 있다카데. 여(기)는 돈 욕심, 여(기)는 부리는 사람 믿지 않는 의심, 요 아래는 언제든 그 누구라캐도 배신할 수 있는 변심.”2022년 방영됐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한 말이다. 욕심·의심·변심은 ‘진양철의 3심(心)’으로 불리며 기업을 일구기 위한 필요 조건으로 얘기됐다. 물론 부정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욕심은 기업가 정신, 의심은 리스크 관리, 변심은 이노베이션의 원천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상당하다. 넘치면 탈이 나고 그런 경우도 수없이 많았지만 말이다. 따지고 보면 3심은 재벌 총수만 가진 게 아니다. 크고 작은 조직의 윗사람들은 모두 갖고 있다(아랫사람이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관공서·각종 협회의 윗사람들은 다 그렇다. 모든 것을 가진 정치인(특히 국회의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들은 경쟁사나 경쟁 조직에 지지 않겠다는 욕심으로 무장돼 있다. 아랫사람이 작성한 보고서가 맞는지,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도 품지 않는다. 아침에는 ‘추진하라’고 했다가 저녁에는 ‘누가 그랬느냐’고 펄쩍 뛰는가 하면 어느 날 갑자기 측근을 좌천시켜 버리는 변심도 밥 먹듯 한다. 그래서 모름지기 상사는 모시기 어렵다. 은행에서 30여 년 근무한 지인은 “어떻게 보면 최고경영자(CEO)나 윗사람에게 적정 수준의 욕심이나 의심, 변심은 필요하다”며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떠넘기기”라고 했다. 힘든 일을 떠넘기거나 일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라는것이었다. 그러면서

    2023.08.21 09:30:39

    잼버리 파행에 비유해 본 진양철 회장의 ‘3心’과 ‘떠넘기심’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배터리 아저씨에게 ‘빠떼루’를 줘야 할까?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빠떼루를 줘야 함다.”기억하실 거다. 애틀랜타 올림픽이 한창인 1996년 이맘때쯤이었다. 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이 말이 울려 퍼졌다. 해설자였던 김영준 씨가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툭툭 던지는 빠떼루(반칙한 선수에게 주는 벌칙, 정확히는 파테르)라는 말에 사람들은 중독됐다. 이후에도 그랬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발견하면 ‘빠떼루를 줘야 한다’는 말이 반드시 뒤따랐다.  빠떼루라는 말을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 기사에서 오랜만에 마주했다. 그가 자신의 계좌를 공개한 7월 30일 기사에서였다. ‘사심과 편견이 없는 개인 투자자의 로빈후드’라는 찬양의 글이 대부분인 댓글 사이에 ‘빠떼루를 줘야 함다’라는 댓글이 보였다. ‘기업 본질 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을, 그것도 자신이 사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계속 사라고 외치는 것은 반칙’이라는 것이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9년 닷컴 버블 때 새롬기술을 기억하시는지…. 1999년 10월 1890원이던 새롬기술은 2000년 3월 초 28만2000원으로 150배 정도 뛰었다(연초 대비 10배 정도 오른 에코프로와는 비교도 안 된다). 결국 그해 말 5000원대로 주저앉았다. 2010년대 바이오 열풍 때 신라젠도 마친가지였다. 이런 기억이 생생한 증권사들도 배터리 아저씨를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올해 내내 그에게 휘달렸다. “여의도는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배터리 아저씨의 일갈에 개미들은 환호했다. 이런 때문일까. 에코프로비엠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마자 상당수 증권사들은 이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ls

    2023.08.14 12:50:47

    배터리 아저씨에게 ‘빠떼루’를 줘야 할까?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 KB금융 회장에 낙하산이 오지 않는다고?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누가 될까?금융계에 ‘큰 장’이 섰다. 리딩 금융그룹인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시작해서다. 더욱이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임기 만료다.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작은 사뭇 산뜻하다. 7명의 사외이사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렸다. 내·외부 인사 10명씩 20명의 후보도 추렸다. 6명(8월 8일)과 3명(8월 29일)으로 압축한 뒤 9월 8일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고 한다. 그 사람이 11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의 뒤를 잇게 된다.그러면 과연 누가 될까? 가장 강력한 후보는 윤 회장이었다. 본인이 결심하면 4연임도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윤 회장은 그러나 4연임을 포기하고 임기가 끝나면 용퇴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윤 회장 답다.   윤 회장이 공식적으로 빠짐에 따라 내부 인사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내부 인사 중에는 허인·양종희·이동철 등 동갑내기(1961년생) 그룹 부회장 3명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등이 꼽힌다. 다들 뚜렷한 장점을 갖고 있다. 은행장 경험, 재무통, 인수·합병(M&A) 전문가, 현직 은행장, 자본 시장 귀재 등 누가 돼도 이상하지 않다. 물론 그동안의 경력과 행보, 감독 당국의 징계 여부 등 걸림돌도 있다. 하지만 장점이 단점을 덮을 만한 역량을 이들은 보여 줬다. 개인적으로 만나봐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외부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은 쑥 들어갔다. 최종 후보 3명에 외부 인사 1명이 포함되겠지만 어디까지나 ‘들러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간혹 지난 대선 때 캠프에 몸담았던 금융권 인사와 모피아들이 얘기되기는 한다. 하지만 신한금융 회장과 우리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 당시 회장의 3연임

    2023.08.05 05:00:01

    KB금융 회장에 낙하산이 오지 않는다고?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