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저씨에게 ‘빠떼루’를 줘야 할까?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빠떼루를 줘야 함다.”

기억하실 거다. 애틀랜타 올림픽이 한창인 1996년 이맘때쯤이었다. 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이 말이 울려 퍼졌다. 해설자였던 김영준 씨가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 툭툭 던지는 빠떼루(반칙한 선수에게 주는 벌칙, 정확히는 파테르)라는 말에 사람들은 중독됐다. 이후에도 그랬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발견하면 ‘빠떼루를 줘야 한다’는 말이 반드시 뒤따랐다.

빠떼루라는 말을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 기사에서 오랜만에 마주했다. 그가 자신의 계좌를 공개한 7월 30일 기사에서였다. ‘사심과 편견이 없는 개인 투자자의 로빈후드’라는 찬양의 글이 대부분인 댓글 사이에 ‘빠떼루를 줘야 함다’라는 댓글이 보였다. ‘기업 본질 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을, 그것도 자신이 사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계속 사라고 외치는 것은 반칙’이라는 것이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99년 닷컴 버블 때 새롬기술을 기억하시는지…. 1999년 10월 1890원이던 새롬기술은 2000년 3월 초 28만2000원으로 150배 정도 뛰었다(연초 대비 10배 정도 오른 에코프로와는 비교도 안 된다). 결국 그해 말 5000원대로 주저앉았다. 2010년대 바이오 열풍 때 신라젠도 마친가지였다.

이런 기억이 생생한 증권사들도 배터리 아저씨를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올해 내내 그에게 휘달렸다. “여의도는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배터리 아저씨의 일갈에 개미들은 환호했다. 이런 때문일까. 에코프로비엠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하자마자 상당수 증권사들은 이 회사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팔라’는 거다.

그렇다면 과연 배터리 아저씨에게 빠떼루를 줘야 할까. 언론이나 유튜브에 나온 그의 말을 보면 아니다. “전기차 수요는 갈수록 늘어난다. 핵심은 배터리다. 배터리 기술(특히 양극재)은 한국 기업이 최고다. 아무나 따라올 수 없다. 2차전지가 앞으로 20년을 먹여 살릴 것이다”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사라’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다. 에코프로 주가가 120만원을 넘었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에코프로 주가가 10배 오른 것은 작년 이익이 11배 오른 덕분이다. 지금 주가는 이 구간을 벗어난 만큼 부담이 있다”는 식이다. ‘이익 증가세와 주가 상승세는 비례한다’는 피터 린치도 소환한다. 이렇게 보면 그는 확고한 밸류에이션 신봉자다. 리딩방의 ‘마바라’와는 결이 다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초전도체에 대한 진단도 명쾌하다. “2차전지 논문이 발표된 게 1976년이다. 그후 16년 만에 상용화됐고 45년 만에 전기차를 통해 대중화됐다. 초전도체는 아직 논문도 발표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배터리 아저씨 열풍이 가져온 부작용도 상당하다. ‘빚투’와 쏠림이 대표적이다.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많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그의 책임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시장 참여자들의 몫이다.

둘러보면 자본 시장에서 빠떼루를 받아야 할 사람은 배터리 아저씨가 아니다. 주야장천 ‘매수’ 리포트만 양산하는 증권사, ‘SG증권발 사태’로 대표되는 작전 세력들, 자기가 산 종목에 대해 ‘매수’ 리포트를 내는 애널리스트,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이익을 챙겼거나 고객 몰래 1000여 개 증권 계좌를 개설한 은행원들 그리고 뒷북만 치는 감독 당국 등 수두룩하다.

범위를 넓히면 셀 수도 없다. 잼버리, 순살아파트, 양평고속도로, 지하차도 침수 등등. 빠떼루를 받아야 할 대상은 차고도 넘친다. 말로만 “빠떼루를 줘야 함다”고 외친 지 1년 후인 1997년 한국 국민은 ‘외환 위기’라는 빠떼루를 단체로 받았다.

하영춘 편집인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