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에 비유해 본 진양철 회장의 ‘3心’과 ‘떠넘기심’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느그 할배는 요 가슴팍 아래로 심보가 3개나 더 있다카데. 여(기)는 돈 욕심, 여(기)는 부리는 사람 믿지 않는 의심, 요 아래는 언제든 그 누구라캐도 배신할 수 있는 변심.”

2022년 방영됐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한 말이다. 욕심·의심·변심은 ‘진양철의 3심(心)’으로 불리며 기업을 일구기 위한 필요 조건으로 얘기됐다. 물론 부정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욕심은 기업가 정신, 의심은 리스크 관리, 변심은 이노베이션의 원천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상당하다. 넘치면 탈이 나고 그런 경우도 수없이 많았지만 말이다.

따지고 보면 3심은 재벌 총수만 가진 게 아니다. 크고 작은 조직의 윗사람들은 모두 갖고 있다(아랫사람이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정부·지방자치단체·기업·관공서·각종 협회의 윗사람들은 다 그렇다. 모든 것을 가진 정치인(특히 국회의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들은 경쟁사나 경쟁 조직에 지지 않겠다는 욕심으로 무장돼 있다. 아랫사람이 작성한 보고서가 맞는지,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도 품지 않는다. 아침에는 ‘추진하라’고 했다가 저녁에는 ‘누가 그랬느냐’고 펄쩍 뛰는가 하면 어느 날 갑자기 측근을 좌천시켜 버리는 변심도 밥 먹듯 한다. 그래서 모름지기 상사는 모시기 어렵다.

은행에서 30여 년 근무한 지인은 “어떻게 보면 최고경영자(CEO)나 윗사람에게 적정 수준의 욕심이나 의심, 변심은 필요하다”며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떠넘기기”라고 했다. 힘든 일을 떠넘기거나 일이 잘못될 경우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라는것이었다. 그러면서 ‘3심’의 운(韻)을 본떠 ‘떠넘기심’이란 말을 지어냈다. 동의하실지 모르겠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새만금 잼버리 논란을 보면서 문득 ‘4심’에 대비해 보면 어떨까 했다. 전라북도는 욕심이 많았다. 잼버리 성공보다는 그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재원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잼버리가 끝났는데도 기반 공사가 진행 중이고 잼버리를 구실로 공무원들이 99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으 보면 더욱 그렇다. 욕심이 너무 과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의심이 아예 없었다. 용역·공사 입찰의 69%가 수의 계약으로 이뤄졌고 해충 방제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저 성공을 낙관했다.

변심의 주체는 언론이다. 잼버리 전만 해도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던 언론이다. 몇 년 전부터 폭염·폭우·태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모른 척했다. 그러던 언론들이 잼버리가 초기에 파행을 빚자 마음을 바꿨다. 침소봉대라는 특유의 장기를 살려 잼버리 파행을 마구잡이로 확대 재생산해 댔다.

떠넘기심은 현재 진행형이다. 떠넘기기 전문가인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여당과 야당,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 정부와 현 정부, 조직위와 산하 기관 등…. 이런 식이라면 아마 잼버리 파행의 최종 책임은 무더위와 폭우가 져야 할지도 모른다.

비판이 쏟아지다 보니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새만금 잼버리의 경제 효과다. 전북연구원은 잼버리 개최로 6조여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중 관광 수입 등은 물건너갔다. 하지만 인프라 확충과 기업 유치 등의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이왕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기로 한 만큼(그것마저 취소할지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경제 효과는 거둬야 억울하지 않다. 떠넘기기만 계속하다가 경제 효과마저 완전히 잃었을 때 그 책임을 또 누구에게 떠넘길지 궁금해진다. 그때도 무더위와 폭우를 탓할 것인지….

하영춘 편집인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