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는 IT와 모바일이라는 흐름을 잘 읽어 성공했다. 비결은 세 가지다. 새로움 창출과 고객지향, 벤처 정신이 그것이다. 2010년 선보인 카카오톡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은 무료 메신저라는 매력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시장을 장악했다. 이후 보이스톡, 카카오T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으면서 환호를 받았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수 있지만, 우리의 경쟁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2011년)라고 말해 일론 머스크에 버금가는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키움증권도 마찬가지다. 2000년 출범하자마자 거래 수수료를 기존 회사의 10분의 1로 내렸다. 이후 영웅문으로 대표되는 HTS와 MTS를 통해 개미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은 19%, 개인 점유율은 29%에 이른다. 해외주식 점유율은 38%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김익래 창업자의 벤처 정신이 증권거래 지형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이 두 회사가 뒤뚱거린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센터장도 피의자 신분이 됐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 법인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박탈된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4943억원의 미수금(초단기 외상 거래금)이 발생했다.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보다 많다. 이중 상당액은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두 회사가 오명을 뒤집어쓴 이유는 뭘까. 성공의 비결이었던 새로움 창출과 고객지향, 벤처 정신이라는 초심을 잃은 탓으로 본다. 새로움 창출은 ‘몸집 불리기’로, 고객지향은 ‘회사 이익우선’으로, 벤처 정신은 ‘기득권 유지’로 대체된 느낌이다.
카카오는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 후 문어발식 확장에 나섰다. 2015년 말 58개이던 계열사는 지난 8월 말 144개로 불어났다. 대리운전, 실내골프, 주차장, 미용실까지 카카오 브랜드가 넘쳐난다.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탈취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원들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먹튀논란, 법인카드 부당사용, 김범수 센터장의 편법상속 논란 등이 겹치면서 호기롭던 벤처 정신도 온데간데없어졌다(일부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하지만 근거는 없다).
키움증권도 비슷하다. 투자자 보호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대규모 미수금 사태도 의심쩍은 영풍제지에 대한 미수거래를 허용(증거금률 40%)한 탓이 크다. 스스로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놀이터를 제공한 셈이 됐다. 최근 6년간 주식거래 오류건수가 가장 많았던 증권사도 키움증권이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말 다우데이타 주식을 매도했다가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편법증여 의혹도 불거졌다.
그렇다고 두 회사에 대한 희망마저 버릴 필요는 없다. 새로움 창출과 고객지향, 벤처 정신이라는 초심을 되찾는다면 다시 한번 판을 흔들 수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아마존의 성공비결로 꼽은 건 세 가지였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라. 새로운 것을 개발하라, 그리고 기다려라(Put the customer first, invent, and be patient).’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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