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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재무장관 지명에서 배울 점[하영춘 칼럼]
과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답다. 거칠 게 없다. 당선 17일 만에 15개 부처 장관을 지명, 내각 인선을 마무리했다. 키워드는 ‘충성심’이다. 이를 기준으로 외교안보 라인에는 대중국 강경파, 경제 부처에는 관세론자를 중용했다. 비판도 없지 않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느니, 억만장자들의 내각이라느니, 강경일변도 정책이 예상된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트럼프는 다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핵심은 재무장관이다. 트럼프는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지명했다. 억만장자이자 관세주의자인 만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 부과를 이미 예고한 트럼프 내각에 어울릴 법한 사람이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에서는 반대가 상당했다고 한다. 온건하고 합리적이어서 강경한 관세정책 등을 추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지명자는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하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벤센트는 헤지펀드의 전설이자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의 최측근이었다. 자신도 2015년까지 민주당을 후원하다가 2016년 이후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게다가 동성애자로 성소수자다. 재정보수론자이기도 하다. 이력만 보면 민주당 정부의 재무장관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런 사람을 재무장관으로 지명했으니 깜짝 놀랄 내각 인선 기조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는 반응이 많았다. 월가와 기업들은 이런 이유로 환영했다. 30여 년간 월가에서 일한 전문성과 실용주의적
2024.12.02 09: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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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톰’은 핑계일 뿐이다[하영춘 칼럼]
“트럼프 당선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지.”코스피지수가 2417로 후퇴한 지난 13일 한 지인이 “왜 우리 증시만 이렇게 빠지냐”고 한숨을 내쉬자 다른 지인이 한 말이다. “기업 실적은 뒷걸음질이지, 정부는 존재감이 없지, 정치권은 없는니만 못하지…”라면서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맞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트럼프 랠리’가 일었다. 미국 다우지수 등 3대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일본 증시도 상승세를 보였다. 관세장벽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 증시도 올랐다. 반면 코스피는 2400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국만 왕따다. 그래서 트럼프는 핑계일 뿐이다. 뜯어보면 한국 증시엔 오를 이유가 별로 없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뒤져 휘청거리고 있다. 상장기업들은 줄줄이 어닝쇼크를 내고 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98개 상장사 중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를 10% 이상 밑돌거나 적자전환한 기업은 90곳에 이른다. 전체의 45.4%다. 주가가 오르는 게 이상하다. 그렇다고 역동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증시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일렉트릭(GE), 엑손모빌, 애플, 엔비디아 등이 시가총액 1위 경쟁을 벌여 왔다. 지난 20년간 시가총액 10위권을 지키고 있는 기업은 MS가 유일하다. 대표적 반도체 기업 인텔은 초우량기업 30종목을 모아놓은 다우지수에서 퇴출됐다. 반면 한국 증시에선 삼성전자가 1999년부터 여전히 시가총액 1위를 지키고 있다. 2000년 이후 시가총액 10위 안에 새로 올랐던 종목 중 대
2024.11.18 18: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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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의 교훈 ‘문제는 경제야!’[하영춘 칼럼]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난 6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중 눈에 띄는 종목은 8.74% 오른 캐터필러였다. 트럼프의 대선 메이트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와 기타 금융주를 제외하면 단연 돋보였다. 캐터필러는 세계 최대 건설장비 제조업체다. 건설장비 수요가 늘수록 실적이 좋아진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국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이고 캐터필러도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주가를 견인했다. 캐터필러의 약진은 트럼프 압승의 요인을 그대로 나타낸다. 트럼프는 초지일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와 ‘Trump will fix it’을 외쳤다. 미국을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 모든 걸 고치겠다는 거였다. 투박하게 얘기하면 ‘관세와 이민의 장벽을 높이 세우고 세계 경찰로서의 부담금을 대폭 줄인 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을 우대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미국민을 더욱 잘살게 하겠다’는 호언장담에 유권자들은 열광했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가 내세웠던 민주주의의 확대나 기후변화 대응, 낙태권 등은 한가한 이슈로 치부됐다. 미국 밖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의아해진다. 미국 경제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에 달하는 등 견조하다. 실업률도 낮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로 떨어지는 등 인플레이션도 주춤하다. 지표로만 보면 이보다 좋은 나라도 없다. 그런데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트럼프에 열광하다니? 결국은 체감의 문제였다. 지표는 좋지만 체감경기는 형편없기 때문이다. AP통신의 AP보트캐스트가 11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11.12 09: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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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 그리고 이별의 조건[하영춘 칼럼]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투의 노랫말은 허구다. 아무리 아름다운 이별이라도 생채기는 남는다.사람 관계가 이럴진대 돈이 걸린 기업 간 이별은 살벌할 수밖에 없다. 7조원대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사태가 대표적이다. 장 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혈투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다. 75년간 이어져온 동업자 정신은 온데간데없다.따지고 보면 동업 후 이별이 아름다운 적은 별로 없다. 미국 빅테크기업도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공동 창업했다. 초기 지분도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을 겪다가 앨런이 회사를 떠나면서 동업은 끝났다.트위터(현 X)의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와 에반 윌리엄스도 회사가 성장하자 갈등 끝에 결별했다. 메타(옛 페이스북)도 마크 저커버그와 에두아르두 사베린이 공동 창업했지만, 사베린은 잊혀진지 오래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회사가 커진 뒤 경영철학을 두고 이견을 보이다 헤어졌다.그렇다고 동업관계가 모두 비극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LG그룹과 GS그룹의 갈라서기는 아름다운 이별의 교과서로 꼽힌다. 재계 49위인 삼천리그룹은 지금도 훌륭한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삼천리의 출발은 고려아연과 비슷하다. 1955년 고(故) 이장균·유성연 명예회장이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창업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전 계열사 주식을 두 집안이 같은 지분으로 소유하고, 어떤 비율로 투자하든 이익은 똑같이 나누며, 한쪽이 반대하는 사업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이 원칙은 창업 2세인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과 유상덕 ST인터
2024.10.28 10: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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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엔비디아[하영춘 칼럼]
삼성전자는 10월 8일 두 가지 쇼크를 안겨줬다. 3분기 영업이익(9조1000억원)이 기대를 밑돌았다는 ‘어닝쇼크’가 첫 번째다. 전영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송구하다”며 사과문을 낸 게 두 번째 쇼크였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위한 세 가지 다짐도 내놓았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고,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해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며,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는 등 일하는 방법을 고치겠다는 거였다. 시장에서 지적했던 문제점을 고스란히 수용한 내용이다. 새로울 건 없다. 과거의 삼성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 골자다. 삼성은 세상에 없던 신제품으로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으며 내부 및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해 ‘초격차’를 이뤘다. 삼성이 고전하는 것은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밀려 AI(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에서 소외된 영향이 크다. 그러다보니 얼마 전까지 몇 수 아래로 여겼던 엔비디아가 HBM을 사주길 기다리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엔비디아는 어떻게 AI 생태계의 최고 기업이 됐을까. 여러 분석이 많지만 다름 아닌 전 부회장이 다짐한 세 가지가 엔비디아의 성공요인이다. 엔비디아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지난 6월 캘리포니아공대(칼텍·Caltech) 졸업식 축사에서 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래픽칩을 만드는 회사에서 AI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실천하자는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CUDA(GP
2024.10.15 10: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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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와 이복현 [하영춘 칼럼]
역대 금융감독원장 중 존재감 최고는 단연 초대 이헌재 원장이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금감원장을 맡아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치밀함을 바탕으로 얽히고설킨 구조조정을 무난하게 처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이헌재 전 원장에 견줄 만한 금감원장이 나타났다. 이복현 원장이다. 금감원 내에선 ‘복 사장’으로 불리는 이 원장의 존재감은 놀랍다. 웬만한 금융계 사람치고 금융위원장이 누군지 몰라도 이 원장은 알 정도다. 일부에서는 이헌재 전 원장을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존재감이 남다른 두 사람이지만 닮은 점은 거의 없다. 굳이 찾자면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성취하는 놀라운 추진력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졌다는 점, 언론을 적절히 활용한다는 점 정도다. 성장 배경은 물론 말투, 화법, 일하는 스타일 등은 정반대다. 이헌재 전 원장은 천재형답게 말투가 어눌하다. 귀를 쫑긋 세우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회의에 참석했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그의 말뜻을 해독하기 위해 따로 모였다는 후문도 있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후에 ‘이헌재 사단’으로 불렸다)을 앞세우고 자신은 잘 나서지 않았다. 관료 출신으로 시장을 경험한 노회함이 묻어났다. 이복현 원장은 정반대다. 직설적이다. 대부분 현안에 대해 속전속결식 답을 내놓는다. 특수통 검사 출신이자 공인회계사답게 사안을 꿰뚫는 시각이 탁월하다. 잘잘못을 가리는 데는 더 뛰어나다. 전문가들을 앞세우지도 않는다. 본인이 직접 나서 ‘옳다, 그르다’ 식으로 가르마를 타준다. 이를 바탕으로 레고랜드 사태, 태영건설 부실, 부
2024.10.07 09: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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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커피하우스보다 못한 국회 [하영춘 칼럼]
‘호모 커피홀릭 시대’다. 도심엔 카페가 넘쳐난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대형 카페 천지다. 엄청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주말이면 그 큰 곳을 손님들이 가득 채우고 있어 더욱 놀랍다. 카페의 기원인 유럽에서도 커피하우스 전성시대가 있었다.17~18세기다. 커피하우스가 첫선을 보인 것은 1652년. 영국 런던의 파스쿠아로제 커피하우스가 효시로 꼽힌다. 당시 커피하우스는 ‘페니 대학(penny university)’으로 불렸다. 단돈 1페니만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던 데다 그곳에 비치된 최신 정보지를 읽을 수 있었으며 토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커피하우스는 빠르게 확산됐다. 고고한 귀족부터 관리, 예술인과 학자, 상인 및 평민과 하층민까지 커피하우스를 찾았다(여성은 제외).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학자와 예술가, 금융인은 물론 매춘업 종사자, 성직자와 의사들이 주로 출입하는 커피하우스도 있었다. 이들은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관심사에 대해 토론했다. 이 과정에서 근대 보험의 기원으로 꼽히는 로이드(Lloyd’s 커피하우스)와 런던증권거래소(Jonathan 커피하우스), 발틱해운거래소(Virginia and Baltic 커피하우스)가 탄생했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와 크리스티는 물론 과학자들의 모임인 ‘왕립학회’도 커피하우스에서 시작했다. 아이작 뉴턴의 중력이론이 나온 데도 사과의 낙하보다 케임브리지 커피하우스의 공이 더 컸다는 주장도 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의 상당 부분을 브리티시 커피하우스에서 토론하면서 썼다고 한다. 당시 커
2024.09.30 09: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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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를 적극 응원하지만…[하영춘 칼럼]
지인 한 분은 지난 2월 국민의힘 자문에 응했다고 한다. 22대 총선(4월 10일)을 앞두고 정책공약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자리였다. 그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시한 뒤 넌지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후 기준금리 인하 논란이 없었던 걸로 봐서 단순히 아이디어 수집 차원에 그쳤을 것이란게 그의 추측이다. 만일 이창용 한은 총재에게 당시 기준금리 인하 요청이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이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을 것으로 본다. 한은 총재에 걸맞은 소신과 강단을 갖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강단은 지난 8월 여실히 나타났다.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22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내수진작 측면에서 아쉽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구조적인 제약을 무시한 채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Fed가 빅컷(big cut·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19일에는 “우리 외환시장에 주는 충격이 많이 줄게 돼 국내 요인에 가중치를 둘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도 금리인하에 대해선 딱 부러진 답을 내놓지 않았다. 어떤 정부나 금리정책에 개입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인상을 결정하자 해고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최근엔 11월 미국 대선 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파월 의장
2024.09.25 10: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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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부당대출, 검사와 모피아의 대결이라고?[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검사 출신 실세’와 ‘모피아의 대부’가 붙었다고들 한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에게 우리은행이 350억원의 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건을 두고 말이다. 외견상으론 그럴듯해 보인다. 검사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을 겨누고 있으니 말이다. 이 원장은 “해당 사건이 (금감원에) 제때 보고되지 않은 건 명확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8월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고 했다. “대응 방식을 볼 때 ‘나눠먹기 문화’가 팽배하다는 시각을 받는 조직에 대한 개혁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9월 4일 기자들과 만남)고도 했다. 다분히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다. 금감원도 신속하다. 지난 5월 관련 사건에 대해 제보를 받아 1차 검사를 실시한데 이어 8월부터는 2차 검사에 나섰다.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 등 계열사에 대한 검사도 시작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우리은행 등에 대한 정기검사도 앞당겨 10월부터 실시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8월 중순만 해도 “심사 소홀로 인한 여신 부실화는 금감원 보고 대상이 아니다”고 맞섰지만 금세 꼬리를 내렸다. 임 회장은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8월 28일 내부회의)고 물러섰다. 임 회장의 고향 격인 금융위원회도 별 반응이 없다. 금감원이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직전에야 그 사실을 알려온 것이 언짢기는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2024.09.09 08: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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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 ‘25만원 지원법’을 봤다면…[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그럴 수 있다. 어떡하든 차기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 그러자면 유력한 대권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를 지켜야 한다. 법원 판결을 가능한 한 대선 후로 늦춰야 한다. 대선을 법원 판결 전으로 당겨도 된다. 이런 전략의 결과가 22대 국회 개원 2개월 만에 탄핵발의 7번, 특검법 제출 9번이다. 뿐만 아니다. 단독처리한 법안도 7건이다. 그중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 경제단체가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하는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의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정권 탈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금살포법’이란 지적을 받는 25만원 지원법은 아무리 봐도 다소 뜬금없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준다니 싫어할 사람은 없다. 이미 코로나 때 가구당 100만원씩 받아본 경험이 있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8월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45.2%, 반대 36.2%였다. 국민의힘에서 주장하는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14.5%임을 감안하면 법안 반대가 50.7%로 찬성보다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여론은 2개월 전과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21~23일 조사한 결과 찬성 43%, 반대 51%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만일 600여 년 전 세종대왕이라면 이런 조사 결과를 보고 어떤 선택을 했을까. 세종은 집권 초기 토지세 개편을 추진했다. 1430년(세종 12년) 개
2024.08.12 09: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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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공무원보다 기업 선호한다는 취준생[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괜찮은 대학에 입학할 것, 중퇴할 것, 차고에서 창업할 것’ 등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세계적 테크기업을 일군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는 거다. 농담이지만 창의성과 절박함이 창업의 기본이라는 의미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하버드대),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리드대), 메타(옛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하버드대), 오라클 설립자인 래리 앨리슨(시카고대),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UCLA) 등이 명문대에 입학했다가 그만뒀다. 한창 몸값이 뛰고 있는 오픈AI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도 스탠퍼드대를 중퇴했다. 대학 중퇴를 부추기는 장학금도 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만든 ‘틸 장학금’이 그것이다. 장학금을 받는 조건은 대학 중퇴 후 창업이다. 창업자금으로 1인당 10만 달러를 준다. 2010년부터 300여 명에게 창업자금을 대주었다. 이더리움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워털루대 중퇴)과 자율주행차의 센서 및 라이다를 만드는 루미나테크놀로지를 창업해 세계 최연소(25세) 억만장자가 된 오스틴 러셀(스탠퍼드대 중퇴)이 이 장학금으로 창업했다. 차고 창업(garage startups) 사례도 수두룩하다. 실리콘밸리 1호 기업인 HP는 1939년 팰로앨토 에디슨가에 있는 허름한 차고에서 출발했다.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구글, 애플, 아마존이 창업한 곳도 실리콘밸리 주택의 차고였다. 물론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차고가 없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대학을 그만두고 창업하려 해도 누가 돈을 대주지 않는다. 실패를 용인하는 것도 아니다. 한
2024.07.24 13: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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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는 꿈과 신뢰를 먹고산다는데…[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6일 ‘스타십’ 실험에 성공했다. 1단 로켓인 ‘슈퍼 헤비’는 멕시코만에 연착륙했다. 2단 로켓이자 우주선인 스타십은 지구 궤도 항로를 비행한 뒤 인도양에 착수(스플래시 다운), 로켓과 우주선을 온전히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조만간 로켓과 우주선을 지상에서 로봇팔로 회수하는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성공할 경우 한 시간 후 재발사도 가능하다고 한다.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화성 여행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스페이스X 설립자는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한 건 2002년. 테슬라보다 1년 빠르다. 머스크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 시키겠다”고 큰소리쳤다. 당시엔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스페이스X가 스타십을 발사한 지 한 달여쯤 지난 7월 9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서울남부지검에 소환돼 20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가 시세조종을 하도록 지시·승인했는지에 대한 혐의였다.김범수가 누구인가. PC방에서 시작해 카카오를 만들어 모바일 플랫폼 최강자로 우뚝선 한국 IT업계의 기린아다. 맨주먹으로 총자산 34조원, 계열사 129개, 재계순위 15위의 카카오를 키워냈다. 하지만 문어발식 확장, 일감 몰아주기, 상속 관련 잡음 등으로 기존 재벌을 닮아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굳이 두 사람의 최근 행적을 살펴본 것은 국내 증시를 등지는 개인투자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개인들은 올 상반기에 국내 증시에서 7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대
2024.07.12 09: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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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은행이야? 또 국민은행이야?”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은행에는 ‘대체방’이란 게 있다. 사내 커플을 이르는 말이다. 같은 은행에서 거래를 할 때 현금을 주고 받는 대신 서류로 처리한뒤 ‘대체’라는 도장을 찍는 관행에서 유래했다. 다른 기업에 비해 은행에는 대체방이 유독 많다. 장점이 많아서겠지만 환경도 한몫했다. 다름아닌 시재점검이다. 현금거래가 대부분인 시절, 오후 4시30분에 문을 닫고도 시재를 맞추기 위해 몇시간을 더 일해야 했다. 시재가 1원이라도 맞지 않으면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미혼남녀 은행원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지점의 남녀 행원이 큰 금고에 들어가 돈을 세다가 금고문이 닫혀 대체방이 됐다는 일화도 있다. 그만큼 은행들은 시재관리에 철저했다. 현금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현금거래가 거의 사라진 요즘 현금 횡령은 옛날 얘기다. 대신 인터넷 이용이나 서류 조작 등을 통한 횡령 및 배임행위는 여전하다. 마음먹고 사고를 치면 아무리 내부통제가 철저한 은행이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렇더라도 특정 은행에서 사고가 줄줄이 터지는건 문제가 있다. 우리은행이 그렇다. 이 은행 김해지점 대리는 서류 조작을 통해 100억원 가량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했다. 암호화폐와 해외 선물 등에 투자해서 60억원 가량을 잃었다고 한다. 우리은행 차장급 직원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707억원의 은행돈을 빼돌렸다가 2022년에야 적발됐다. 8년동안 은행은 낌새도 채지 못했다. “또 우리은행이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B국민은행에서도 올해 사고가 많다. 올들어 적발된 100억원이상 대출 관련 배임 사고만 3건이다. 안양지역 A지점에선 104억원, 대구 B지점에선 111
2024.06.20 0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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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들어오는데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라고?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많이 들어보셨을 거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된 1984년 무렵부터 지하철역에선 이런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 방송이 나오면 지하철을 기다리던 우리는 친구들을 선로 쪽으로 밀어내는 장난을 치곤 했다.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라는 것은 선로로 내려가라는 뜻이었으니 말이다(물론 그렇게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잘못된 안내 방송이 고쳐진 것은 1991년쯤이다. ‘안전선 밖’이라는 표현이 논란을 빚자 ‘손님 여러분께서는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로 바꿨다. 무려 7년여 동안 우리는 안전선 밖에서 열차를 기다려야 했다. 열차가 들어온다는 것은 위험신호다. 그런데도 ‘안전선 안’이 아니라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라는 안내는 지금도 반복된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고갈 예상시기는 2055년. 31년후면 바닥난다. 지금 32세인 사람들은 평생 연금을 납부해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초자료를 국회에 제공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투다. 여야는 21대 국회 막바지에야 “모수개혁부터”(더불어민주당)와 “구조개혁과 함께”(국민의힘)를 주장하다 빈손으로 돌아섰다. 연금고갈 시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답은 정해져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법밖에 없다. 좋아할 국민들은 당연히 없다. 정부와 국회가 이를 감내하고 연금개혁을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더 위험한 열차는 저출산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 OECD(
2024.06.03 09: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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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영역까지 확산된 ‘에코체임버 이펙트’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타진요 사건’이라는 게 있었다. 2010년이었다. 타진요는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네이버 카페 이름이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가 타깃이었다.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타블로가 대학 졸업장을 공개했지만 ‘위조됐다’고 우겼다. 법정에서 타블로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판명됐지만 후유증은 엄청났다. 마녕사냥이고 집단괴롭힘이었다. 물론 전에도 언론을 통해 자주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그것도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서 이뤄지는 마녀사냥은 통제불능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에코체임버 이펙트(echo chamber effect)’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반향실 효과’다. 방송사에는 에코체임버라는 게 있다. 음향효과를 내는 곳이다.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채 특정 음향을 확대재생산한다. 현실에선 인터넷이나 유튜브 등 SNS가 에코체임버 역할을 한다. 자신들이 선호하는 정보만 반향실에 가둬 놓는다. 다른 정보는 얼씬도 못 하게 한다. 그들만의 정보가 확대재생산되면서 확증편향은 강화된다. 처음엔 연예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차츰 정치권에도 유입됐다. 좌우 진영으로 나뉘어 에코만 키울 뿐 다른 쪽 주장엔 귀를 닫았다. 태극기부대와 부정선거 주장이 그랬다. 천안함 오폭 주장과 조국수호론은 더 심했다. 법원이 아니라고 해도, 명백한 증거가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실종됐고 진영논리만 자리 잡았다. 우려스러운 것은 에코체임버 이펙트가 경제정책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는 논리이고 흐름이다. 최
2024.05.22 1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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