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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 사태’는 진행형이다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결국은 대파였다. 4·10 총선 얘기다. 국민의힘은 대파 때문에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파 덕분에 압승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억울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발언이 나온 것은 총선을 20여 일 앞둔 3월 18일.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에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분히 ‘대파값을 하나로마트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과 일부 언론의 편집은 달랐다. 뒤의 발언은 싹둑 잘라냈다. ‘대파값이 5000원을 넘나드는데 대통령은 875원이라고 한다’며 ‘도통 물가에는 관심이 없는 대통령과 정부’라고 몰아세웠다. 선전·선동에 능한 이들에게 대통령의 발언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던져준 격이었다. 대파 헬멧을 앞세운 요란한 ‘대파 챌린지’가 줄을 이었다. 열렬 지지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대파 혁명’으로 귀결됐다. ‘악마의 편집’에 당한 국민의힘으로선 기가 찰 일이다. 하지만 그리 억울해할 것도 없다. 국민들이 등을 돌린 이유는 천정부지처럼 오르는 물가였기 때문이다. 당시 사과 한 개는 1만원, 대파 한 단은 5000원을 넘나들었다. 장보기 겁난다는 비명이 쏟아지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선동이 먹혀들었을 뿐이다. 문제는 대파 사태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확대재생산되는 형국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 농산품, 공산품, 외식비, 배달료, 스트리밍서비스요금 등 오르지 않는 게 없다. 4월 19일 기준 배
2024.05.03 09: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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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감소를 횡재세로 메울수 있을까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유럽 중서부를 가로지르는 라인강변엔 유독 고성(古城)이 많다. 강물이 굽어지는 산 꼭대기에는 어김없이 고색찬란한 성이 자리 잡고 있다. 300개도 넘는다고 한다. 하필 왜 높은 산 꼭대기에 성을 지었을까? 군사적 요충지라서? 아니다. 세금을 걷기 위해서다. 라인강은 고대 로마시대부터 소금 등 생활물자를 수송하는 주요 통로였다. 라인강을 관리하던 신성로마제국이 13세기 들어 쇠퇴하자 지방 영주들이 ‘영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강변에 성이나 탑을 세우고 이른바 ‘통행세’를 걷었다. 상선 한 척이 라인강을 통과하려면 50번도 넘는 통행세를 내야 했다고 한다. 동네 조폭들이 근거도 없이 걷던 ‘자릿세’와 비슷하다. ‘강도 귀족(robber baron)’이라는 말도 이때 생겼다. 비단 라인강의 통행세만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다름 아닌 세금의 역사다. 인류가 농경생활을 시작한 이후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존재였다.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었다. 역사적으로도 별별 이상한 세금이 많았다. 공중화장실의 소변을 퍼갈 때 내야 하는 오줌세(로마), 집에서 토끼를 기를 때 부담해야 하는 토끼세(일본), 국민 비만을 막기 위한 감자칩세(헝가리), 거리에서 유방을 가리기 위해 내야 했던 유방세(인도), 해적질을 보장받는 대가로 내는 해적세(영국), 신부의 초야권을 영주에게서 뺏기지 않기 위해 내야 했던 초야세(중세 유럽), 포르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포르노세(이탈리아) 등 이름만 들어도 황당한 게 많다. 뭐든지 과하면 넘치고 넘치면 깨지는 법이다. 역사의
2024.04.30 0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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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큐, 젠슨 형!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2017년 초 세계 최대 전자쇼로 불리는 CES를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화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였다. AI와 결합한 완전 자율주행차가 10년 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첫선을 보인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콘셉트카는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하지만 그해 CES 주인공은 자동차 회사가 아니었다. 엔비디아(NVIDIA)였다. 정확히는 엔비디아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젠슨 황이었다. 그는 CES 첫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가죽 재킷에 검은 바지. 막 오토바이에서 내린 것 같은 특유의 옷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바탕으로 한 AI 개발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AI자동차용 슈퍼컴퓨터인 자비에(Xavier)를 선보이며 자율주행차의 두뇌라고 단언했다. 마치 엔비디아의 AI를 쓰지 않으면 자율주행차는 힘들 것이라는 투였다. 컴퓨터게임에 문외한이었던, 당연히 GPU의 중요성도 몰랐던 필자로서는 멍했다. 잘은 모르지만 엔비디아가 AI 시대를 견인할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2017 CES 리뷰’ 모임에 참석해서는 “무조건 엔비디아 주식을 사라”고 권했던 기억도 있다. 당시 주가는 100달러 안팎. 최근 900달러를 웃돌고 있으니 9배 넘게 뛰었다. 젠슨 황. 대만 출신으로 9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대만계 미국인. 1993년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를 설립한 뒤 1999년 세상에 없던 GPU를 선보였다. 지금은 AI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한 AI 시대 선구자다. 그런 그가 3월 19일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인 ‘GTC 2024’에 등장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유의 가죽 재킷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2024.03.22 09: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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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 배상이 ‘일회성 이벤트’일까?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역대 금융감독원장 중 이복현 원장만큼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은 없다. 검사 출신답게 직선적이다. 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 두리뭉실 넘어가지도 않는다. ‘맞다, 틀리다’를 분명히 한다. 최근만 해도 그렇다. NH투자증권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둘러싸고 말이 많을 때인 3월 초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에 대한 검사에 전격 착수했다.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에 대해 ‘마음대로 CEO 인사를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2023년 말 KB금융 회장 선임을 앞두고는 “후보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합리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는 말로 가르마를 타기도 했다. 이런 이 원장이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3월 13일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등 고난도 상품 판매와 관련해 당국이 면밀한 감독 행정을 하지 못했다”며 “감독 당국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극히 이례적이다. ‘소신’ 또는 ‘윽박지르기’가 먼저 떠오로는 그의 평소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금감원은 3월 11일 은행 등 판매사가 홍콩ELS 손실액의 23~50%를 배상토록 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금융사의 과실 여부, 개별 투자자의 특성을 따져 차등적으로 배상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총 배상 규모는 KB국민은행 1조원 등 2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배상 규모가 커 은행들의 건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장에서도 인정했다. 배상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을 비롯한 금융주는 증시에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배상 이슈가 주가에 선
2024.03.18 07: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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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도 없고 정영채와 김신도 가고…[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김신 SK증권 대표,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이들의 공통점은 많다. 증권사 장수 CEO(최고경영자)란 점이 우선 그렇다. 정 대표는 6년 동안 NH투자증권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증권사 CEO 경력만 14년이다. 박 전 대표는 증권사 첫 여성 CEO로서 5년간 대표를 지냈다. 이들이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뚜렷한 성과다. 나름대로의 일가를 이뤘다. 정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IB(투자은행) 전문가다. 주인이 바뀐 NH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로 뿌리를 내리는 데 공헌했다. 김 대표는 채권브로커 1세대다. 장외파생상품 쪽에서 명성을 날렸다. 미래에셋대우와 현대증권 CEO를 지냈다. 휘청거리던 SK증권을 일으켜 세운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리스크 관리와 자산관리(WM)를 두루 거쳤다. 직원들은 그의 꼼꼼함과 성실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이란 점이다. 이른바 ‘서울대 똥파리들’이다. 여의도 바닥에서는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을 포함해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4명이 일찍부터 유명했다. ‘이들이 여의도를 말아 먹을 것’이라는 얘기가 진작부터 돌았다. 이 중 박 전 대표는 2023년 말 퇴임했다. 정 대표와 김 대표는 3월 물러난다. 이들 외에도 82학번 증권사 CEO들도 이번에 물러났다. 작년 말 CEO 자리를 내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도 단국대 82학번이다. 삼성증권 CEO에서 물러난 장석훈 전 대표도 연세대 경제학과 82학번이다. 미래에셋대우 대표를 지냈고, 작년 말 미래에셋생명에서 퇴임한 변재상 전 대표도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82학번(서울대 법대) 증권맨이다. 똥파리라고 불리는 82학번. 베
2024.03.09 09: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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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카’를 포기한 애플에서 배울 점[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2000년 전후만 해도 미국 주재원을 했던 사람들의 귀국 이삿짐에는 소니 TV가 들어 있었다. 물론 뒤가 툭 튀어나온 ‘배불뚝이 TV(브라운관 TV)’였다. 부피도 크고 엄청나게 무거웠지만 주재원들은 애써 소니 TV를 이삿짐에 포함했다. ‘있어 보이는 집’의 상징처럼 여겨진 탓이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바이 등 미국 전자제품 양판점은 소니 TV로 채워지다시피 했다. 그후론 아니었다. 소니가 배불뚝이 TV를 고수하는 사이 삼성과 LG는 평면TV를 시작으로 새 제품을 내놓으면서 빠르게 TV시장을 장악했다. 애지중지하던 소니의 배불뚝이 TV는 처치곤란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렇게 소니는 잊혀지는 듯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또 달라졌다. 2023년 소니는 1조1700억 엔(약 10조40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999년 이후 24년 만에 삼성전자(6조5670억원)를 앞섰다. 물론 삼성전자가 일시적으로 부진했던 탓이긴 하다. 하지만 2013년 영업이익(265억 엔)에 비해 50배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보는 게 맞다. 세계 PC시장을 호령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PC에서 모바일로 변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면서 세계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으로 평가됐다. 역시 아니었다. 2023년 매출은 275조원으로 10년 전(113조원)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 시가총액도 애플과 1위를 다툴 정도로 강자의 위상을 되찾았다. 전자업계의 공룡인 두 회사가 화려하게 부활한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강력한 경영 리더십, 조직문화 개편, 선제적 M&A(기업 인수합병) 등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업구조 전환이다. 소니는 뿌리였던
2024.03.04 08: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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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더블로 가’다 보면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처음엔 ‘퍼주기’와 ‘깎아주기’ 경쟁인 듯했다.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려니 했다.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어서였다. 퍼주기가 현재에, 깎아주기가 미래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이었다. 아니었다. 4·10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 세금 깎아주기 못지게 퍼주기에도 진심으로 돌아섰다. 그러다보니 4·10 총선 공약경쟁은 ‘묻고 더블로 가’ 경쟁, ‘도플갱어식’ 경쟁이 됐다. 퍼주기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들고 나왔다. 기본소득제를 간판으로 내세운 정당답게 2023년 11월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후 초등돌봄 및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신혼부부 1억원 대출 후 원리금 차등 차감, 2~3자녀 출산 시 공공임대주택 제공, 8~17세 아동에게 월 20만원 지급,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 등을 공약했다. 출산을 장려하는 한편 청년 및 노인계층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거였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초 감세를 앞세웠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징벌적 상속세 완화 등을 약속했다. 세금을 깎아줘 기업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러던 여당이 퍼주기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야당에 맞서 ‘경로당 7일 점심제공’으로 판을 키우더니 간병비 급여화에 간호사가 간병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추가했다. 초·중·고생에게 연 100만원의 바우처를 제공하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야당
2024.02.16 09: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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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과 기아의 경우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메리츠금융그룹은 미꾸라지다. 업계에선 그렇다. 돈 되는 것만 콕 찍어 장사한다. 그런데도 각종 사고에서는 한발짝 비껴나 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엄청나게 취급하고도 95% 이상을 선순위 담보로 잡아 당장 큰 손실을 보지 않고 있다. 경쟁 회사로선 얄밉기 짝이 없다. 투자자에겐 다르다. 메기다. 기존 업계와는 색다른 영업방식을 구사한다. 증권업계와 보험업계의 판 자체를 바꾸고 있다. 증시가 바닥을 헤매고 있어도 메리츠금융 주가는 상승일로다. 2022년만 해도 1만원대에 맴돌던 주가가 2월 1일엔 7만원까지 올라섰다. 사상 최고다. 2023년 말(5만9100원)보다 18%, 통합 메리츠금융이 상장된 2023년 4월 25일(4만5600원)보다는 53% 올랐다. 시가총액은 14조원을 넘었다. 메리츠금융 주가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실적이 좋아서다. 여기에 최근 화두로 등장한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이 한몫했다. 메리츠금융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 100%를 확보했다. 두 회사를 상장폐지하고 통합 메리츠금융을 상장했다. ‘쪼개기 상장’을 남발하는 다른 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뿐만 아니다. 2022년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약속도 지키고 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5602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전량 소각했다. 2023년 3월과 9월엔 각각 4000억원과 2400억원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역시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업들과는 다르다. 메리츠금융 못지않게 최근 주목받는 게 기아
2024.02.05 15: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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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특혜논란, 포스코뿐이겠는가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4대 금융그룹 회장을 선출할 때면 온갖 소문이 넘쳐난다. 처음엔 ‘OOO 유력설, XXX 내정설’ 등 ‘카더라 통신’이 풍미한다. 3명 정도의 숏리스트가 발표되면 ‘△△△가 사외이사를 꽉 잡고 있어 유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외이사별 지지후보를 분석한 ‘지라시’도 나돈다. 사외이사 표를 얻기 위한 득표활동도 사뭇 치열하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사외이사들이 회장을 뽑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4대 금융그룹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회장을 선출한다. 회추위는 매번 ‘만장일치로 회장후보를 추천했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박빙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이 개입을 자제하고 초임 회장을 뽑을 땐 특히 그렇다. 2023년 초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2023년 말 KB금융그룹 회장을 선출할 때도 그랬다. 박빙이었다. 어렵게 회장이 된 사람들은 사외이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 사외이사를 물갈이한다. 최대 6년의 임기를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연임이나 3연임은 훨씬 쉽다. 사외이사가 회장을 선출하고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이른바 ‘셀프연임’이다. 비단 4대금융그룹만이 아니다. 주인 없는 대기업도 비슷하다. 2023년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둘러싸고 한바탕 홍역을 치른 KT와 최근 사외이사 특혜 시비 논란이 불거진 포스코 및 KT&G가 대표적이다(물론 CEO 선출 시기에 문제가 불거져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 회사 역시 사외이사가 CEO를 뽑는다. CEO로선 사외이사에 극진할 수밖에 없다. 최근 6
2024.01.27 14: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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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의 하나’를 무시한 홍콩ELS와 태영건설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태영건설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와 신탁을 이용한 돌려막기. 요즘 금융시장, 나아가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는 세 가지 문제다. 공통점은 많다. 자칫하면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시한폭탄 같은 사안이다. 관련 금융사와 건설사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기업은 물론 개인투자자까지 얽혀 있어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닮은 점은 ‘만의 하나’를 무시했다는 점이다. 점잖은 말로 리스크관리를 안 했다. 1월 12일까지 확정 손실액이 1000억원(손실률 50% 안팎)을 넘은 홍콩 ELS는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데자뷔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2021년부터 만기 3년의 홍콩 ELS를 팔았다. 19조3000억원이나 된다. 이 중 10조2000억원이 상반기 만기다. 손실률을 50%로 잡으면 5조원가량의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50% 손실이라니?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홍콩H지수를 맹신했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이전 10여 년 동안 1만 안팎을 오르내렸다. 그해 2월엔 1만2229까지 올랐다. 금융회사들은 “중국이 망하지 않는 한 주가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입을 권유했다. 그런데 웬걸. 정반대였다. 홍콩H지수는 2021년부터 내리막을 타더니 급기야 반토막(1월 17일 5130) 나고 말았다. “미·중 관계가 이렇게 악화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는 게 금융회사들의 하소연이다. ‘만의 하나’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독일 국채금리가 -0.2% 아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고 판매를 독려했다가 최대 98%의 원금
2024.01.22 10: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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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과 존 디어의 닮은 점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로레알(L’Oreal)과 존 디어(John Deere). 얼핏 보면 닮은 점이 거의 없다. 굳이 찾자면 100년 이상 된 기업이자 업계 최고 기업이라는 점이다. 로레알은 1909년 설립됐다. ‘랑콤’ 등 37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이다. 존 디어의 역사는 더 오래됐다. 1837년 설립된 세계 최대 농기계 회사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닮은 점이 많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혁신 노력은 ‘지구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쇼’라 불리는 ‘CES’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월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 중 하나는 로레알이었다.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는 화장품 회사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주제인 이번 전시회에서 화장품회사가 기조연설을 맡다니 좀 생뚱맞은 듯했다. 아니었다. 이에로니무스는 ‘뷰티 지니어스’라는 챗봇을 들고 나왔다. 챗봇은 이에로니무스에게 “오랜 비행으로 피부가 건조해졌다”며 수분크림을 추천했다. 사용자의 피부 톤을 분석해 가장 적합한 화장품과 화장 방법까지 제안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에로니무스는 “2018년부터 37개국에서 쌓아온 10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에 도전하고 있다”며 “뷰티 지니어스는 개인에게 맞는 최고의 뷰티 루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존 디어는 2023년 CES의 주인공이었다. 농기계 업체로는 처음으로 CES 기조연설을 맡았다. 존 메이 CEO는 로봇 기반 자율주행 비료살포기인 ‘이그잭
2024.01.15 07: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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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의 ‘역동경제’ 방향은 잘 잡았지만…[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천재스타일이다. 필자가 아는 한 그렇다. 비단 서울대 법대(82학번)를 수석졸업해서가 아니다(82학번 서울대 법대 수석입학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짧은 시간에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걸 자기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빼어나다. 오랜 관료생활을 통해 현실감각도 구비했다. 정무감각도 괜찮다. 거대 야당을 어떻게 상대할지와 어느 정도의 추진력을 보일지가 의문이지만 경제부총리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고 본다. 최 부총리가 키워드로 내세운 건 ‘역동경제’다. 무엇인가 했더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두 가지 면에서 역동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거였다. 하나는 기존 경제구조에서의 역동성 확보고, 다른 하나는 이동의 역동성 확보였다. 첨단기술 발전, 구조개혁, 공정한 룰을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빈곤층은 중산층으로,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읽혀졌다. 그는 이를 위해선 “혁신과 연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새로울 것도 없다.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이명박 정부), 창조경제(박근혜 정부), 소득주도성장(문재인 정부)처럼 지향점이 딱 와닿지도 않는다. 최경환 전 부총리처럼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엔 아직은 어설프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보여주기식 경제 슬로건을 싫어한다. ‘노(no)브랜드가 윤석열 정부의 브랜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시장과 민간 중심의 경제운용과 함께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2024.01.05 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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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이 지금 전쟁중이라고?[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신한금융그룹은 임기 만료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9명을 지난 12월 19일 전원 연임시켰다. 아주 이례적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예측 불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진옥동 회장은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 CEO 전원을 연임시켰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금 전쟁 중이라는 얘기가 된다. 맞는 말일까. 따져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계열사인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곳곳에 전선이 형성돼 있다. 상대는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일임형 랩어카운트(랩), 해외대체투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등이다. 한 가지도 버거운데 상대가 여럿이니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비단 신한금융만이 아니다. 4대 금융그룹 모두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만기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2021년 홍콩H지수가 1만2000을 넘나들 때 팔았던 ELS 만기가 내년 초부터 돌아온다. 홍콩H지수는 6000을 밑돌고 있어 3조원 이상 손실이 불가피하다. 내년 상반기 만기물량(9조2000억원) 중에선 KB국민은행이 4조7730억원으로 가장 많다. NH농협은행(1조4830억원)과 신한은행(1조3770억원)도 1조원이 넘는다. 은행들은 “불완전 판매는 없었다”고 강변한다. 투자자들은 펄쩍 뛴다. “원금손실은 없다”는 은행들에 속았다고 주장한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콩 ELS에 투자한 사람 중 48%가 60세 이상이다. 90대 이상에게도 91억원어치를 팔았다. 투자자들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밖
2023.12.26 08: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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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플레이션’ ‘체인지플레이션’은 꿈일까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오레오 쿠키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다. 고소한 초코 쿠키 사이에 달콤한 크림을 넣어 만든다. 첫선을 보인 것은 111년 전인 1912년. 매년 100여 개국에서 400억 개가 팔린다고 한다. 오레오 쿠키가 11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논란에 휩싸였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는 뜻의 ‘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다.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질 가격을 올리는 ‘꼼수 인상’을 의미한다. 미국의 한 소비자가 오레오 쿠키를 사서 평소처럼 우유에 담그기 위해 쿠키 사이 크림에 포크를 찔렀는데 쿠키가 깨져 버렸다. 전보다 크림이 적어 포크가 들어가지 않았던 탓이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크림의 양이 줄었다고 지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논란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최대 슈링크플레이션 스캔들’이라고 전했다. 다소 생소했던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국내에서도 한창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공식품 272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풀무원은 한 봉지에 5개씩 넣던 모짜랄레 핫도그를 4개로 줄였다. 동원F&B는 양반참기름김 1봉지 무게를 5g에서 4.5g으로 줄여 10% 인상효과를 봤다. CJ제일제당의 백설그릴비엔나(2개 묶음 상품), 해태의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등 친숙한 제품도 많다. 일부 기업은 용량 변경 사실조차 고지하지 않았다. 비단 슈링크플레이션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업체들이 값을 올린다는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외식값이 올라 점심 먹기 힘들다는
2023.12.18 1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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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출신 김용범과 시장출신 김용범 [하영춘의 경제이슈 솎아보기]
경제계에는 꽤나 유명한 두 명의 김용범이 있다. 한 명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김용범(61)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다. 다른 한 명은 자본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김용범(60)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다. 필자가 아는 두 사람은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 관료출신 김용범은 국내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다(필자가 아는한 그렇다). 관료와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 경험, 엄청난 학구열 덕분에 국내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 화술은 더 뛰어나다. 예를 들어가며 완벽한 논리를 구사한다. 제도를 만들어본 만큼 자신감도 넘친다. 어설픈 지식으로는 쉽게 반박하지 못한다. 시장출신 김용범도 시장을 읽는 통찰력과 확고한 철학은 관료출신 김용범에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좀체 표현을 안 한다. ‘관료와 규제’라는 시장 포식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장참여자 특유의 주의깊음이 몸에 밴 탓이려니 한다. 두 김용범은 판이한 환경에서 나름 ‘일가(一家)’를 이뤄왔다. 이유야 많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공통점은 하나다. 혁신과 도전이다(너무 진부한 말 같기는 하다) . 관료출신 김용범부터 보자. 30년 넘게 금융위원회 주요 보직을 섭렵한 정통 모피아다. 하지만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기존 모피아들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무엇보다 시장을 존중한다. 성장사다리펀드 프라이머리CBO 등 중요 정책을 입안하거나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짜면서도 시장이 망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뒀던 걸로 기억한다. 2017년 암호화폐(가상자산) 광풍이 불때도 그랬다. 암호화폐 문제가 정
2023.12.11 08: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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