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플레이션’ ‘체인지플레이션’은 꿈일까 [하영춘의 경제 이슈 솎아보기]
오레오 쿠키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다. 고소한 초코 쿠키 사이에 달콤한 크림을 넣어 만든다. 첫선을 보인 것은 111년 전인 1912년. 매년 100여 개국에서 400억 개가 팔린다고 한다.

오레오 쿠키가 11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논란에 휩싸였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는 뜻의 ‘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다. 제품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질 가격을 올리는 ‘꼼수 인상’을 의미한다. 미국의 한 소비자가 오레오 쿠키를 사서 평소처럼 우유에 담그기 위해 쿠키 사이 크림에 포크를 찔렀는데 쿠키가 깨져 버렸다. 전보다 크림이 적어 포크가 들어가지 않았던 탓이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크림의 양이 줄었다고 지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논란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최대 슈링크플레이션 스캔들’이라고 전했다.

다소 생소했던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국내에서도 한창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공식품 272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 사이 37개 상품의 용량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풀무원은 한 봉지에 5개씩 넣던 모짜랄레 핫도그를 4개로 줄였다. 동원F&B는 양반참기름김 1봉지 무게를 5g에서 4.5g으로 줄여 10% 인상효과를 봤다. CJ제일제당의 백설그릴비엔나(2개 묶음 상품), 해태의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등 친숙한 제품도 많다. 일부 기업은 용량 변경 사실조차 고지하지 않았다.

비단 슈링크플레이션만이 아니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업체들이 값을 올린다는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 외식값이 올라 점심 먹기 힘들다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공연 등을 관람하기 위해 큰돈을 지출한다는 펀플레이션(funflation) 등 조어들이 넘쳐난다. 가히 ‘~플레이션’ 홍수시대다. 그만큼 물가상승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전에도 ‘~플레이션’은 많았다. 주로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상품 등을 활용한 조어가 대부분이었다. 밀크플레이션, 에그플레이션, 펫플레이션, 팁플레이션 등이다. 최근엔 물건값을 올리는 방법을 빗댄 조어가 많다. 돈이나 시간을 지나치게 아낀다는 ‘skimp’를 활용한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도 그중 하나다. 가격과 중량을 유지하는 대신 품질을 떨어뜨려 값을 올리는 걸 말한다. 오렌지주스의 과즙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추거나 치킨 튀김용 기름을 올리브유에서 값싼 튀김기름으로 바꾸는 식이다. 묶음가격을 낱개 가격보다 비싸게 하는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과 공짜로 제공되던 부대서비스에도 돈을 받는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플레이션’이 새해에 온다. 다름 아닌 일렉션플레이션(electionflation)이다. 총선을 앞두고 ‘달빛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벌써부터 선심성 공약이 쏟아진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공약을 지키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뿌려져야 한다. 장기적이면서 구조적으로 물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도 단기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정말 무서운 일렉션플레이션이다.

곧 2024년 새해다. 새해엔 일렉션플레이션보다 급여가 많이 오르는 샐러리플레이션(salaryflation)이나 총선에서 구태 정치인이 확 물갈이되는 체인지플레이션(changeflation), 출산율이 껑충 뛰어오르는 베이비플레이션(babyflation)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뤄질 수 없겠지만, 새해 소망인데 뭔들 빌지 못하랴.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