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들고 나왔다. 기본소득제를 간판으로 내세운 정당답게 2023년 11월 ‘간병비 급여화’를 총선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후 초등돌봄 및 아이돌봄서비스 확대, 신혼부부 1억원 대출 후 원리금 차등 차감, 2~3자녀 출산 시 공공임대주택 제공, 8~17세 아동에게 월 20만원 지급,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 등을 공약했다. 출산을 장려하는 한편 청년 및 노인계층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거였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초 감세를 앞세웠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징벌적 상속세 완화 등을 약속했다. 세금을 깎아줘 기업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러던 여당이 퍼주기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야당에 맞서 ‘경로당 7일 점심제공’으로 판을 키우더니 간병비 급여화에 간호사가 간병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추가했다. 초·중·고생에게 연 100만원의 바우처를 제공하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야당이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를 무상제공하는 ‘출생기본소득’을 공약한 데 대해서는 소득 상위 20%를 뺀 모든 대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맞섰다.
민주당도 지지 않았다. 여당이 경기 수원 등 일부 구도심 철도 지하화를 내놓자, 한술 더 떠 지하철과 GTX를 포함한 전국 철도의 ‘예외 없는’ 지하화를 선언했다. 설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이 중소·중견 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해 76조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하자, 야당은 ‘소상공인 내일채움공제’ 등을 약속했다.
물론 따져보면 다 필요한 내용들이다. 국가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출산장려를 위해 더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마땅하다. 노령화시대에 노인 맞춤형 복지도 확충하는 게 맞다. 전국 모든 철도의 지하화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문제는 재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월 13일까지 발표된 여야의 주요 복지 공약 실행에 소요되는 예산을 집계한 결과 정부·여당 연간 28조원, 더불어민주당 연간 45조원 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를 어떻게 운용하고, 연금·노동·교육 분야를 어떻게 개혁해 재정지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릴 것인지 등에 대한 청사진은 내놓치 않는다. 다분히 ‘총선에서 이기면 그만’이라는 속내가 깔려 있다.
그렇지 않아도 2023년 세수는 역대 최대(56조원)로 펑크 났다. 올 국가채무는 12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복지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소득의 40%를 평생 내야 한다고 한다. 재원조달 계획 없는 ‘묻고 더불로 가’ 공약은 이들에게 추가 부담을 안겨주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영화 ‘타짜’에서 “묻고 더블로 가”를 외쳤던 곽철용(김응수 역)은 결국 사망했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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