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가 키워드로 내세운 건 ‘역동경제’다. 무엇인가 했더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두 가지 면에서 역동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거였다. 하나는 기존 경제구조에서의 역동성 확보고, 다른 하나는 이동의 역동성 확보였다. 첨단기술 발전, 구조개혁, 공정한 룰을 기반으로 한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빈곤층은 중산층으로,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읽혀졌다. 그는 이를 위해선 “혁신과 연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새로울 것도 없다. 과거 정부의 녹색성장(이명박 정부), 창조경제(박근혜 정부), 소득주도성장(문재인 정부)처럼 지향점이 딱 와닿지도 않는다. 최경환 전 부총리처럼 ‘초이노믹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엔 아직은 어설프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보여주기식 경제 슬로건을 싫어한다. ‘노(no)브랜드가 윤석열 정부의 브랜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시장과 민간 중심의 경제운용과 함께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3대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구조를 확보하는 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추경호 경제팀도 이런 기조에 맞춰 조용히 일해왔다. 이러는 사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 하면 ‘카르텔 타파’, ‘킬러 규제 혁파’ 정도가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 부총리가 비전으로 내세운 역동경제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3대 개혁이나 카르텔 타파는 과거 정부가 하지 못한 걸 하겠다는 의지일 뿐 비전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역동경제의 밑그림을 어떻게 촘촘히, 그리고 얼마나 야무지게 실천하느냐다. 그는 부총리에 내정된 후 첫마디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얘기했다.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의미다. 실제가 그렇다. 그 앞에는 민생경제 회복, 물가안정, 수출회복기조 유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가계부채 관리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공매도 금지와 금융투자세 폐지 등 논란거리도 많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도 포퓰리즘적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세수 감소 등으로 그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도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중장기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마침 최 부총리는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역동경제 구현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론 “그린벨트·농지·산지 등 3대 입지규제 개선,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R&D(연구개발) 혁신,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구축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상반기 중 역동경제 로드맵을 제시하고 분야별 세부 추진과제도 순차적으로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많이 들어봤던, 뻔한 백화점식 나열 같지만 말로만 역동경제를 외치는 게 아닌 건 분명해 보였다. 얼마나 추진력을 갖고 실천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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