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 / 1998년 / 386쪽 / 9천5백원

「경제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져볼만한 고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 분야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특히 아무 책이나 들고 시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제학의특성상 기초적인 지식과 전체적인 흐름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본격적인 탐구에 나서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경제학 태동 이후 지금까지 경제학을 이끌어온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쓴 그들의 대표작들을 간추려 모았다. 중상주의시대 윌리엄 페티의 <정치산술(Political Arithmetick) designtimesp=8339>에서부터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designtimesp=8340>을 거쳐 오늘날 조지프 E. 스티글리츠의 <미시경제학(Economics) designtimesp=8341>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88권의 책을 엄선하여 시대별로 열거하고있다.여기에는 경제학자들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경제사상을바탕으로 전개한 이론의 핵심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저자의이력을 포함한 학문적 배경까지도 자세하게 기록, 독자들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각 책의 역사적 의의와 경제학에서의 위치 등을 살펴보는데 손색이 없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경제학 입문자들 입장에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경재학 관련주요 용어는 그때그때 따로 주를 달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경제입문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이 책은 처음부터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쓰여진 것이 아니다. 주제가 따로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 관심 영역이 다방면에 걸쳐 있어 경제학설의 다양한 면을 읽을 수 있다. 이 점은 독자들에게 어디서부터 읽더라도 상관없도록 만든다. 특히 독자에 따라 관심분야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골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어쨌든 소설을 읽듯이 처음부터 글이 실린 순서에 맞춰볼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예를 들면 자유주의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애덤스미스-존 스튜어트 밀-알프레드 마셜-프랭크 하이네먼 나이트-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폰 하이에크-밀턴 프리드먼의 순으로 읽을 수 있을것이다. 반면 재야 경제학자에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경우는 장 샤를 레오나르 시스몽디-소스타인 번드 베블런-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카를 군나르 뮈르달의 차례에 맞춰 하나하나 독파해 나갈 수도있을 것이다.협의의 경제이론에만 기울어지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도 발견된다.독자들이 편식하지 않도록 특정분야 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내용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학파(프리드리히 리스트-구스타프슈몰러-막스 베버) 학자들의 책과 제도학파의 계보(베블런-존 로저스 코먼스-갤브레이스)를 잇는 학자들의 책을 골고루 소개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할수 있다. 또 이론가라고는 하지만 역사와 사회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명저, 예컨대 존 리처드 힉스의 <경제사의 이론 designtimesp=8350>과 요제프 알로이스 슘페터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designtimesp=8351>도 수록해놓고 있다.경제학의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반복의 역사다. 특정한 사상이유행했다가 사라지고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케인즈에 의해 부정되었던 「세(Say)의 법칙」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측면의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이 유행하면서 다시 각광을 받은 일은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만하다. 갤브레이스는 『이전 경제사상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라는말을 남기기도 했다.이 책이 갖는 또 다른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경제사상과 이론을 접하다 보면 경제학이 어떤 경로를 거쳐 발전해왔는지 일목요연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의경제학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