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새 아파트와 시세 비교는 필수…재건축 임박해 사면 불리

개포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청약 열풍을 계기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투자가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가구는 분양가가 3.3㎡(1평)당 4495만원인데도 불구하고 전 평형이 33.6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청약된 것이다.

인기가 있는 일부 평형은 무려 78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개포 지역 재건축 투자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남권 재건축이라는 희소성 때문이다.
 ‘33.6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로 이목을 집중시킨 개포 주공 2단지의 철거가 한창이다. 한국경제신문
‘33.6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로 이목을 집중시킨 개포 주공 2단지의 철거가 한창이다. 한국경제신문
그러면 강남권 재건축이 왜 투자 가치가 있는지 먼저 살펴보자. 어떤 섬나라에 집이 100채, 돈이 100억원 있다고 가정하자. 섬나라는 닫힌 경제를 상징한다. 돈이 흘러나가지도, 흘러 들어가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이때 이 돈이 모두 집을 사는 데만 사용된다면 집 한 채의 평균가는 1억원이 될 것이다.

◆가치 있는 땅에서 재건축 수요는 꾸준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 섬나라에서 흘러 다니는 돈이 200억원으로 늘었다면 평균 집값은 어떻게 될까. 200억원 나누기 100채를 하면 2억원이 될 것이다. 이처럼 어느 나라의 통화량이 증가하면 집값은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집값이 오른다는 의미다.

섬나라의 집값이 두 배 올랐던 것은 통화량이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나는 동안 주택 수가 100채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주택이 계속 공급되기 때문에 통화량 증가가 그대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대상이 땅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땅은 추가 공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새만금과 같이 간척 사업으로 땅이 공급되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국토 면적과 비례해 보면 미미한 수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추가 공급 가능성이 없는 땅이야말로 최적의 투자처로 볼 수 있다. 희소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땅 투자에는 치명적인 한계점이 있다. 땅의 가치는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땅은 그 쓰임새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땅은 아무나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제적 가치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땅이라는 것은 그 활용도에 따라 가치가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입지가 좋은 지역에 새 아파트를 지을 땅이 있다고 하면 이 땅은 인기가 있을까, 없을까. 부동산에서의 경쟁력은 입지이고 게다가 실수요자들은 새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입지가 좋은 곳에 새 아파트를 지을 땅에는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재건축 투자다. 낡은 건물은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그 건물이 깔고 있는 땅, 다시 말해 대지 지분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이 몰릴수록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재건축 투자라고 해서 모두 이익이 나는 것은 아니다. 이익이 나는 구조가 됐을 때 투자해야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지 재건축이라고 무조건 이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추가 부담금은 변수에 넣지 않아도 무방

중요한 것은 주변 새 아파트 시세와 낡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현 시세다. 주변 새 아파트의 시세가 중요한 이유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재건축되더라도 인근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평형의 인근 새 아파트의 시세가 10억원 정도인데, 재건축으로 지어지는 아파트라고 5억원이 되거나 20억원이 되는 경우는 없다. 집값은 그 지역의 입지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근에 들어선 새 아파트의 시세가 높게 형성되면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가면서 인근 낡은 아파트 값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분양에 성공한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마찬가지다. 개포동 주변에는 새 아파트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 후 수익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기껏 비교해 봤자 2006년 입주한 도곡 렉슬아파트 정도인데,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시세가 11억5000만원에서 12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도곡동과 개포동의 입지 차이나 추가 부담금을 감안하면 개포 재건축 투자수익률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작년까지는 시세가 그리 높게 형성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작년 가을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가 입주하면서 상황이 크게 변했다.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매매가가 15억원 정도, 전셋값이 11억원 정도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치동과 개포동의 입지 차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시세 차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청약 열풍을 불러온 것이다.

인근 새 아파트의 시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낡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매수가다. 인근 새 아파트 값이 비쌀수록, 또 본인이 투자하려는 낡은 아파트 값이 쌀수록 투자 수익이 커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낡은 아파트를 싸게 사지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싸면 사지 않는다.

쌀 때 사야 투자 수익이 나는데, 왜 대중은 쌀 때 사지 않고 가격이 오르면 살까.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쌀 때는 재건축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다. 단지 내부의 문제일 수도 있고 정부의 규제 강화 때문일 수도 있고 경기 침체가 원인일 수도 있다.

아무튼 재건축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매수세가 줄어들고 매도세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싸게 살수록 수익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어느 세월에 재건축이 되겠는가’ 하고 외면하는 것이다.

반대로 재건축이 임박하면 매수세가 늘고 매도세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시세가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투자하면 수익은 크게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손실을 보기도 한다.

실제로 강동구에서 내년에 입주를 앞두고 있는 모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보다 몇 천만원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 단지에 투자한 사람도 예전에 투자했다면 수익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입주권을 샀거나 일반 분양을 받은 사람은 손해가 난 것이다.

입주가 바로 되는 것이 싸면 얼마나 좋으련만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로 리스크 로 리턴(high risk high return, low risk row return)’의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이 재건축 시장이다. 결국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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