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22일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는가(Is South Korea’s economic miracle over?)’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보도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6.4%로 성장했던 경제 성장률은 2020년대 평균 2.1%로 내려앉았고, 한국은행은 지난해 2030년대 0.6%, 2040년대부터는 연평균 0.1%씩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경제 성장률 둔화의 원인으로 ‘값싼 에너지’와 ‘노동력’에 의존했던 기존 모델이 효력을 다했다는 점을 꼽았다. 정부가 국영 에너지 독점기업인 한국전력에 1500억 달러(약 200조원) 부채를 부가하며 에너지 가격을 낮춰온 점, 저출산 위기로 인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노동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어진 점을 강조했다. 2050년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대비 35% 가까이 감소해 국내총생산(GDP)이 28%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 각계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 구조는 여전히 모방을 통해 선진국을 뒤쫓는 모델로 197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적이었기에 개혁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상목 재무부 장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성장모델을 고수하면 한국 경제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서울대 행정대학원 경제학과 박상인 교수는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이 개발하는 칩과 리튬이온 배터리 등 기술 상용화에 강점이 있지만, 새로운 기초기술 개발에 소홀하면 중국의 추격에 따라잡힐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주요 기술분야 120개 중 한국은 2012년 36개 항목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2020년 4개 항목으로 급격히 줄었다. 또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첨단 기술 제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이후인 2005년과 2022년 사이에 한국이 수출분야에 새로 진입한 분야는 디스플레이 하나에 그친다고 전했다.
생성형AI 붐에 맞춰 기존 강점인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다시 산업의 부흥을 이끌 것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쉽지 않은 도전일 것이라 덧붙였다. FT는 2019년 발표된 용인 메가 클러스터 개발을 소개하며 2027년 완공 이후에는 숙련된 노동자 확보나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나영 인턴기자 ny92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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