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내진 설계 강화로 ‘고기능성 파일’ 수요 증가…대림C&S 점유율 47%
사양길 ‘콘크리트파일’, 지진 공포에 다시 뜬다
[정리=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그간 ‘콘크리트파일’은 사양산업의 대명사였다. 콘크리트파일은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도록 도와주는 기초 건자재다. 쉽게 말해 ‘콘크리트로 만든 말뚝’이다. 대표적인 건축자재인 콘크리트파일은 국내 건설업계의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한동안 국내 건설시장에서 비중이 높았던 주택공급의 안정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토목 수주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2015년 토목 수주는 43% 늘며 7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저금리로 투자 대상이 마땅하지 않았던 금융회사의 투자 촉진과 재정 확대 정책으로 향후 3~4년간 건설 수주는 2015년 134조원 대비 소폭 감소한 120조원 내외를 유지할 전망이다. 끝난 줄 알았던 콘크리트파일의 부활이다.


◆내진 설계 건물 18.4% 불과

국내 콘크리트파일 시장은 2011년까지 금융 위기의 후유증으로 공급과잉을 겪다가 2012년부터 분양 증가에 힘입어 회복기를 맞이했다. 출하량은 2014년 600만 톤에 이어 2015년 665만 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6년 출하량은 675만 톤으로 예상된다. 우려와 달리 최근 인프라 사업 확대로 2017~2018년에도 680만~690만 톤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축 시장의 쇠퇴로 콘크리트파일 총량이 점차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한정된 건자재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능’을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 결국 ‘고기능 파일’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고기능 파일 중에서도 일반 파일에 비해 가격이 10~20% 이상 비싼 초고강도·대구경 파일이 각광받고 있다. 2015년 콘크리트파일 시장 규모는 650만 톤을 기준으로 9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고기능 파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7.8%에 그쳤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 고기능 파일의 비율은 이미 11.3%로 높아졌고 연간으로는 15%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 발생한 지진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1948년 후쿠이 지진 이후 전 국토에 리히터 규모 5.0 이상을 견디도록 모든 건물에 내진 설계를 도입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로 콘크리트파일 업종이 장기 성장을 이뤘다.

한국은 그간 지진대에 자리한 주변국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 1990년대 지진 발생 횟수는 연평균 26회였지만 2000년대 44회, 2016년에는 여진을 포함해 493회로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국의 건축물 중 내진 설계로 지어진 건물은 18.4%에 불과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와 관련한 규제들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21일 건물 구조 안전을 강화하는 건축법을 개정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입법 예고했다.


◆일반 제품보다 수익성 2배 높아

이에 따라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을 현행 3층 이상(또는 총면적 500㎡ 이상)에서 2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했다. 실질적으로 모든 건물에 의무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초고강도·대구경 콘크리트파일의 투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고기능 파일 비율이 2020년까지 일본의 절반 수준으로 상승한다면 국내 건설투자 감소를 가정해도 콘크리트파일 시장은 연평균 3%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는 23개 콘크리트파일 업체가 연간 650만 톤의 파일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초고강도 파일을 생산하는 업체는 불과 7개사에 불과하고 그중 3~4곳만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콘크리트파일 공장은 인허가가 어렵고 투자비가 크기 때문에 증설이 쉽지 않다.

대형 건설사는 대규모 파일 물량을 적시에 납품할 수 있는 상위 업체 위주로 발주하기 때문에, 업계 1위 대림C&S, 2위 아이에스동서, 3위 동양파일 3개사가 시장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림C&S는 초고강도(110Mpa이상) 파일과 대구경 파일(700~800구경) 등 고기능 파일 시장의 47%를 점유해 압도적이다. 타 기업들이 설비를 보강해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양길 ‘콘크리트파일’, 지진 공포에 다시 뜬다
대림C&S 매출의 60%는 콘크리트 파일에서, 40%는 스틸 강교에서 발생한다. 스틸 강교는 도로나 철도 교량의 상부 구조를 이루는 철 구조물을 일컫는다. 대림C&S는 현재 스틸 강교 국내 시장점유율 57%로 압도적인 1위다.

향후 대림C&S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일반 파일보다 수익성이 2배 정도 높은 고기능 파일의 비율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 여부다. 대림C&S는 2015년 19.7%였던 고기능 파일 비율을 2016년 28%, 2020년 45%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