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따라잡기②]
해외 주식 투자, 미국·중국 중심에서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확대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세계는 넓고 투자할 곳은 많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는 모두 249개국.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 15위 시장이다. 하지만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2%에 불과하다. 국내 주식시장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98%의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해외 주식시장만 해도 30여 개국에 달한다.

◆해외 주식거래, 신한·삼성 ‘28개국’ 최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은 국가와 해외 주식거래가 가능한 곳은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현재 해외 주식거래 잔액 기준으로 1, 2위를 다투는 곳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조3000억원에 달하며 신한금융투자는 4월 말 기준으로 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증권사 모두 28개국, 4만 개 이상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에서 거래할 수 있는 국가는 벨기에·포르투갈·핀란드 등 유럽 국가를 포함해 아프리카 대륙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까지 인프라가 뻗어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겹치는데 삼성증권에서는 중남미 국가인 멕시코 증시에 투자가 가능하며 신한금융투자에서는 카자흐스탄이 거래 가능 국가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중국 시장을 많이 찾는 만큼 벨기에·핀란드 등의 국가에 투자하는 곳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들 국가의 거래 매매 시스템 구축은 향후 지속적으로 해외투자 범위를 넓혀 가기 위한 ‘거점 확보’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에서도 모두 27개 국가의 해외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 두 증권사는 미국·아시아·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장해 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노르웨이 주식시장의 거래가 가능한 것이 눈에 띈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이 25개국, 미래에셋대우가 24개국, 하나금융투자가 17개국과 주식 매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럽의 조세 회피처’로 잘 알려진 룩셈부르크 시장에 투자가 가능하며 중동 지역의 아랍에미리트도 다른 증권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시장 중 하나다.

최근 ‘글로벌 브로커리지’를 내세우며 해외 주식거래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4월 말 기준 해외 주식거래 잔액이 1조288억원으로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국·중국·신흥국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기본이 되는 시장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해외 주식 매매 인프라를 넓혀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쏠림 현상’ 해소해야

이처럼 다양한 나라에 투자가 가능하지만 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대부분이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 쏠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방에서 ‘카자흐스탄’ 주식 사는 시대 왔다
5월 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수록된 2016년 지역별·통화별 국제 투자 대조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증권 투자가 가장 많은 곳은 예상대로 미국(1397억 달러)이었다.

2016년 전체 해외 주식거래 대금의 58.7%를 차지한다. 2015년(50.7%)보다 오히려 비율이 높아졌다. 2016년을 기준으로 국가별 거래 대금의 비율은 홍콩(16.4%)·중국(6.8%)·일본(4.4%)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2016년 4분기를 기준으로 미국·홍콩·중국·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주식거래가 이뤄진 나라는 베트남(2024만 달러)이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신흥국 시장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매력으로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눈도장을 찍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이들 신흥국 시장의 ‘온라인 매매 거래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도 경쟁이 불붙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6월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주식시장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 인도네시아 증시의 온라인 매매가 가능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두 곳이다. 베트남 증시의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곳은 신한금융투자다. 지난해 10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는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에서도 베트남 증시의 온라인 매매 서비스가 가능하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국내 증권사를 통한 주식 매매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상흔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책임연구원은 “무엇보다 이들 국가에 대한 주식 투자 정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투자 대상이 많아질수록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보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자 대상국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의 보다 정교한 ‘시장 분석’이 뒷받침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다.

◆이색 국가 추천 종목-미국·중국 말고 ‘여기’도 있다

해외 주식의 묘미는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외투자 4대 국가로 일컬어지는 미국·중국·홍콩·일본 증시 외에 도전해 볼만한 투자처는 어디가 있을까.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해외상품부의 도움을 받아 ‘이색 국가들의 추천 종목’을 소개한다.

1)뉴질랜드 ‘A2밀크’

호주에서 1600km 떨어진 뉴질랜드는 인구(460만 명)는 적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8066달러에 달하는 나라다. 전체 국토의 54%가 목초지인 뉴질랜드는 세계 1위 유제품 수출국이다. 특히 청정 자연에서 생산한 낙농품은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A2밀크’는 무단백 고급 우유를 생산하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낙농업 업체다. 2015년 중국의 가짜 분유 사태로 주목 받으며 매출이 2015년 1296억원에서 2016년 2763억원으로 2배 넘게 뛰어올랐다.

주가 또한 2015년 0.5뉴질랜드 달러에서 2017년 4월 말 3.5뉴질랜드 달러까지 700% 상승했다. A2밀크는 지난 4월 호주와 뉴질랜드에만 판매했던 분유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기로 결정했고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의 매출이 올해 41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 덴마크 ‘베스타스’

전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인구 565만 명)는 1인당 GDP가 5만3243달러인 국가다. 덴마크에는 생각 외로 우리가 알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이 많다. 세계 최대 완구 제조업체인 ‘레고’, 전 세계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의 50% 이상을 공급하는 ‘노보노디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풍력발전에서도 강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연안에서 대서양으로 부는 강한 편서풍이 풍력발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줘 현재 전체 전력 수요의 절반 이상을 풍력으로 대체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가장 돋보이는 회사는 ‘베스타스 윈드’다.

베스타스는 세계 최고의 풍력에너지 업체로 덴마크 풍력에너지 산업의 중심이다. 베스타스의 주가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급락했지만 2016년 12월 400크로네에서 지난 5월 10일 617크로네로 50% 이상 상승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2조4000억원이며 예상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이다.

3)콜롬비아의 ‘방콜롬비아’

인구 4700만 명의 중남미 국가인 콜롬비아는 1인당 GDP가 5623달러에 달한다. 주식시장 규모는 작지만 고성장 국가로 꼽히고 있다. 2011년 6%를 넘어서던 경제성장률은 이후 유가 하락과 함께 3~4%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콜롬비아 정부가 좌파 반군과 평화협정을 맺음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매년 1~1.5%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콜롬비아(Bancolombia S.A.)’는 콜롬비아의 최대 상업은행이다.

예탁금을 유치하고 소매·상업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최근에는 모바일 송금 시스템을 비롯한 ‘모바일 금융’에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콜롬비아·파나마·케이맨제도·푸에르토리코·엘살바도르 등 세계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