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학 박사 출신 전략통…감성 혁신·라인업 재편 전략 빛 발해

[비즈니스 포커스] ‘G3’로 LG전자 부활 주역 된 박종석 사장
LG전자가 오랜만에 웃었다. 그것도 한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휴대전화 덕분이다. G3 등 스마트폰의 상승세로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사업부가 4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올 2분기 LG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끌었다. 휴대전화 사업이 살아나면서 LG전자 전체 성적도 개선됐다. 시장의 이목은 자연스레 휴대전화 사업을 이끈 수장에게로 모아진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인 박종석(56)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신기술보다 ‘사용자 편리’가 우선
LG전자는 7월 24일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MC사업본부의 호실적이 도드라졌다. MC사업본부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개인 휴대 통신용 단말기를 책임지는 곳으로, 올 2분기 스마트폰을 포함한 LG전자의 전체 휴대전화 판매량은 1900만 대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매출이 1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판매량이 1450대로 1분기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에 세운 분기 최대 판매 기록인 1320만 대를 뛰어넘은 수치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올 2분기 85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4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3조6203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6%,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LG폰이 많이 판매된 것이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G2나 G3 등 고가 프리미엄 폰과 중저가 폰인 L 시리즈가 모두 선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MC사업본부가 안정궤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동안 고수해 온 전략이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 사장은 올 1월 MC사업본부 사장에 취임했다. 사장으로서 역량을 발휘한 지 이제 반년이 조금 지났지만 그는 2010년 1월부터 휴대전화 사업에 참여, ‘전략통’으로 불리며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2010년 MC연구소장을 거쳐 MC사업본부장(부사장)을 지낸 그는 ‘G 시리즈’ 등 시장 선도 제품으로 사업의 근본 체질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드웨어’ 경쟁력과 ‘사용자경험(UX)’ 혁신을 강조한 ‘감성 혁신’ 전략을 내세운 것도 그였다.

‘감성 혁신’은 박 사장이 2010년 MC사업본부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던진 화두였다. 고객의 입맛에 맞고 생활에 유용한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잠금을 해제하는 ‘노크코드’나 주먹을 폈다 오므려 셀카를 찍는 촬영 기술을 개발한 것이 좋은 사례다. 자사의 신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신제품을 내놓았던 기존 LG전자의 모습과는 상반된 전략이었다.

이러한 그의 전략을 반영해 만든 제품이 바로 G2와 G3다. 지난 5월 출시한 ‘G3’엔 전작에 비해 크게 새롭다 할 기술이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노크코드, 퀵서클, 레이저 초점 등 기존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사용자가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주된 특징이다.

김경환 LG전자 차장은 “스마트폰에 탑재할 기술은 많지만 사용자 편의를 위해 감성 혁신에 나선 점이 서서히 좋은 평가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며 “고객 눈높이에 맞춘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가 결국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라인업을 재편한 박 사장의 전략도 효과를 나타냈다. 박 사장은 기능과 목적을 세분화해 프리미엄 브랜드 ‘G 시리즈’, 보급형 모델 ‘L’과 ‘F’ 시리즈로 제품군을 나눴다. 최고급 제품에 집중하면서도 보급형 제품을 내놓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다.

2년 전 옵티머스G를 내놓으면서 한발 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진입한 LG전자는 이후 전략 스마트폰 G2·G프로·G프로2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G3까지 제품을 내놨다. 이들 전략 제품과 다소 다르게 ‘휘는 화면’을 탑재해 선보인 G플렉스는 해외 언론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LG전자 스마트폰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3세대(3G) 통신망을 사용하는 보급형 제품 L 시리즈와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을 쓰는 보급형 제품 F 시리즈 등도 해외시장에 적절히 내놓으면서 중저가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LG전자의 올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1450만 대를 기록했다. LTE를 지원하는 프리미엄 폰 판매량이 515만 대로 전 분기 500만 대보다 4% 증가하면서 제품 출시 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나머지 205만 대는 3G 보급형 라인업 스마트폰이었다. “전략 스마트폰 G3를 비롯한 주력 제품군 G 시리즈와 신흥 시장을 노린 3G 스마트폰 라인업인 L 시리즈가 성장을 견인했다”는 게 김 차장의 설명이다.


해외시장에 맞는 ‘변종 제품’ 인기몰이
박 사장이 내놓은 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100여 개국 100~170개(시리즈마다 다름) 해외 통신사의 의견을 반영해 ‘맞춤형 제품’을 만들었다. 대개 해외 통신사들은 같은 제품일지라도 자신들만의 색깔을 입히길 원한다. 주로 디자인이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달리 해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박 사장은 이를 적절히 반영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일본 도코모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은 해당 회사의 요청에 따라 방수 기능을 더했고 디자인도 약간 달리했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도 해당 국가의 시장 환경에 맞게 화면 크기를 줄이는 등 기존 제품과 다른 변종 제품을 볼 수 있는 이유다.
[비즈니스 포커스] ‘G3’로 LG전자 부활 주역 된 박종석 사장
김 차장은 “좋은 제품이 있어야 판매할 수도 있다. 좋은 제품이 들어오면 통신사는 (그 제품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며 “좋은 제품을 적기에 주는 벤더 역할에 충실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LG전자와 거래하는 해외 통신사와 거래 국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 G3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해외 통신사는 G2 때 130개보다 31% 늘어난 170개에 이른다. 출시 국가 수도 100개 국가로 G2보다 10개국 늘었다.

4년여간 휴대전화 사업에 매달린 박 사장은 사내에서 손꼽히는 ‘전략통’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1981년 LG전자 가전연구소에 입사했다. 이후 휴대전화와 TV 개발을 담당하며 1999년에는 디지털TV연구소장(상무)을 거쳐 2004년 LG전자 전략기획팀장을 지냈다. 이후 2006년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연구소장(부사장), 2007년 LG전자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사업부장을 지냈다. PDP TV 사업부장 시절, 고전을 면치 못하던 PDP TV 사업의 손익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도 높게 평가받는다. 박 사장이 2010년 MC사업본부장을 맡게 된 것 역시 그가 TV 부문에서 보여 줬던 위기 극복 능력을 휴대전화 사업에서도 발휘하길 바랐던 인사였다. “오랜 기간 가전과 정보기술(IT) 쪽에 몸담아 오면서 IT 제품과 시장 판도를 동시에 꿰뚫어 본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박 사장이 주도한 최근 실적 호전은 LG전자의 새로운 비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최근 새로운 G 시리즈 모델 출시 계획을 밝혔다. 3분기엔 G3 글로벌 확대 출시가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G3 비트’, ‘G3 비스타’ 등 G 시리즈 하방 전개 모델을 연속 출시해 보급형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