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에 부는 새바람 : 인터뷰]
김현우 보드게임하자 대표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모바일 게임 시대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아날로그 게임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얼굴을 맞대고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이다. 2000년대 반짝 인기를 끌다가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보드게임이 최근 다시 인기몰이 중이다.

올 7월, 보드게임 산업의 성장세에 주목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보드게임 시장에 뛰어든 이가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보드게임 카페 터를 잡은 김현우 보드게임하자 대표를 만나 '보드게임'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보드게임은 ‘끝’없이 성장하는 산업”
(사진) 김현우 보드게임하자 대표. /이승재 기자

Q. '보드게임하자' 소개 좀 해주세요.

“우리 가게에는 630종의 게임이 있어요. 초보자가 할 수 있는 게임은 130종 정도, 그 외 500종의 게임은 난이도가 있는 게임들입니다.”

Q.보드게임을 업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취미로만 좋아했는데 작년에 보드게임 산업을 보니 이전과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무엇보다 수요가 탄탄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즈니스 측면에서 업체가 많이 생기면서 게임 종류도 많아졌고요. 이만하면 ‘잘되는’ 산업이란 생각이 들어 모험을 했죠.”

Q.실제 수요는 어떤가요.

“가게가 자리한 노량진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에요. 학생들도 많고요. 가족 단위 손님도 가끔 오지만 가게를 찾는 이들 중 90% 이상이 20대 초반이죠. 보드게임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해요. 문제는 여기까지 와서 게임을 할 것인지의 문제죠. 비용도 문제고요. 그래도 1만원을 내면 4시간은 거뜬히 할 수 있으니 놀이 문화로 괜찮지 않나요.”

Q.2000년대 보드게임 붐이 일었다 금방 꺼졌는데….

“2000년대 초반에 반짝 붐이 일었다가 진 데에는 저변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고 봐요. ‘할리갈리’·‘루미큐브’처럼 다소 쉬운 게임만 하고 난이도가 높은 게임들은 하지 않으니 지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사실 그 역할을 보드게임 카페에서 해 줘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규칙에 대한 설명 시간이 길어지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회전율이 떨어지거든요. 하지만 멀리 보면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니까 카페에도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봐요.”
“보드게임은 ‘끝’없이 성장하는 산업”
(사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보드게임하자'. 김현우 대표는 보드게임 산업의 성장세에 주목해 7월 '보드게임하자'의 문을 열었다. /이승재 기자

Q.현장의 고충은 무엇인가요.

“‘룰 마스터(보드게임의 규칙을 알려주는 전문가)’는 고급 인력이에요. 전 ‘소믈리에(포도주를 관리하고 추천하는 사람)’와 똑같다고 봐요. 적재적소에 게임을 추천하고 설명해야 하죠. 사용자가 룰 마스터를 고용하는 것도 어렵지만 인건비가 많이 드는 부분이기도 해요.”

Q.가장 많이 찾는 제품은요. 난이도에 따라 추천 좀 해주세요.

“‘루미큐브’, ‘다빈치코드’, ‘유령대소동’이 잘나가요. 게임 난이도에 따라 초보자에게는 루미큐브와 할리갈리를, 중급 수준에게는 ‘스플랜더’, 중급 이상의 게이머에게는 ‘테라미스티카’를 추천합니다.”

Q.현장에서 느끼는 보드게임의 미래 전망은 어떤가요.

“독일에서 머리가 희끗한 분들이 ‘황혼의 투쟁’을 하고 있더라고요. 참 인상적이었죠. 보드게임은 화면을 보는 것도 아니고 실제 게임 판에서 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죠. 평생 취미이자 놀이 문화로 가져갈 수 있어요. 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9만여 종의 게임이 있고 매년 새로운 게임이 나오죠. ‘끝’이 보이지 않는 산업이에요.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될 수는 있지만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봐요.”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