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특공대·리화이트·런드리고 등 각축…“세탁업 모바일 전환율 0.5%, 성장 잠재력 커”
“깨끗이 빨아 24시간 내 가져다 드려요”...틈새시장 파고드는 세탁 O2O 서비스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바쁜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은 업무 외 시간을 가사 노동에 시달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며 한가롭게 보내고 싶어 한다.


최근 번거로운 집안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대신해 주는 다양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출시되는 배경이다.


그 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현대인들의 니즈를 파악해 귀찮은 세탁을 단숨에 해결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세탁물을 처리해 주는가 하면 24시간 내 세탁을 완료하고 배송해 주는 초스피드 서비스까지 나와 ‘빨래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세탁에 들어가는 시간 대신 ‘여유’를


세탁 앱의 등장은 세탁이 주는 번거로움에서 출발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구당 한 달 평균 세탁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0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1년으로 계산하면 240시간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이 세탁을 하는데 들어가는 셈이다.


게다가 세탁은 단순한 시간 투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활동의 제약’이라는 불편함까지 안겨준다. 세탁을 마친 뒤 세탁물을 꺼내지 않은 채 오랜 기간 놓아두면 옷감이 엉켜 쭈글쭈글해지거나 눅눅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세탁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긴다.


서울 논현동에 거주하는 맞벌이 주부 이종현 씨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얼마 전부터 세탁 앱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탁기에 빨래를 한 번 넣으면 사실상 장시간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밀린 빨래를 쌓아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주말에 가족들과 여유롭게 교외로 나가는 일정이 생길 때 세탁 앱을 종종 활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출시된 세탁 앱 중 현재 가장 많은 고객들이 몰리는 곳은 스타트업 ‘워시 스왓’이 출시한 ‘세탁특공대’다. 2015년 5월 첫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업계 1위로 자리매김했다.


세탁특공대는 스마트폰 클릭으로 세탁을 쉽게 끝낼 수 있는 ‘모바일 세탁소’다. 예상욱·남궁진아 공동대표는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빨래를 누군가 대신 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고 이를 론칭하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당시 부동산이나 음식 배달 등 다양한 O2O 서비스가 각광받는 상황에서 세탁과 관련한 서비스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게 됐다.


세탁특공대에서는 물빨래·드라이클리닝·가죽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의 세탁을 맡아 처리한다. 원하는 수거·배달 시간을 모바일 앱을 통해 24시간 예약할 수 있다. 시간 설정이 완료되면 지정된 장소에 직원이 찾아와 세탁물을 수거해 간다.


이후 세탁을 마치면 다시 지정한 시간에 배달해 준다. 세탁이 완료되는 시간은 기본 48시간이다. 다만 신속한 세탁을 원할 경우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24시간 내에 모든 세탁을 마치고 고객에게 전달해 준다.


◆초스피드 세탁 서비스도 나와


세탁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자체적으로 검증을 마친 ‘세탁 파트너(지역 세탁소)’나 ‘그린벙커’라고 불리는 직영 공장에서 수거한 세탁물을 처리한다.


현재 서울시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등 11개 지역과 성남시 전역, 하남시 일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세탁특공대 관계자는 “점차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올해 상반기 내에 서울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상생형 세탁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등장한 ‘리화이트’도 인기를 끌고 있는 세탁 앱이다. 김현우 리화이트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이다.


의류업계에서 일하는 부인이 많은 옷을 직접 세탁소에 맡기고 찾는 과정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을 결심했다.


고객이 세탁소를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자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전체적인 이용 방식은 세탁특공대와 비슷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세탁물 처리를 신청하면 된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리화이트는 주변 세탁소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다. 자체 직원이 아닌 리화이트에 등록된 세탁 업체에서 고객이 지정한 시간에 맞춰 직접 세탁물을 수거하고 다시 가져다준다.


수거 장소에서도 차별화를 뒀다. 리화이트는 주거 시설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GS25)·주유소(SK에너지) 등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해당 공간을 거점으로 활용해 세탁물을 맡기고 찾아갈 수 있다.


리화이트 관계자는 “이를 통해 영업시간이 정해져 있는 세탁소들이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주변 세탁소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서비스인 만큼 전국 주요 도시에서 현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세탁 앱에도 속도전 양상이 벌어질 조짐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새벽배송’을 선보인 조성우 배민프레시 전 대표가 새로운 스타트업 의식주컴퍼니를 설립하고 ‘런드리고’라는 세탁 앱을 지난 3월 선보인 것이다.


고객이 수거함에 세탁물을 담아 당일 밤 12시까지 내놓으면 다음 날 밤 12시 전까지 24시간 안에 빨래를 끝내고 문 앞에 가져다 놓는 ‘빠른 처리’가 최대 무기다.


서비스를 출시한 배경도 흥미롭다. 2017년 배민프레시를 떠난 조 대표는 미국 여행을 하던 도중 세탁 앱 서비스 론칭을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그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주차장에 차를 세워 뒀는데 도둑이 차 뒷문 유리창을 깨고 물건들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을 겪었다.


짐칸에 실려 있던 캐리어·백팩·노트북 등을 모두 가져갔는데 유일하게 쇼핑백에 넣어둔 빨래만 그대로 놓아 둔 것을 발견했다. 이걸 잘 활용해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런드리고를 출시하게 됐다.


빨래를 훔쳐가지 않았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런드리고는 스마트 빨래 수거함인 ‘런드렛’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런드렛에 빨래를 넣어 집 앞에 놓아두면 외탁 운영을 맡은 외부 택배 업체에서 가져가는 방식이다.


물론 혹시나 모를 도난을 방치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런드렛을 블루투스로 연결한 뒤 잠그고 열 수 있도록 했다.
“깨끗이 빨아 24시간 내 가져다 드려요”...틈새시장 파고드는 세탁 O2O 서비스들
수거된 빨래들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런드리고 스마트 팩토리(세탁 공장)’에 보내지고 거기에서 세탁이 완료된다. 조 대표는 향후 오프라인 세탁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많은 산업이 모바일로 전환돼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세탁은 오프라인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조 대표에 따르면 세탁 산업은 현재 모바일 전환율이 0.5% 정도에 불과하다.


조 대표는 “런드리고를 이용해 빨래 없는 생활을 시작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3호(2019.05.06 ~ 2019.05.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