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환경문제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간주하고 구체적 방안을 모색한다면 요즘과 같이 비용 절감이 필수적인 기업 경영 여건에서 매력적인 경영전략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CEO 에세이] 에너지 문제와 기업의 사회적 의무
김정욱 시호반도체LED 대표

1984년생. 2010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통계학 및 수학과 졸업. 2012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원 통계학 석사. 2012년 시호비전그룹 기획실장. 2014년 시호반도체LED 대표(현).


2011년 9월 15일. 우리는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가 암흑으로 뒤덮이는 공포를 경험한 적이 있다. 갑작스러운 부하로 전기가 부족해 모든 시스템이 정지한 대규모의 정전 사태인 이른바 ‘블랙아웃(black out)’이 발생했다. 그날의 위기는 다행히 넘길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도 매년 여름이 되면 전기 경보, 전기 비상 등 전력 대란의 우려가 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됐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이런 에너지 문제에 대해 기업에 묻는 사회적 책임, 즉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 속의 기업에는 이런 사회적 책임이 의무화되는 분위기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한국의 기업은 최선을 다할 의무가 분명히 있다.

한국은 1980년대에 자동차·조선·철강과 같은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현재까지 국가 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시기도 이즈음이다. 이때 국가의 산업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산업용 전기료를 일반 가정에서 쓰는 전기료 가격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격에 제공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를 절감하는 대책을 내놓는 것은 특히 한국의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을 넘어선 의무라고 생각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에너지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인지하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전력 소비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에너지 소비의 58%, 전력 소비는 83%를 건물에서 사용했다. 이런 건물에 집중된 에너지 소비 체계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했다. 그것이 빌딩 내 에너지 관리 설비의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에너지 사용 효율을 개선하는 이른바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다. 서울시는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환경 영향 평가 대상 신축 대형 건물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제도화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건축물 에너지 성능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부터 일정 면적 이상 건물에 자동차 및 가전제품과 같이 에너지 효율 등급을 매겨 건물 매매 및 임대 시 에너지 효율성을 가격이나 임대료에 반영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렇게 에너지 효율적 소비를 위한 정책적 방향도 뚜렷한 만큼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때다. 혹자는 이 문제에 대해 대체에너지를 언급할 수도 있지만 에너지 소비와 환경에 관한 일차원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선행돼야 할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기업이 환경문제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간주하고 구체적 방안을 모색한다면 요즘과 같이 비용 절감이 필수적인 기업 경영 여건에서 매력적인 경영전략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린 시절 한 번쯤 겪어 봤던, 촛불로 주변이 환해지던 정전의 낭만적 차원 정도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의 정전은 그 피해가 예측할 수 없이 치명적이고 전기는 인간다운 삶의 기본적 요소다. 또한 에너지 소비가 환경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