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그 자원의 소중함을 잊은 채 필요에 따라 나무가 성장하기도 전에 벌목하고 바다에서 태어나는 물고기보다 더 많은 양을 잡아들이며 산림과 대양이 흡수할 수 있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함으로써 ‘과용’을 일삼고 있다.


[CEO 에세이] 지구의 유한한 자연 자본
장 폴 페덱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 공동이사장

1966년생. 조지타운대 외교학. 존스홉킨스 고급국제학대학원 (SAIS) 석사. 세계은행 아이티사무소. 세계자연기금(WWF) 국제비즈니스개발 임원. 2014년 WWF 한국본부 공동이사장(현).




조선 후기 풍자적 인물인 봉이 김선달 설화 중에 대동강 물을 팔아 부자가 된 이야기는 유명하다. 현재 각 정부는 물과 공기를 마치 그들의 자산인양 쓰고 금액도 매겨 세금을 거둬들이지만 이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지난 10월 1일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지구 생명 보고서 2014’에 따르면 지난 40년 사이에 인류와 함께 공존하는 포유류·조류·파충류·어류의 수가 52%나 감소했다고 한다.

전체 개체 수의 절반이 넘는 수가 사라진 것이다. 전 세계 생물 개체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착취, 서식지 손실, 기후변화 등 인류의 ‘생태 발자국’증가로 분석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미국·인도·브라질,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생태 발자국 사용 수치는 전 세계 생태 발자국 사용 수치의 47.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인구 100만 명 이상의 152개국을 기준(2010년)으로 1인당 사용 생태 발자국을 살펴보면 한국은 31번째로 많은 생태 발자국을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생태 발자국 평균이 2.6gha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4.41gha로 평균에 비해 1.7배가량 생태 발자국 수치가 높다.

한국도 1인당 사용하는 생태 발자국의 수치가 152개국 중 31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지구 2.5개 분량의 자연 자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류는 지난 수세기에 걸쳐 깨끗한 공기·식량·토지 등 지구가 가진 풍부한 자연 자원을 바탕으로 눈부시게 성장했고 그 성장을 통해 보다 의미 있고 편리한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구는 인간이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 자원인 자연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인류는 그 자원의 소중함을 잊은 채 필요에 따라 나무가 성장하기도 전에 벌목하고 바다에서 태어나는 물고기보다 더 많은 양을 잡아들이며 산림과 대양이 흡수할 수 있는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함으로써 ‘과용’을 일삼고 있다.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지구의 자연 자원을 사용해 온 결과 인류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지구의 자연 자원이 원래대로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1년 6개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자연 자원이 흡수되거나 재생될 수 있는 속도보다 인간의 사용 속도가 50%나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구 자원의 소비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지구 3개분의 자연 자원을 소비하게 된다.

그렇다고 비관만 할 것은 아니다. 호주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일들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보전에 일조하고 있고 덴마크에서는 수십 년간의 혁신 및 지원 정책의 결과 전기의 57.4%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한다.

이처럼 이제는 인간 중심이 아닌 지구적 관점을 통해 지구가 가진 유한한 자연 자본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해야 하는지 다양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한 부분이다. 남아 있는 자연 자본을 보전하고 주요 생태계와 서식지를 보존·복원해 보다 현명하게 생산하고 소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