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나스닥, 주당 1달러 미만 ‘가차 없이’ 퇴출…‘투자가치’가 모든 기준보다 우선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9월 29일 셀트리온의 주주총회에서유가증권시장 이전이 최종 결정됐다. 올해 7월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데 이어 코스닥시장 시총 1위 기업인 셀트리온마저 ‘코스닥 엑소더스’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코스닥 위기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내 증권시장의 발전을 지켜 본 ‘1세대 교수’의 대표 주자다. 1980년대 초반부터 서울대에서 증권 관련 강의를 하며 한편으로는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대장주들의 엑소더스에 ‘위기론’이 심화되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살리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윤 교수로부터 국내 증권시장, 특히 코스닥시장의 발전을 위한 해결책을 들어봤다.
“코스닥 위기, 퇴출 기준 강화로 넘어서야”
(사진)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경제신문

-‘코스닥의 위기’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은 창설 때부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을 염두에 두고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걱정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은 우리보다 일찍 시작한 영국이나 일본 시장보다 더 성장했어요. 중국 시장에 비해선 뒤졌습니다만 세계적으로 신시장으로선 성공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지 미국의 나스닥에 비해선 갈 길이 먼데 이는 우리 유가증권시장이 뉴욕거래소에 비해 뒤지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대장주들의 잇단 유가증권시장 이전 결정으로 코스닥은 ‘유가증권시장의 2부 리그’라는 이미지가 더 짙어졌습니다.

“원래 한국증권거래소에는 1부와 2부가 있었습니다. 신규 상장 기업이나 규모가 작고 거래량이 적은 상장 기업은 주로 2부에 있었죠. 그러다가 거래가 활발해지고 규모가 커진 기업은 2부에서 1부로 승격했는데, 이러한 관념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코스닥시장이 나스닥을 벤치마킹했다고는 하지만 나스닥 시장과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거래원이 거래하는 데 비해 나스닥은 처음부터 거래원이 아닌 ‘컴퓨터 거래’를 위해 만들어졌죠. 거래 시간과 수수료도 차별화했어요. 전반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와 구별되는 진일보한 ‘새로운 시장’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미국의 나스닥만 하더라도 테슬라·구글 같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탄탄하게 시장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코스닥이 출발했을 때와 같이 거래소와 별개로 독립해 운영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장에선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 주가를 더 높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과거 코스닥 기업 8개 회사 중 SBS·아시아나항공·동서 등은 이전한 이후 오히려 시가총액이 감소했습니다. 이전 후 시가총액이 증가한 강원랜드나 카카오도 코스피 평균 상승률을 밑돌고 있습니다. 단지 유가증권시장은 외국인 투자 비율이나 기관투자가 비율이 코스닥 기업보다 훨씬 높아 개인 투자자가 대부분인 코스닥시장에 비해 주가 변동이 안정돼 있는 거죠. 그리고 일부 코스닥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나 부실 경영이 크게 보도돼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점도 있습니다.”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국내에 있었다면 코스닥 상장이 어려웠을 것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테슬라는 상장 후에도 수년 동안 적자를 봤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당 300달러 이상으로 회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등 투자자들이 성원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아무리 흑자를 많이 내는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투자자의 외면을 받아 주당 가격이 1달러 미만이 되면 가차 없이 퇴출시킵니다. 투자자의 수요가 없으면 상장폐지가 엄격하고 신속합니다.

두 시장이 모두 투자자를 보호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만 적용 기준이 다르지요. 한국은 기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구실로 상장폐지에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테슬라의 성장은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과 이를 믿고 따르는 투자자들의 성원 때문이지 시장 제도에 기인한 것이 아닙니다.”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개선책이 있을까요.

“코스닥은 창업 후 상장까지 소요된 기간이 11년 내지 14년이 걸립니다. 스타트업 기업은 상장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죠. 현재 코스닥시장의 상장 기준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준을 약간 완화한 정도입니다. 2000년 당시 IT 버블이 있었을 때 많은 상장 기업이 도산했고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여기엔 정부 정책도 한몫했어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상장 기준이 강화됐고 오늘날에 이른 겁니다.

기업이 상장하는 이유는 사회적인 공신력을 얻어 자금 조달에 유리하게 만들고 마케팅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업 체질 개선책은 경영전략 자체로 우량 기업이 돼야 하는 거죠.”

-그러면 코스닥시장을 살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투자자 관계(investor relations)를 더욱 돈독히 하고 장기적으로 우량 기업을 유치해 상장하는 전략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유가증권시장에 이전하면 MSCI코리아에 편입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는 기회가 높아지는데 코스닥시장에서도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해요. 최근 한국에서도 중소기업 투자를 위주로 한 공모펀드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이 성공해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을 끌어야 합니다.”

-국내 증권시장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해 주신다면.

“코스닥이든 유가증권시장이든 증권 투자를 하는 근본 이유는 투자 수익을 높이는 것입니다. 주가가 높아지고 배당을 잘 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상장 기업이 경영을 잘해야 하겠지요. 특히 코스닥은 소수의 기업이지만 경영 실패로 시장 전체의 신뢰를 망치기도 하는데, 이는 거래소가 신속하게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거래소는 상장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각종 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