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 애플 아이폰X]
애플의 새로운 시작 ‘아이폰 X’, 차기 비즈니스 위한 생태계 조성 돌입
애플의 10년, 그리고 '실리주의자' 팀 쿡이 그리는 미래
(사진)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미국 애플 신사옥에서 9월 12일(현지시간) 열린 특별 행사에서 아이폰 10주년 기념 모델인 '아이폰 X(텐)'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 칼럼니스트] 2007년 1월 애플의 제품 전시회인 ‘맥월드 엑스포 2007’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발표가 나왔다.

이전까지는 아이맥 같은 데스크톱이나 맥북 시리즈와 같은 노트북·아이팟 등의 MP3 플레이어를 주력으로 발표했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이날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과 휴대전화, 거기에 인터넷을 결합한 새로운 제품을 선보였다.

바로 ‘아이폰’의 탄생이다. 최초의 아이폰은 3.5인치 디스플레이에 정전식 멀티 터치 기능을 처음으로 탑재했다. 지금은 모든 스마트폰이 정전식 멀티 터치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휴대용 개인 단말기(PDA) 제품들은 저항식 터치 방식을 채택했다. 멀티 터치 기능 또한 구현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애플의 이런 새로운 방식은 단숨에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아이폰은 지난 10년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 왔다. 그동안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고 소비자에게는 모바일 세상에서 좀 더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2007년 최초 아이폰의 탄생

지금까지 애플은 2007년 최초의 아이폰을 시작으로 매년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중 최고의 화제작은 2009년 출시된 ‘아이폰 3GS’다. 이 제품은 한국의 통신 사업자인 KT가 들여오면서 국내 소비자에게도 선을 보였다.

당시 아이폰 3GS의 인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앱스토어 등 스마트폰을 둘러싼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아이폰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업계 내 불꽃 경쟁도 일었다. 아이폰의 성공은 그간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에 스마트폰 플랫폼이나 생태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3년 후인 2010년 6월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인 ‘갤럭시 S1’을 출시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와 애플의 한 치의 양보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애플은 주도권을 쥐기 위해 2010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 4’를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애플이 대중에게 내세운 가장 큰 변화는 인치당 픽셀 수, 즉 디스플레이의 변화였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전까지 애플은 삼성전자에서 디자인한 칩셋을 사용했지만 이때부터 직접 칩셋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칩셋의 명칭은 ‘A4’로 명명했다.

칩셋의 직접 설계는 가장 기본적으론 스마트폰에 구동하는 운영체제인 iOS와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했다. 또 디스플레이·카메라·배터리 효율과 같은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이를 통제하는 칩셋과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를 좀 더 잘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이는 애플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단순히 부품들을 여러 조합으로 개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사의 생태계를 확실하게 구축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애플의 10년, 그리고 '실리주의자' 팀 쿡이 그리는 미래
(사진) 애플 아이폰 시리즈의 변천사. /연합뉴스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사망한 후 애플은 과도기를 걷는다. 이후 2014년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폰 6’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발표된다. 잡스 창업자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포스트 스티브 잡스’ 제품이자 쿡 CEO의 첫 제품이었다.

쿡 CEO는 이상주의자였던 잡스 창업자와 달리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 일단 전작과 다른 디자인에 제품 라인업도 4.7인치와 5.5인치의 두 가지 제품을 동시에 발표했다.

특히 전작에서 세로 비율을 길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조롱을 받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한손으로 조작하기 힘든 대화면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비난에 정면으로 맞섰다. 언론에서는 잡스 창업자가 살아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라며 쿡 CEO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하지만 당시 쿡 CEO에게는 두 가지 숙제가 있었다. 먼저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경쟁사들이 이미 주력 스마트폰으로 5.0인치 이상의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의 소비 증가로 인터넷 이용자들은 보다 큰 화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반면 여전히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 역시 공존했다. 당시 시장조사 업체 자료를 보면 서구 유럽이나 북미 지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화면 크기는 4.7인치 디스플레이 제품이었다.

결국 쿡 CEO는 한손으로 작동할 수 있는 동시에 가장 큰 화면인 4.7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 6를 선보였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이슈가 발생하게 된다. 바로 소비 대국 ‘중국’이다.

아이폰 6를 출시하기 직전 해였던 2013년 말 쿡 CEO는 중국의 1위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아이폰 제품의 공식 판매를 제휴한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 5S를 2013년 말 차이나모바일을 통해 중국에 출시했지만 이미 차이나유니콤이나 밀수 등을 통해 제품이 판매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입자 7억 명을 가진 차이나모바일과의 협력이, 이를 통한 중국용 맞춤 모델이 애플로서는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나 샤오미·화웨이 등 로컬 업체의 대화면 제품들이 출시된 상황이었다. 중국인 역시 과시욕에 힘입어 5.5인치 이상의 큰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쿡 CEO는 중국 시장에서의 실리를 택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5.5인치 대화면의 아이폰 6 플러스를 동시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잡스 창업자와 달리 시장을 좀 더 세심히 관찰해 각각의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는 실리적인 전략을 택함으로써 애플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판매량과 함께 ‘팀 쿡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아이폰 X, 새로운 시작

그리고 올 9월 아이폰 10주년 기념작인 ‘아이폰 텐(X)’이 발표됐다. 애플은 기존의 라인업을 그대로 계승한 아이폰 8·8플러스·아이폰 X 등 세 가지 종류의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아이폰 X에 탑재된 전면 풀 디스플레이와 얼굴 인식을 통한 보안 기능은 함께 발표한 아이폰 8이나 8플러스와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하지만 아이폰 X의 가장 큰 의미는 앞으로 애플의 사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가 확인된 부분이다.

애플은 올해 5월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증강현실(AR)을 개발해 구현할 수 있는 개발자 도구인 ‘AR 키트’를 발표했다. 이번에 아이폰 X과 8, 8플러스에 적용된 ‘A11 바이오닉’은 인공지능 처리를 위한 뉴런 엔진이 적용됐다.

이 뉴런 엔진은 얼굴 인식이나 음성인식과 같은 인간의 지능이 요구되는 복잡한 작업에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자체적으로 개발해 적용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 역시 뉴런 엔진과 함께 작용하며 얼굴 인식이나 사물 인식과 같은 다양한 이미지 처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병렬로 처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전면에 적용된 트루 뎁스(True Depth) 카메라 시스템을 살펴보면 애플이 단순히 지문 인식을 대체하기 위한 보안 장치로 얼굴을 인식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아이폰 X에서도 기존에 애플이 해 온 것처럼 자체 하드웨어와 칩셋 기반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개발자 도구를 배포하고 이를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위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차기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생태계 조성 시험에 들어간 모양새이고 그 시작이 바로 이번에 발표된 아이폰 X이 될 것이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을 지원하는 뉴런 엔진 △이미지나 동영상의 병렬 처리 △GPU에 대한 직접 설계와 최적화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AR)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생산 도구인 전면의 트루 뎁스 카메라 시스템까지 모두를 잘 짜인 각본처럼 준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준비에도 애플의 시험이 100%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애플은 분명 차세대 먹거리가 어떤 것인지, 기반 기술 중 어떤 것들이 중요한 부분이고 무엇을 내재화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발표된 아이폰 8이나 8플러스보다 또 하나의 최상위 플래그십으로 자리한 아이폰 X의 새로운 시작이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