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 판에선]
-“지지층 재결집·명예회복 위해 총선 출마”
“제2 조국 대전은 여권 패배 부를 것”…검찰 수사가 관건
벌써부터…‘조국 총선·대선 재활용론’ 시끌


[한경비즈니스=홍영식 대기자] 두 달 넘게 온 나라를 갈라놓았던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는 그의 사퇴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조국 이슈’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관심은 조 전 장관의 향후 행보다. 그의 뜻과 상관없이 정치권에선 여러 시나리오들이 나온다.

우선 ‘총선 재활용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사법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마무리되면 그를 내년 4·15 총선에 출마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그렇게 되면 총선이 ‘조국 대전’ 연장이 되면서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조 전 장관 총선 출마론을 주장하는 측은 두 가지 측면을 내세운다. 그는 ‘문재인 페르소나(분신)’로 불린다. 그런 만큼 여당으로선 극렬 친문 세력을 끌어당길 수 있다.

극렬 친문 세력들은 조 전 장관을 지켜주지 못했다면서 민주당 지도부 성토에 나서면서 지지층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출마를 핵심 지지층 재결집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출마를 통해 조 전 장관 본인의 명예회복을 노릴 수도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좋든 싫든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인지도를 높인 측면이 있다”며 그의 활용론을 주장했다.
벌써부터…‘조국 총선·대선 재활용론’ 시끌

◆‘조국 띄우기’나선 여권…부산·수도권 출마 등 說說

여권 주요 인사들이 조 전 장관 사퇴 뒤 ‘조국 띄우기’에 나선 것도 이런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돼 왔지만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걸음을 뗐다”고 조 전 장관을 치켜세웠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조 전 장관 사퇴 이틀 뒤 “조국(전 장관)과 국민이 몸으로 만들어 준 검찰 개혁의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 전 장관이 물러나면서 ‘검찰 개혁’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 이상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과 어려움 속에서 그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검찰 개혁 제도화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조 전 장관의 노력과 역할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총선에 나가 승리한다면 검찰 개혁을 추진한 그의 선택이 국민에게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의 역할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출마론은 법무부 장관 지명 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권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검찰 개혁’이 일단락되면 연말쯤 사퇴하고 총선에 나선다는 시나리오가 정치권에 나돌았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은 지난 4월 조 장관을 영입 1순위로 꼽으며 부산 지역 출마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홍영표 의원도 “조 장관의 총선 출마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 사정에 밝은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지난 6월 “(조 전 장관이) 내년 2월까지 장관을 수행하고 사퇴한 뒤 부산에서 총선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출마를 거론하는 이유는 이 지역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두드러지게 하락하고 있어 이 지역 여당 의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을 출마시켜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부산 출마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엔 부산 지역 출마 반대론이 적지 않게 대두되고 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논란과 조 전 장관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을 둘러싼 여러 의혹으로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수도권 출마론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서울대 법학과 82학번 동기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서 맞붙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그의 총선 출마론은 대선 프로젝트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란 해석이 많다. 무엇보다 여권의 주요 주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를 입으면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비서 성폭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을 받아 정치를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심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위기에 처해 있다.

친문 적자로 평가받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그는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풀려나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을 때 정치권에선 차기 대선 프로젝트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정수석에 이은 법무부 장관으로 정치적 몸집을 키운 뒤 총선을 거쳐 친문의 대표적인 주자로 대선 도전에 나서게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부정적 여론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 조 전 장관 사퇴 직전 직접 사법 개혁안을 발표하게 해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준 것 등은 이런 구상 아래 나온 전략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이런 해석은 자유한국당 쪽에서도 나온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임명한 것은 재집권 플랜”이라며 “‘조국마저 버릴 수 없다는 것’아니겠나”라고 했다.

친문 쪽에서 나오는 ‘조국 대선 주자 프로젝트’는 현재 여권 대선 주자 가운데 조 전 장관 이외에 친문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 전 장관도 대선을 염두에 두는 듯한 행동을 해 주목받았다. 법무부 장관 지명 발표 며칠 전 고향인 부산을 찾은 그는 페이스북에 “참으로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문 선후배들을 만나 소주 한잔 합니다. 종류별로 돌아가며 허리띠도 풀고…”라며 소주 세 병을 나란히 놓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왼쪽부터 상표를 차례로 읽으면 ‘대선, 진로, 딱! 좋은데이’다.

친문 측 인사들은 최근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조 전 장관이 3위에 오른 것에 고무돼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9월 23~2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조 전 장관은 13.0%의 선호도를 기록해 이낙연 총리(20.2%), 황교안 한국당 대표(19.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 “정의·공정·평등 위배…총선 나서면 여당에 역풍 불 것”

하지만 이런 ‘조 전 장관 총선·대선 재활용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비문(비문재인) 중진 여당 의원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혐의가 현 정부가 내세우는 정의·공정·평등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중도층을 비롯한 지지층들이 많이 빠져나간 마당에 총선이 ‘제2 조국 대전’으로 흐르게 되면 여당에 거센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상처를 입을 대로 입은 조 전 장관이 총선이든, 대선이든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며 “조 전 장관이 문 대통령과 동일체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선거가 정권 심판론으로 흐르게 되면 패배는 불 보듯 빤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조 전 장관 총선 역할론에 대해 “아직은 전혀 아니다. 지금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관건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그를 둘러싼 혐의에 대해 뚜렷한 물증이 제시된다면 총선 역할론을 물 건너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7호(2019.10.21 ~ 2019.10.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