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영남대 법학과 출신인 김진식 씨가 STX전력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재계 영남대 인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남대는 지방 대학인데도 서울 명문 대학 못지않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 유명하다. 최근 영남대 총동창회가 조사한 영남대 출신 기업 CEO는 90명. 이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타CEO들이 즐비했다.

단일 학과로 비수도권대에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곳은 영남대 경영학과다. 김효일(상신브레이크)·이봉원(엘앤에프)·김문기(세원물산)·윤동한(한국콜마)·박건현(신세계백화점부문)·이석문(서울도시가스)·김해관(동원F&B)·이형국(삼익악기) 등 8명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6월 헤드헌팅 전문 기업 유니코써어치가 국내 1000대 상장사(매출 기준) CEO의 출신 대학과 전공을 분석한 결과 영남대는 27명의 CEO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대학으로서는 전국 1위, 전국 대학 가운데는 8위를 차지했다.

영남대 인맥을 대표하는 스타 CEO로는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과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이승한 회장은 한국 유통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전문 경영인이다. 경영학과 66학번인 이 회장은 1997년 삼성물산 대표이사를 거쳐 1999년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취임해 12년 만에 연매출 12조 원, 전국 129개의 매장 규모로 성장시켰다. 지난 10년간 국내 대형 마트 중 가장 높은 평당 매출 효율을 기록하며 올해 매출 10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남대 출신 CEO가 뜬다, 이채욱·이승한 등 ‘스타 CEO’ 즐비
60·70학번이 ‘파워 인맥’ 핵심

법학과(64학번) 출신인 이채욱 사장의 명성도 이에 못지않다. ‘샐러리맨의 성공 신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삼성이 동시에 구애한 남자’,‘대학생들이 닮고 싶어 하는 공기업 CEO’. 모두 이 사장을 설명하는 수식어다. 직장 생활 40년 가운데 23년을 CEO로 보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지사장과 해외사업본부장을 거쳐 1989년 삼성과 GE 합작 투자사인 삼성-GE 의료기기 회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CEO의 길을 걸었다. 창업 이후 손실을 거듭하던 삼성-GE 의료기기 회사를 6년간 이끌면서 연평균 45%라는 경이로운 매출 성장을 올려 우량 기업으로 일궈냈다.

2002년 이후 GE코리아 사장, 회장을 거친 이 사장은 2007년 GE 아시아 성장시장 총괄사장으로 승진해 2008년 9월까지 근무했다. 2008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취임 후 인천공항을 7년 연속 세계 최고 서비스 공항에 올려놓았다.

오너 경영인 쪽으로는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경영 66학번)을 빼놓을 수 없다. 회사 설립 20년 만에 국내 화장품 및 제약 제조자 개발 생산(ODM) 업계 1위에 올라서며 스타 CEO로 부상했다. 1974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1990년 부사장으로 퇴직, 마흔이 넘은 나이에 한국콜마를 창업한 윤 회장은 창업 이후 연평균 3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출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영남대 인맥은 국내 유명 대기업에도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박건현 신세계 대표, 김해관 동원F&B 사장, 김진식 STX전력 사장, 김종식 LG디스플레이 사장, 이관훈 대한통운 대표, 김춘학 CJ건설 사장, 김치현 롯데알미늄 대표, 류철곤 희성전자 대표, 강호치 남광토건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박건현 대표는 1982년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신세계 관리부 과장, 전략기획실 운영팀장, 영등포점장, 마케팅실장, 센텀시티점장(부사장)을 거쳐 2009년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올해로 30년째 백화점 사업 부문에서 일해 온 박 대표는 국내 백화점의 산증인이자 백화점 마케팅의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김해관 사장은 경영학과를 나와 1974년 삼성그룹 공채(14기)로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제일제당에서 마케팅실장, 식품본부장, 생활화학본부장 등을 거쳐 2001년 CJ엔프라니 대표를 역임했다. 2006년 동원F&B 사장으로 취임했다. 식품 유통업계에서는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최근 STX전력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김진식 씨는 법학과 60학번으로 한국전력해외사업본부장, STX중공업 산업플랜트영업본부장, STX에너지 부사장, STX전력 사업관리부문장 등으로 일했다.

김종식 사장은 디스플레이 전문가로 통한다.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1978년 금성사에 들어와 LG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05년 LG디스플레이로 옮겨 생산담당 부사장, 모듈센터장, 최고생산책임자 등을 거쳤다. LG전자 시절 생산 라인에서의 운영 능력을 발휘, 현장 최고책임자로서의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LG디스플레이에 합류한 후에는 생산 라인의 효율성을 업계 최고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이관훈 대표는 영남대를 졸업한 후 제일제당 인사팀·마케팅기획팀에서 근무했고 CJ제일제당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CJ케이블넷(현CJ헬로비전)과 CJ미디어 대표이사를 지냈다. 2011년 이후 CJ주식회사 대표이사로 그룹 내 사업 부문의 성과 달성을 위한 지원 체계를 강화해 왔다. 지난 1월 CJ그룹이 인수한 대한통운의 대표로 취임했다.

금융계에도 영남대 인맥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하춘수 대구은행 은행장, 진영호 두산캐피탈 대표, 조재홍 KDB생명보험 사장, 남재호 삼성화재 부사장, 권오흠 신한카드 부사장, 윤종호 외환은행 부행장, 이동건 우리은행 부행장 등이 눈에 띈다. 하춘수 은행장은 1971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40년간 근무한 대구은행의 터줏대감이다. 서울분실장, 비서실장, 정보시스템본부 부행장, 기업영업본부 수석부행장 등을 거쳐 2009년 은행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부터 DGB금융지주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올 3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캐피탈 CEO로 선임된 진영호 씨는 무역학과 76학번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상무, 군인공제회 부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두산으로 옮기기 직전까지 BNG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조재홍 사장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에스티서비스, 동부생명, 유플랜보험계리컨설팅 사장을 역임했다. 조 사장은 인사·영업·고객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보험 전문 경영인이다.

재계 영남대 출신들이 대거 활약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영남대 재계 파워 인맥의 핵심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학번들이 주축을 이룬다. 강병희 영남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당시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지방의 명문 사립대를 선택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영남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남대 출신 CEO들이 별도의 모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경동창회 등의 동창 모임에는 대거 참석하고 있다는 것이 강 사무총장의 귀띔이다.



관계·정계의 영남대 인맥

영남대 정치권 인맥의 핵심에는 최경환 의원(최고경영자과정), 유승민 의원(최고경영자과정), 추미애 의원 주호영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최 의원과 유 의원은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장관은 연세대 출신이지만 2006년 영남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해 영남대 동문록에 이름을 올렸다.

영남대의 파워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행정 77학번)을 필두로 국세청 수장에 오른 이현동 국세청장(행정 76학번), 최종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장관급, 상학 57학번), 김화동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 법학 76학번), 오경태 농수산식품비서관(행정 78학번) 등도 영남대 출신이다. 지자체장은 주로 대구·경북 지역에 몰려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경제 65학번)와 김범일 대구광역시장(최고경영자과정)가 지난해 6·2 지자체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안철수 서울대융합대원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 원장은 영남대 의대 83학번이다.
영남대 출신 CEO가 뜬다, 이채욱·이승한 등 ‘스타 CEO’ 즐비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