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 S-클래스

Mercedes-Benz S 350 BlueTec (W 222) 2012, Lack: anthrazitblau metallic, Ausstattung: Leder Exklusiv tiefseeblau/seidenbeige
Mercedes-Benz S 350 BlueTec (W 222) 2012, Lack: anthrazitblau metallic, Ausstattung: Leder Exklusiv tiefseeblau/seidenbeige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전까지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성공한 이에게 주어지는 훈장이자 거품 경제의 상징이었다. 당시 강남의 건물 앞을 한결같이 구형 S-클래스가 점령했다. 간혹 BMW의 7시리즈도 있었지만 대세는 S-클래스였다. 거품 경제가 꺼지고 BMW와 아우디가 치고 올라오면서 S-클래스의 위상이 쪼그라드는 분위기였지만 가만히 있을 메르세데스-벤츠가 아니다. 지난해 신형 S-클래스로 대반전을 시도했고 제품 자체만 보면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장기 불황 때문에 예전과 달리 개인이든 법인이든 과시보다는 실속을 차리는 분위기여서 S-클래스가 대세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런데 왜 S-클래스일까. 지금은 더 비싼 마세라티, 벤틀리, 애스턴 마틴, 재규어도 있는데 말이다. 그것은 실용성의 차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3000만 원대 A클래스부터 2억 원이 넘는 S-클래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대중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판매 및 수리가 가능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반면 그 상급의 럭셔리 카들은 판매량이 많지 않아 수리하려면 시간과 거리의 제약이 따른다. ‘돈 자랑’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도 부자들의 심리다.


남자들은 파워에, 여자들은 편안함에 매료
S-클래스를 시승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라 교외로 나섰다. 남자들은 2.17톤(공차 중량)의 거구가 4.8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하는 파워에 환호하고 여자들은 항공기 퍼스트클래스와 같은 뒷좌석의 편안함에 매료된다. 엔진은 V형 8기통으로 4663cc 배기량에 좌우측으로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가솔린을 써서 디젤과 비교해 연비(리터당 8.5km)에선 손해를 보지만 순간적 파워는 압도적이다. 최고 출력은 455마력, 최대 토크는 71.4kg ·m이다. 흔히 보는 쏘나타에 비해 출력은 2.7배, 토크는 3.5배 수준이다.
Mercedes-Benz S-Klasse, S 400 HYBRID (W 222) 2013
Mercedes-Benz S-Klasse, S 400 HYBRID (W 222) 2013
승차감은 말 그대로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도로 위의 굴곡을 카메라가 스캔해 서스펜션의 높이를 조절해 준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험로일 때 서스펜션을 높여 충격 흡수량을 늘리고 매끈한 길일 때는 서스펜션을 낮춰 공기저항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안전 사양은 현존하는 최신 안전 시스템을 죄다 집어넣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흔히 ‘사장님석’으로 불리는 오른쪽 뒷좌석은 등받이를 37도에서 동급 최대 각도인 43.5도까지 눕힐 수 있고 앞 보조석을 운전석보다 7cm 더 앞으로 밀착시켜 최대한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자세에서 메모리폼처럼 말랑한 헤드레스트에 몸을 눕히니 이만한 사치가 따로 없다. 마치 집에서 잔 것처럼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을 듯하다. 성공한 기업가들이 하루에 4시간만(집에서) 잔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형 S-클래스는 3종류로 ‘S 500 롱’, ‘S 500 4매틱 롱’, ‘S 500 롱 에디션1’이?? 가격은 각각 1억9700만 원, 1억9700만 원, 2억2200만 원(부가세 포함)이다. 시승한 차는 이 중 ‘S 500 롱’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