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내부 상권 리모델링해 외부 고객 유입…브랜드도 끼리끼리, 매출 2~3배 ‘쑥’

[트렌드] 숨어 있던 아케이드의 ‘화려한 변신’
“요즘 대형 건물 아케이드는 아무나 입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브랜드 색깔 등이 맞아야죠.”

대형 건물의 아케이드에 입점해 있는 한 외식업체 대표의 말이다. 호텔이나 대기업 오피스와 같은 대형 건물의 아케이드가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예전의 호텔이나 대기업 오피스의 아케이드는 ‘건물을 오가는’ 호텔 고객이나 내부 기업에 상주하는 직원들을 위한 편의 시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숨어 있던 아케이드’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아케이드를 쇼핑몰로, 성과 기대 이상
지난 11월 10일 찾아간 서울 삼성동의 파르나스몰. 지난 10월 24일 오픈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이곳은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곳엔 1994년 이스트 런던에 설립된 이후 런던 패션 시장을 리드해 온 ‘올세인츠’, 1947년 프랑스 파리에서 오페라 가르니에 무용수들을 위한 발레 슈즈로 시작된 ‘레페토’, 1989년 창업 이후 일본 최고의 다코야키 브랜드로 자리 잡은 ‘크로와상 타이야키’ 등 세계 각국의 전통을 담은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다. 이름만 들어서는 다소 낯설지만 알만한 이들에게는 그 명성이 자자한 브랜드들이다. 특히 뉴욕이나 일본 등지에서 유학 생활을 보냈던 이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 나가는 중이다.

파르나스몰은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를 소유·운영 중인 파르나스호텔의 아케이드를 리모델링해 오픈한 공간이다. 파르나스몰을 총괄 운영하는 윤여양 팀장은 “리모델링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느 호텔과 마찬가지로 양복점이나 몇몇 명품 매장 등이 자리 잡고 있었던 공간”이라며 “기존의 아케이드가 호텔 고객들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인근의 직장인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개방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몰’이라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윤문엽 파르나스호텔 홍보팀 지배인은 “사실 국내 호텔로서는 첫 시도이기 때문에 파르나스몰을 오픈하기까지 갈등도 많았다”며 “하지만 호텔 수익 측면에서 보더라도 기존의 침체돼 있던 아케이드 상권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데 긍정적인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케이드의 변신’ 이후 그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윤 팀장은 “아케이드는 기본적으로 건물 바깥으로 노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 고객들이 찾아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뉴욕이나 일본 등지에서 오랜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입점시키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윤 지배인은 “아직 오픈 초기여서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기존과 비교해 적어도 2~3배 이상 매출이 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호텔 사업의 측면에서도 외부로부터 젊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향후 아케이드 사업 부문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대형 오피스 건물의 아케이드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추세다.

서울 종로1가에 자리한 GS건설의 그랑서울이 대표적이다. GS건설 본사가 들어가 있는 이곳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이면 늘 오피스족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모두 4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인데 그 중심을 이루는 곳이 식객촌이다.

고영남 식객촌 대표는 “식객촌은 만화 ‘식객’에 나온 음식점들을 한데 모은 일종의 맛집 촌”이라며 “각 지역의 특색을 지닌 전통 음식들이 한데 모이면 색다른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객촌에는 부산포어묵·무명식당·전주밥차 등 9개의 음식점이 운영 중이다. 실제로 식객촌이 입소문을 타면서 그랑서울 내의 아케이드는 각 음식점 하루 평균 매출이 3000만 원 수준을 웃돌 만큼 성행하고 있다. 식객촌으로 시작된 고객 유입 효과가 아케이드 내의 다른 매장에까지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는 것이다. 고 대표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 모여 있다는 차별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며 “현재는 구로구에 식객촌 2호점 오픈을 준비 중인데, 이곳은 종각 1호점보다 식당 수도 많고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입소문 타는 ‘브랜드 구성’ 핵심
이 밖에 서울 목동의 현대41타워, 남산 힐스테이트타워 등도 ‘쇼핑몰 못지않은 대형 아케이드’를 갖춘 대표적인 오피스 건물들이다. 지난해 7월부터 남산 힐스테이트타워에서 배터리파크라는 레스토랑 브랜드를 운영 중인 김지남 대표는 “처음엔 건물 내부의 아케이드라고 해서 고객들이 한정적이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가게를 거리 바깥에서 볼 수 없더라도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레스토랑 업계에서도 로드 숍보다 대형 건물의 아케이드를 선호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4개월쯤 지나니까 입소문이 나면서 건물 내부에 상주하는 직원들보다 외부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며 “주변에 있던 편의점 매출이 덩달아 높아지는 등 상권 자체가 살아나는 것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배터리파크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현재 같은 아케이드 내에 한식 주점 ‘주유별장’과 일식 레스토랑 ‘코바츠’를 오픈하고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배터리파크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브랜드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트렌드] 숨어 있던 아케이드의 ‘화려한 변신’
김 대표와 동업으로 배터리파크 사업을 시작한 뒤 현재는 독립적으로 외식 사업을 중이라는 오세준 파크로얄 대표는 “최근에는 이처럼 대형 오피스 건물의 아케이드 상권이 부각되면서 잘 어울리는 브랜드들을 구성해 주는 전문 컨설팅 업체 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종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이 신축 건물 아케이드 내의 브랜드들을 선별하고 구성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오 대표는 “인테리어 공사 기간은 물론 최대 22개월까지 파격적인 혜택을 주면서까지 아케이드 내에 좋은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애쓰는 곳이 적지 않다”며 “대형 건물의 아케이드 상권이 발달하면서 그저 매장을 채우는 단계를 넘어 각 브랜드의 특성이나 타깃 층 가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획력과 구성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파르나스몰 MD 컨설턴트, 야스이 히데키 모리빌딩도시기획 상업부문 총괄이사
[트렌드] 숨어 있던 아케이드의 ‘화려한 변신’
“물건이 아닌 시간을 파는 공간”

파르나스호텔의 파르나스몰은 기획 단계만 4년이 걸린 프로젝트다. 호텔 측은 롯폰기힐스, 상하이 월드파이낸스센터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한 일본의 대형 개발사 모리빌딩과 협력해 도움을 받았다. 야스이 히데키 모리빌딩도시기획 총괄이사는 파르나스몰의 플래닝, 매장 구성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컨설팅을 맡았다.

그는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 따져 가며 수많은 업체를 거듭 조사했다”며 “똑같은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이곳만의 특색을 살린 편집력을 볼 수 있는지를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일본인인 그가 한국의 가치관과 식습관 등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지사. “호텔 아케이드는 수많은 외국인이 찾는 곳이고 그러면서도 한국 고객들이 선호할 만한 취향과 접점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다른 대형 몰보다 규모는 작을지 모르지만 차별화된 매장을 통해 서울 강남 한복판의 ‘차별화된 강남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