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김윤희의 2막 1장
1991년생
인천광역시청 소속 체조선수
세종대학교 체육학과 졸업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체조 국가대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체조 국가대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눈물의 여왕’으로 등극한 리듬체조 김윤희 선수.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국제 경기였기에 그녀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다음 달 전국체전이 끝나면 ‘체조선수 김윤희’로서의 치열했던 인생 1막은 마무리된다. 이제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스물넷의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될까.
[스타 인터뷰] 김윤희의 2막 1장
아시안게임이 끝나서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태릉선수촌에 있어 좀 놀랐어요.
11월 1일에 전국체전이 있거든요. 저도 2주 정도는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채워야 할 훈련 일수가 있어서 바로 선수촌으로 들어갔어요. 요즘은 몸 풀면서 가볍게 운동하고 있어요.


전국체전이 은퇴 경기죠?
네. 아직은 무덤덤한데, 시합이 끝나면 펑펑 울 것 같아요.(웃음) 큰 실수 없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시안게임에서도 눈물이 화제가 됐죠. 마지막 국제 경기라서 더 속상했나 봐요.
팀 경기였는데 저 때문에 점수가 떨어지면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보잖아요. 제가 중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수를 하니 화도 나고 동생들한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도 운 좋게 은메달을 따서 정말 다행이에요. 못 땄으면 악플이 엄청 달렸을 거예요.


볼, 후프에서는 실수가 있었지만 리본, 곤봉은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처음에 흔들리면 후반부에 좋은 점수가 나오기 힘든데, 마음을 독하게 먹은 것 같더라고요.
진짜 남은 2종목을 망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했어요. 혼자서 ‘정신 바짝 차려’라고 말하면서 뺨도 때렸어요. 아마 그 순간의 간절함만큼은 그 누구도 저를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


‘눈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또 ‘미모의 체조선수’로도 화제가 됐어요. 선수촌에서도 인기 많을 것 같아요.
‘리듬체조’라는 종목 때문에 더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선수촌에 가 보면 예쁜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인기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끔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분도 있고, 마주치면 말 걸고, SNS로 메시지 보내는 선수도 있어요.(웃음)


리듬체조는 언제부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요. 담임 선생님이 리듬체조 감독님이어서 관심을 갖게 됐죠. 부모님이 피겨나 리듬체조를 하라고 권유하셨는데, 집(김포)에서 목동이 멀다 보니 피겨는 포기하고 리듬체조를 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언니들이 리본 돌리는 게 멋있고 신기해서 재밌었어요. 나중에는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요.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체중 관리요. 워낙 먹는 게 많았거든요. 커 가면서는 부상 때문에 몸이 힘들었고요. 어릴 땐 하루에 10시간씩 운동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운동 시간을 버티는 게 좀 힘들어요. 매년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질 정도예요. 그리고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기에 나가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왔네요.
그때그때 눈앞에 생기는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내년엔 아시안게임 있으니까’, ‘다음 달에는 전국체전이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는데 고작 1년 못 버티겠어?’ 그런 생각으로 버텼죠.


대학교 생활은 어땠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운동만해서 학교생활이 뭔지 잘 몰랐어요. 대학교에 가면서 진짜 학교생활을 하게 됐죠. 오후 5시까지 수업 다 듣고, 밤에 운동해야 해서 힘들긴 했지만 재밌었어요. 학교 가면 친구들이랑 같이 수업 듣고, 과제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어서요.
[스타 인터뷰] 김윤희의 2막 1장
은퇴 후 계획은 어떻게 돼요?
내년부터는 코치를 해볼 생각이에요. 지도자 자격증 취득하려고 신청도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한다고 해도 오래 하던 운동을 그만두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롭게 시작할 운동이 없을까 생각했는데, ‘사격’이 떠올랐어요. 정말 뜬금없죠? 한 번도 해보지는 않았지만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만약 사격에 숨겨진 재능이 있다면 선수까지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리듬체조 은퇴하고 사격선수가 되면 정말 웃길 것 같아요.


그때 인터뷰 한 번 더 해요.(웃음) 사격 말고 해보고 싶은 거 없어요? 선수 생활하면서 못 해본 것 중에요. 예를 들면 연애?
지금은 안 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연애는 다 할 수 있더라고요. 이제 제 나이에 맞게 놀아보고 싶어요. 특히 밤에요. 선수 생활할 때는 늘 일찍 자야 했거든요. 그리고 항상 트레이닝복 입고 운동화만 신었는데, 이제는 구두 신고 옷도 예쁘게 입고 싶어요. 예쁘게 차려입고 친구들과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실컷 떨고요.


글 박해나 기자 I 진행 이동찬 기자 I 사진 신채영(신채영 스튜디오) I 모델 김윤희 I 헤어·메이크업 이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