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민 JTBC 기상캐스터

“내일 한파는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곳곳에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예상됩니다. 외출 시 미끄럼 사고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뉴스에서 빠지지않는 날씨 예보다.

얼핏 흘려듣기 일쑤인 이런 멘트 하나까지 출근길 직장인들과 시골 어르신들을 염려하며 꾹꾹 눌러 말하는 기상캐스터가 있다. 길어야 2분가량인 리포트를 위해 몇 시간이고
날씨 데이터를 꼼꼼히 체크하는 기상캐스터 이선민을 만났다.
[이색직업 탐방 ② 인터뷰] “기상캐스터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저널리스트”
우연히 기상캐스터를 하게 됐다고요?
방송 일이 하고 싶어 관련 학원을 다녔어요. 그러다 한 지역 방송사에 기상캐스터로 추천이 되면서 취업을 하게 됐죠. 처음 2년간은 좌충우돌이었어요. 이후 기상청에 근무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날씨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날씨 자료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알게 된 거죠.


대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대학 방송국에서 기자 활동도 했고 과외, 학원 강사, 전단지·서빙 알바도 했어요. 물론 학비를 벌 목적도 있었지만 다 제가 해보고 싶어 한 일들이에요. 덕분에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돼 결과적으로 제 일을 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어요.


기상캐스터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아나운서 준비 과정과 비슷해요. 일단 호감 가는 외모와 목소리가 중요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부산 사투리가 심해서 그걸 교정하느라 애를 먹었어요. 가족들과 있을 때도 일부러 표준어로 대화하려 노력했고요. 또 기사 작성이나 속보 처리 능력을 기르는 데도 신경을 썼어요. 기상캐스터는 누가 써준 대본을 앵무새처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완성도 높은 날씨 뉴스를 만들 줄 알아야 하거든요.


어떤 사람이 기상캐스터에 잘 어울릴까요?
청명한 날씨를 단순히 “오늘은 좋은 날씨입니다”라고 표현하는 캐스터가 있어요. 하지만 그런 말은 비가 그리운 농부들에게는 씁쓸한 일일 거예요. 날씨가 중요한 사람들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는 거죠. 날씨를 좋아해 기상캐스터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달라요. 기상캐스터로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고, 오래 일하려면 자기만의 특성이나 개성을 개발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살아 있는 방송이 될 수 있거든요.


기상캐스터의 일과가 궁금해요.
아침 뉴스를 하고 있어서 저녁 9시쯤 자고 새벽 3 ~ 4시쯤 일어나요. 방송 스탠바이를 오전 7시에 하는데 그 전까지는 분장을 하고, 날씨 기사를 써요. 뉴스가 끝나고 10시 정도에 늦은 아침을 먹죠. 그 다음엔 장비를 체크하고 타 방송의 날씨 뉴스를 모니터링 해요. 기상캐스터는 기상청과 시청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기에, 불의의 사고가 없도록 장비 체크를 늘 해야 해요. 퇴근은 12시쯤 하기 때문에 낮 시간 활용도가 높은 편이에요.
[이색직업 탐방 ② 인터뷰] “기상캐스터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저널리스트”
몇 년 전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죠?
의상 논란이 있었어요. 협찬을 받아서 입은 옷이었는데 일부 네티즌들이 그 옷을 입은 화면을 캡처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어요. 곧바로 그와 관련된 선정적인 기사들도 나오며 상처를 받았었어요. 하지만 더 가슴 아팠던 건 제가 화제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하고, 연예인이 되려 한다고 당시 많은 이들이 오해를 했던 거예요.


기상캐스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직업에 대한 인기가 많아지는 건 나쁘지 않지만, 기상캐스터에 대한 환상만으로 도전하는 것은 말리고 싶어요. 기상캐스터,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거든요. 방송이라는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직업 자체에 주목해 준비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처음부터 기상캐스터가 체질인 사람은 많지 않아요. 누구나 부족한 면 한두 가지는 있기 마련이죠. 꿈에 대한 갈망이 크면 클수록 더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해요.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