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의 2세 교육 & 승계·상속 마스터플랜

[BIG STORY] 돈이 아닌 ‘자격’의 대물림
대한항공‘ 사건’이 세밑을 뜨겁게 달궜다. 각종 패러디가 넘치고 본의 아니게 ‘땅콩(마카디미아)’이 품귀 현상을 빚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이슈가 쏟아지는 가운데, 대한항공 불매 운동이 이어지는가 하면, 언젠가 한번은‘ 그럴줄 알았다’는 평까지 나돌고 있다. 두 달 전 본지가 40대 그룹을 대상으로‘ 오너리스크 랭킹’을 조사, 발표할 때만 해도 한진그룹은 전년 대비 좋은 점수를 받으며 오너리스크가 적은 기업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7성급 호텔 건립의 꿈도 차근차근 실행해 가며 장밋빛 일색이었던 한진그룹은, 그러나 날개 없는 새처럼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번 사건 이후 재계 내부에서는 후세들의 경영 수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대한항공 사례는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을 또 한 번 절감하게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또한 딸을 대신해 나선 전 국민 사과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반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처럼 자녀교육이 어디 그리 쉬운 문제던가. 아무리 훌륭한 아버지라 하더라도 자식 교육의 성공은 별개의 문제다. 잘나가던 정치인, 기업가들이 자식 문제로 신세가 하루아침에 전락하는 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잘못된 교육은 한 개인, 한 집안의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란 점에서 2·3·4세들의 교육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해당 기업에 속한 가족들, 나아가 국가 경제에까지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만 하더라도, 오너‘ 자녀’의 문제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지 않았나. 이미지 타격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그 규모는 짐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머니’가 자녀 교육에 주목한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경제와 투자, 글로벌 교육처럼 당장 눈앞에 보이는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을 키우고 올바른 통치력을 기르는 것까지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승계의 문제도 결코 교육과 다른 방향에 있지 않다. 일찍부터 승계에 관한 교육을 받은 후세들이라야 기업을 잘 이끌 수 있고, 기업이 존속돼야만 수많은 조직원들도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돈’이 아닌‘ 자격’을 물려주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


글 박진영·이윤경기자│전문가 기고 이상재 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이상혁 하나은행 PB사업부 세무사·김선화 한국가족기업연구소장│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