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대외 활동을 접고 경영 몰입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용진이형’의 의미 있는 변신이 과연 위기에 빠진 그룹을 되살릴 수 있을까

[CEO & BIGDATA]

편집자 주

최근 화제가 된 기업인의 뉴스 데이터를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분석한 뒤, 해당 기업가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짚어본다.
회장 된 ‘용진이형’…SNS 대신 실적으로 소통할까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난 3월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1995년 말 입사한 지 28년 만이자,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의 승진이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인사만큼 정 회장의 달라진 행보도 화제다. 승진 이후 정 회장은 대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한 채 계열사 사업을 챙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평소 즐기던 골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도 접은 채 직접 현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마트는 적자를 기록, 쿠팡에 업계 1위 자리를 빼앗기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신세계건설 재무 구조 악화까지 불거지며 위기에 직면한 정 회장은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최근 3개월간 정 회장 관련 뉴스데이터 500건에서 추출한 주요 키워드를 짚어본다.

#신세계그룹#회장승진#정면돌파#이명희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안팎에 닥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그룹의 강력한 의지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신세계그룹 총수의 역할을 맡는다. 정 회장은 1995년 27세의 나이에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해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 2006년 부회장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은 현재 환경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사에 대해서도 “정 회장 승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라며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는 신세계그룹이 정 신임 회장에게 부여한 역할은 막중하다”고 밝혔다. 그만큼 정 회장도 취임 이후 대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계열사 사업을 챙기는 중이다. 계열사 대표와의 일대일 회의는 물론 재무, 영업, 물류 등 현안별로 관련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토론하는 그룹 회의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비상경영 체제가 가동됐다는 말도 나오는 등 정 회장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마트#실적부진#희망퇴직#쇄신인사#신세계건설

신세계그룹은 지난 3월 25일 이마트 창사 이후 처음으로 근속 15년 이상, 과장급 이상인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에 들어갔다.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비롯한 비용 감축에 나선 건 지난해 실적 악화 때문이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신세계건설이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연결기준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마트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마트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 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고 비핵심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도 최근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는 등 취임 후 첫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4월 2일 신세계그룹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아울러 신세계건설 영업본부장과 영업담당도 함께 경질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기대 실적에 미치지 못하거나 경영 성과가 저조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진을 수시로 평가해 엄정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스타그램#용진이형#SNS

재계 대표적인 SNS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정 회장이 승진 이후 돌연 SNS 활동을 중단한 것도 연일 화제를 모았다. 왕성한 SNS 활동으로 ‘용진이형’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정 회장의 인스타그램에는 4월 13일 현재 25개 게시물만 남아 있다. 공개된 사진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출신 데릭 지터, 미국 톱모델 지지 하디드 등과 찍은 사진, 지난해 6월 스타필드 청라 비전 선포식 때 찍힌 본인 사진 등이다. 그간 정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해외 유명인과의 친분을 알리고 경쟁사 제품 시식평을 남기는 등 적극 소통해 왔다.

다만 정 회장은 자신의 사생활이나 가치관을 SNS에 거침없이 공개하면서 여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2022년 1월 정 회장(당시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가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 조치를 당한 바 있다. 따라서 승진 이후 정 회장이 인스타그램을 정리한 것은 회장으로서 그룹의 혁신과 성장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글 김수정 기자│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