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화 삼성증권 SNI호텔신라 지점장

유정화 삼성증권 SNI호텔신라 지점장은 삼성증권을 대표하는 프라이빗뱅커(PB)다. 삼성그룹 고객만족(CS) 강사 출신인 유 지점장은 2002년 PB로 변신해 2008년 삼성증권 마스터 PB로 선정됐고, 2011년부터 SNI호텔신라 지점을 이끌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컨설턴트인 그는 저성장·저금리 시대 자산관리의 기본은 자신만의 투자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Dinner with PB­­­] “자산관리에 성공한 분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원칙이 있죠”
삼성증권 SNI 지점은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들의 전담 점포다. SNI호텔신라는 삼성증권 SNI 중에서도 가장 핵심인 지점이다. 호텔신라라는 위치가 말해주듯 고객은 강남과 강북에 걸쳐 있다. 현재는 강남 고객이 강북 고객보다 많다.

증권사를 찾는 고액자산가들답게 투자 성향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이다. 하지만 개인 성향에 따라 위험중립형이나 위험회피형 고객도 적지 않다. 유정화 삼성증권 SNI호텔신라 지점장은 PB의 역할이 고객의 성향을 살펴 각자에게 맞는 투자 원칙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 뒤 고객들이 시장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또한 PB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하는 유 지점장을 종로타워빌딩 33층 탑클라우드에서 만났다.


금융위기 이후 자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같은 시장에서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새로운 기준과 원칙이 필요해졌어요. 고성장 시대의 향수에서 벗어나 기대치를 낮추고 투자 원칙을 정비해야 하는 시점인 거죠. 저성장·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사실 자산관리는 더 어려워졌어요. 전 세계 정보의 시차가 거의 없어지고, 자본의 이동이 쉬워지면서 자산군, 투자 유망 대상, 유망 상품 등의 주기가 짧아진 것도 자산관리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고요.”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과 원칙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13년째 고액자산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은 자산관리에 성공한 분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원칙이 있다는 겁니다. 제가 만난 상위 톱 10 고객을 보면 그 원칙은 그들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달랐습니다. 위험선호형 고객들은 증시가 폭락했을 때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거나 투자를 오히려 늘렸습니다. 시장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거죠.”


폭락장에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건 일반 투자자들로선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맞습니다. 폭락장에서 투자하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에요. 고액자산가들은 남들이 눈을 돌리는 그때 투자를 늘리더군요. 그동안 눈여겨봐 온 종목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거죠. 현금이 부족하면 핵심이 아닌 종목을 팔아서라도 핵심 종목의 비중을 높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덜 빠진 종목의 주식을 팔아서 더 빠진 종목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런 고객 분들이 많은가요.
“실제로 많습니다. 천안함 사태 같은 이슈들이 불거져서 주가가 폭락하면 제 전화통에는 불이 납니다. 고액자산가들은 그때가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는 걸 아는 거죠. 그때 PB가 고객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 투자에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 않고 서로 의견 합일이 어려우면 기회를 놓치는 거고요.”
[Dinner with PB­­­] “자산관리에 성공한 분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원칙이 있죠”
위험중립형 성향의 고객 사례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0여 년 전에 만난 고객 분이 있습니다. 그때 그분 나이가 40대이셨는데, 투자에 좀 보수적이었어요. 주식과 채권 비중이 50 대 50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투자를 하셨어요. 10년이 지난 지금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더 높이셨죠. 그런 가이드를 정해두고 지키는 거죠. 고객 중에서는 그걸 모르는 분이 있는데, 그걸 찾아주는 게 PB의 역할이 아닌가 해요.”


PB를 하시면서 고객과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을 없을 텐데요. 주가가 폭락하거나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고객의 항의를 받기도 하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제 경우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어요. 주가가 폭락하면서 고객 포트폴리오가 완전히 망가졌거든요. 그 시기 힘들다고 포기한 PB들도 더러 있었는데, 저는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져야 할 부담을 다른 분께 미룰 수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버텼죠. 버티면서 다른 종목을 처분해서 회복이 빠를 만한 종목을 권유했어요. 당시 일본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40~50% 하락했는데 그걸 팔아서 국내 우량 주식으로 갈아타게 했죠. 그 덕에 회복이 빠른 적이 있었어요.”


위기를 겪으면서 배우는 점도 많았겠습니다.
“누구도 최저점을 알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명심할 점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추가로 투자한 분들이 회복도 빨랐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배운 건 겸손입니다. 시장 앞에서 교만하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됩니다.”


현재 초고액자산가(HNWI)는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시나요.
“기대수익률은 낮추면서 변동성에 노출되지 않은 투자를 원합니다. 상품으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약 20%는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채권이나 펀드 등에 넣어두고요.”


최근 시장에서 의미 있는 투자를 하신 고객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미국 펀드에 가입해서 높은 수익을 거둔 분이 있습니다. 2013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개최한 세미나를 보고 투자하신 분인데, 세미나의 주된 내용이 선진국, 특히 미국이 경기 회복을 주도할 거라는 거였어요. 이에 따라 미국·유럽 펀드, 미국의 핵심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제안했죠. 그걸 눈여겨보시고 투자하신 거죠. 실제로 지난해 6월 버냉키 쇼크 이후 7~8월 미국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신 분들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거뒀어요.”


해외뿐 아니라 국내서도 대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눈여겨볼 만한 대체 투자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형 헤지펀드, 특히 롱쇼트전략의 헤지펀드들은 꾸준한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롱쇼트전략의 헤지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HNWI들 사이에는 리츠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구조조정용으로 나온 리츠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어요. 외환위기 직후 충무로 극동빌딩을 자산으로 만든 리츠가 대표적이죠. 매년 7%대의 배당률을 보이면서 매각 시에는 100%의 차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에 투자한 ‘JR1호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도 4년 6개월 동안 연평균 7%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리츠가 매력적인 투자처임에는 틀림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연금 등 큰손들이 대체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리츠에 투자할 기회는 적은 듯한데요.
“그런 면에서 프라이빗뱅크(PB)센터가 강점이 있습니다. 기관들과 함께 리츠 투자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현시점에서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0억 원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십시오.
“요즘 같은 때는 변동성을 줄이는 게 중요하니까 중위험·중수익 추구형 펀드에 전체의 50%를 넣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진국 증시가 전망이 좋기 때문에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에 3억 원, 주가연계증권(ELS) 랩 또는 롱쇼트 펀드에 2억 원 정도가 되겠죠. 나머지는 은행 후순위채 등 일드(Yield) 자산에 2억 원, 해외 주식과 국내 주식, 가치주·배당주 펀드 등에 각각 1억 원을 가입하면 좋을 듯합니다.”


이런 포트폴리오도 자신의 투자 원칙에 맞게 투자를 해야겠죠.
“물론입니다. 최근에 짐 로저스의 ‘세계 경제의 메가트렌드에 주목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거기 주목할 만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책에서 로저스가 ‘나한테 어디다 투자해야 하는지 물어보지 말아라’라는 말을 했어요. 얼마나 많은 자산가들이 그에게 투자 자문을 구하겠어요. 그런 질문에 ‘나한테 묻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고 해요.”


결국 자산관리에는 정답이 없다는 건가요.
“그렇죠. 사람에 따라 돈을 버는 방법과 그걸 지키는 방법이 모두 다릅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산 배분 원칙 및 투자 철학을 정립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런 다음 그 원칙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 자산관리에 성공한 고객 분들의 특징은 자신이 만든 가이드라인 안에서 매우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120만 원 초반이 되면 분할 매수한다고 결정했다면 주저 없이 액션을 취하는 거죠. 다른 투자자들이 어떻게 하는가에는 관심이 없어요.”



서울의 랜드마크 레스토랑
탑클라우드의 유러피언 코스
[Dinner with PB­­­] “자산관리에 성공한 분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원칙이 있죠”
종로타워 빌딩 33층에 자리 잡은 탑클라우드(Top Cloud)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야경과 함께 미각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다이닝바 & 그릴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가 설계하고 필립 스탁의 수석 디자이너가 직접 인테리어를 맡아 유리 건축물 특유의 모던하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탑클라우드는 라이브 재즈 공연을 즐기며 야경과 함께 세미 뷔페와 와인,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바(Bar) 섹션과 호텔 수준의 단품 요리와 정찬 코스 메뉴, 그리고 수준급 와인을 차분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그릴(Grill)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PB와의 만찬은 그릴 섹션에서 진행됐다.

전채는 펜넬 샐러드를 곁들인 연어 그라브락스와 토마토소스로 맛을 낸 홍어찜을 추천한다. 둘 모두 H3 샤도네이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메인은 오렌지 가스트릭 소스를 곁들인 오리 가슴살 구이와 파인애플, 샬롯 소스의 호주산 채끝등심 숯불구이다. 샬롯 소스의 호주산 채끝등심 숯불구이는 탑클라우드의 시그니처 메뉴로 호주산 최상급 채끝등심을 참숯에 구워 고기 본연의 맛을 살렸다. 상큼한 레몬 피낭시에와 부드러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정찬을 마무리했다.


매칭 와인 H3 샤도네이와 피아니로씨
[Dinner with PB­­­] “자산관리에 성공한 분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원칙이 있죠”
콜럼비아 크레스트(Columbia Crest)는 미국 5대 와인 프로듀서인 생 미셸 와인 이스테이츠의 자회사로, 워싱턴 주 최대 와인 생산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워싱턴 주의 주요 포도 산지인 컬럼비아 밸리에 조성된 이들 포도밭은 연간 강수량 20cm의 매우 건조한 기후와 캘리포니아보다 더 긴 일조 시간, 큰 일교차의 혜택을 받아 일명 신대륙의 과실 풍미와 구대륙의 산미를 지닌 빼어난 과실을 생산한다.

전채요리와 매칭한 H3 샤도네이(H3 Chardonnay)는 콜럼비아 크레스트의 4개 등급 중 2번째 등급 제품이다. 미디엄 보디 와인으로 구운 사과, 잘 익은 배, 풍부한 바닐라 향과 미네랄 향 등을 지닌다.

레드 와인인 피아니로씨(Pianirossi)는 이탈리아의 새로운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 급부상 중인 마렘마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와인이다. 마렘마는 토스카나의 녹색 심장이라고 할 만큼 녹지대가 많은 농업 지역이며, 서편에는 숨 막히는 광경의 긴 해안을 둔 아름다운 곳으로 이탈리아 최고의 농업관광(agriturismo)지다.

대형 오크통에서 15개월 동안 숙성돼 풍부한 식감, 부드러운 질감, 그리고 복합미를 균형 있게 갖춘 프리미엄 와인이다. 연간 3800병만 생산되는 부티크 와인으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과 극히 일부의 와인 애호가들에게만 독점 판매되는 희귀 와인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요리 및 와인 협찬 나라셀라(www.naracella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