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스위스 제네바 시계 박람회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2024(Watches and Wonders Geneva)’가 열렸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인 가운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에르메스의 신작을 소개한다.

[WATCH THE WATCHES]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Watches and Wonders Geneva) 2024’에서 만난 에르메스.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4'에서 첫 선을 보인 에르메스 컷 워치. 케이스 지름 36mm로 남녀가 함께 착용할 수 있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워치스앤원더스 제네바 2024'에서 첫 선을 보인 에르메스 컷 워치. 케이스 지름 36mm로 남녀가 함께 착용할 수 있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순수한 형태에 담긴 완벽한 시간
에르메스 컷 Hermès Cut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기하학적 테마가 돋보이는, 올해 주목해야 할 시계다. 에르메스의 시계 부문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Philippe Delhotal)에 의해 탄생한 새로운 컬렉션 ‘에르메스 컷’은 단순한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원형처럼 보이지만 완벽한 원형이 아닌 케이스 디자인이 특징이다. ‘둥근(round)’ 형태와 완벽한 ‘원(circle)’, 그 사이의 중간 지점의 균형 잡힌 케이스는 날렵한 라인으로 다듬어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한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광채를 선사하는 미러 폴리싱과 금속 결을 살린 새틴 브러싱 가공을 교차 적용해 빛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1시와 2시 사이 대담하게 배치된 크라운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이니셜 H가 래커 처리되거나 로즈 골드 소재로 인그레이빙 돼 에르메스 컷만의 독창적 디자인을 드러낸다. 덕분에 착용감도 훨씬 좋아졌다. 오팔린 실버톤 다이얼 위 부분적으로 오픈워크 처리한 바톤형 핸즈와 입체적인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에 슈퍼 루미노바를 가득 채워 가독성 또한 확보했다. 도트가 포인트로 가미된 커다란 초침은 미니트 트랙을 따라 부드럽게 흘러간다. 둥글고 유연한 교차식 마감 링크로 구성된 메탈 브라이슬릿 또는 블랑, 오렌지, 그리스 펄, 그리스 에땅, 베르 크리켓, 블루 진, 카푸친 등 에르메스 컬러 팔레트에서 차용한 여덟 가지 컬러의 러버 스트랩으로 선보인다. 별도의 도구 없이도 손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인터체인저블 시스템을 적용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스틸 또는 스틸과 로즈 골드 콤비 소재로 선보이며, 베젤에 56개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버전도 출시된다. 케이스 지름은 36mm로 에르메스 매뉴팩처 무브먼트 H1912를 탑재해 50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하고 100m 방수를 지원한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900만 원대부터 2900만 원대.
스틸 또는 스틸&로즈 골드를 함께 사용한 투톤 소재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되거나,  메탈 브레이슬릿 또는 8가지 러버 스트랩으로 출시된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스틸 또는 스틸&로즈 골드를 함께 사용한 투톤 소재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되거나, 메탈 브레이슬릿 또는 8가지 러버 스트랩으로 출시된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하이 워치메이킹과 승마 미학의 만남
아쏘 뒥 아뜰레 Arceau Duc Attelé

에르메스의 하이 워치메이킹과 아이코닉한 승마 미학이 어우러진 ‘아쏘 뒥 아뜰레’. 비대칭 러그를 더한 티타늄 또는 로즈 골드 케이스, 3축(Triple-axis) 투르비옹과 미니트 리피터가 특징이다. 다이얼의 사파이어 돔을 통해 돋보이는 3축 투르비용은 1900년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3대손 에밀 에르메스와 줄리 올랑드의 결혼을 상징하는 두 개의 ‘H’가 얽혀 있는 형태에서 착안했다. 메커니컬 미니어처화의 업적을 구현한 3축 투르비옹은 이름처럼 각기 다른 회전 속도(300초·60초· 25초로 1회전)를 가진 세 개의 별도 축을 지니고 있다. 질주하는 말처럼 기울어진 아라비아 숫자 위로 갈고리 모양의 블루 시곗 바늘이 부드럽게 흐르며 시간을 표시한다.
지름 43mm의 티타늄 케이스, 다이얼 위 기요쉐 장식은 미니트 리피터의 해머에서 발하는 소리가 전파되는 파동 모양을 연상시킨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지름 43mm의 티타늄 케이스, 다이얼 위 기요쉐 장식은 미니트 리피터의 해머에서 발하는 소리가 전파되는 파동 모양을 연상시킨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티타늄 버전에 적용된 기요셰 장식은 말의 옆모습 형태로 완성된 미니트 리피터의 해머에서 발하는 소리가 전파되는 파동 모양을 연상시킨다. 케이스 측면의 전용 슬라이드를 통해 시, 분, 그리고 15분 단위로 울리며 시간을 알려주는 이 해머들은 다이얼 가장자리 주변에 자리한 길고 단단한 강철 공에 장착된 U자 형의 소리굽쇠의 가지를 치는 방식으로 작동되는데, 그 소리는 마치 대성당 종소리를 연상시킨다. 이 ‘튜닝 포크’ 구조는 케이스에 사용된 소재를 활용해 최적의 공명을 제공한다.
H1926 칼리버의 플레이트와 브리지에 적용된 앤트러사이트 컬러 PVD 코팅 처리는 소너리 메커니즘의 청명한 소리, 말 머리와 갈기 모양의 랙, 에르메스 ‘사륜마차’에서 영감을 받은 톱니 모양을 강조한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H1926 칼리버의 플레이트와 브리지에 적용된 앤트러사이트 컬러 PVD 코팅 처리는 소너리 메커니즘의 청명한 소리, 말 머리와 갈기 모양의 랙, 에르메스 ‘사륜마차’에서 영감을 받은 톱니 모양을 강조한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사파이어 케이스 백을 통해 고진동 밸런스 휠(5 Hz)이 장착된 매뉴팩처 무브먼트 H1926의 독특한 장식을 감상할 수 있는데, 기어 트레인의 커팅은 두 마리 말이 끄는 캐노피가 있는 마차인 뒥 아뜰레(Duc attelé)의 바퀴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케이스 지름은 43mm이며, 각각 24점 한정 출시한다.
마치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블루 어벤추린 다이얼, 어비스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우아한 로즈 골드 케이스 버전. 사진=에르메스 제공
마치 밤하늘을 연상시키는 블루 어벤추린 다이얼, 어비스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우아한 로즈 골드 케이스 버전. 사진=에르메스 제공
장인정신에 위트를 곁들인 예술 작품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 Arceau Chorus Stellarum

모바일 아플리케, 인그레이빙,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을 통해 환상적이고 장난스러운 승마 세계가 펼쳐진다. 1978년 앙리 도리니(Henri d’Origny)가 디자인한 아쏘 시계는 클래식한 외관을 갖고 있지만 변화를 즐긴다. 등자 모양의 비대칭 러그가 장착된 케이스 안에 놀라운 예술 공예를 담아낸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 이름처럼 디자이너 다이스케 노무라(Daiske Nomura)가 디자인한 코러스 스텔라룸 실크 스카프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은 인그레이빙과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을 사용해 시대를 초월하고 독특한 미학을 지니며 에르메스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오롯이 드러낸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은 인그레이빙과 미니어처 페인팅 기법을 사용해 시대를 초월하고 독특한 미학을 지니며 에르메스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오롯이 드러낸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강렬한 말을 힘차게 타고 있는 해골 기수는 인그레이빙과 페인팅, 모바일 옐로 골드 아플리케 기법으로 구현됐고, 멋진 해골 기수는 9시 방향 푸시 버튼을 가볍게 누르면 즉각적으로 움직이며, 샹르베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황금 별자리 주변을 돌아다니며 춤을 춘다. 예술, 양각, 광채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다이얼은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둘러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여성 해골 기수 버전에는 70개의 다이아몬드가 베젤을 에워싸고 있다. 심장은 에르메스 매뉴팩처 무브먼트 H1837의 리듬에 맞춰 고동친다. 지름 41mm 화이트 골드 케이스에 장착된 매트 어비스 블루 또는 펄 그레이 악어가죽 스트랩은 시계의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강조하며, 각각 6점 한정 제작된다. 가격 미정.
다양한 기법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은 9시 방향의 푸시 버튼에 연결된 스프링 메커니즘에 의해 가볍게 누르면 해골 기수가 춤을 추듯 움직인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다양한 기법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아쏘 코러스 스텔라룸은 9시 방향의 푸시 버튼에 연결된 스프링 메커니즘에 의해 가볍게 누르면 해골 기수가 춤을 추듯 움직인다. 사진=에르메스 제공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