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가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Cartier, Crystallization of Time)> 전시를 진행한다. 2019년 도쿄 국립 신 미술관에서 열린 이후 5년만이자 두 번째 전시로, 국내에서 대규모 까르띠에 소장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는 건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까르띠에의 예술>전시 이후 16년 만이다.

[ISSUE] 상상 그 이상, 까르띠에의 작품 세계와 영원한 순간을 경험할 시간.
5월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 공식 포스터. 사진=까르띠에
5월1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 공식 포스터. 사진=까르띠에
까르띠에의 주얼리는 장대한 시간을 거쳐 탄생한 보석과 경이로운 자연, 세계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장인의 독보적 공예 기술로 결합한 결정체다. 이번 서울디자인재단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까르띠에가 특별 협력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에서는 까르띠에 컬렉션으로 대표되는 소장품, 아카이브 자료, 평소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 등 약 3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통해 까르띠에 스타일과 유구한 역사를 탐구한다. 전시는 ‘시간의 축’이라는 큰 주제 아래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 호기심’까지 세 가지 관점의 챕터로 구성돼, 까르띠에의 선구자적 정신과 독창적 디자인 세계가 펼쳐진다.
전시 디자인 역시 눈여겨볼 요소다. 도쿄 전시에 이어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가 설립한 ‘신소재연구소’가 맡았다. 또한 까르띠에가 오랫동안 후원해 온 중앙화동재단 부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과 협력해 한국의 전통 소재들을 전시장의 곳곳에 배치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자연 그대로의 소재와 까르띠에의 작품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이 전시는 ‘까르띠에 스타일’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모델 A 미스터리 클락. 1918년. 사진=까르띠에
모델 A 미스터리 클락. 1918년. 사진=까르띠에
Prologue | 시간의 공간,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

본격적 챕터로 넘어가기 전, 전시는 까르띠에의 예술성, 창의성, 기술력의 정수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으로 시작된다. 까르띠에의 클락은 단순한 장식 예술을 넘어 하나의 예술품이다. 현재가 순식간에 과거가 되고,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가는 시간의 신비한 진리를 표현한다. 특히, 미스터리(미스터리어스) 클락은 까르띠에만의 특별한 메커니즘으로 시곗바늘이 그 어떤 부품과 연결되지 않은 채 회전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숨막히는 광경을 연출한다. ‘시계의 경이로움(Marvels of Horology)’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한 세기를 훌쩍 넘긴 현재까지도 까르띠에의 파인 워치 공력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뚜띠 프루띠 힌두 네크리스, 1936년 특별 주문 제작, 1963년 리디자인됐다. 사진=까르띠에 제공
뚜띠 프루띠 힌두 네크리스, 1936년 특별 주문 제작, 1963년 리디자인됐다. 사진=까르띠에 제공
Chapter 1 | 소재의 변신과 색채

까르띠에가 혁신적 디자인을 창조하기 위해 소재와 색채를 다루는 법을 소개한다. 20세기부터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사용했던 플래티늄 활용법, 규화목과 같은 독특한 소재, 형형색색 보석을 조합한 뚜띠 프루티(Tutti Frutti: 이탈리어아로 '모든 과일'을 뜻하는 뚜띠 프루티는 에메랄드와 루비, 사파이어 등 대담한 색채 조합이 특징인 까르띠에만의 아이코닉 스타일이다.) 등 메종의 독보적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다.
뚜띠 프루티 네크리스. 2021년, 개인 소장. 머리 장식 또는 펜던트 및 어깨 장식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착용할 수 있다. 사진=까르띠에 제공
뚜띠 프루티 네크리스. 2021년, 개인 소장. 머리 장식 또는 펜던트 및 어깨 장식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착용할 수 있다. 사진=까르띠에 제공
주목할 또 하나의 특징은 까글립틱, 에나멜링, 그래뉼레이션, 오가닉 소재 상감 세공(장미꽃잎·밀짚) 등 세대를 거쳐 이어 오고 확장되는 메종의 장인정신이 담긴 특별한 기술이다. 프랑스 정부가 전통 공예 분야의 최고 기능 보유자로 인정하는 ‘메티에 다르(Maître d’art)’ 칭호를 받은 장인의 감독 아래 극소수의 장인들이 공방을 이끌고 있으며, 공방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후계자가 드문 수공예 기술의 명맥을 이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려 189.345캐럿 오팔이 세팅된 뉴 아키텍처 브레이슬릿, 2015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무려 189.345캐럿 오팔이 세팅된 뉴 아키텍처 브레이슬릿, 2015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Chapter 2 | 형태와 디자인

순수한 선과 형태의 창조적 본질을 찾아 떠나는 까르띠에의 여정이 펼쳐진다.
화이트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세팅된 옵틱스 브레이슬릿. 2014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화이트 골드 소재에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세팅된 옵틱스 브레이슬릿. 2014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자연에서 드러나는 선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에센셜 라인’과 ‘스피어’, 주얼리의 구조적 요소 그 자체로 건축이 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뉴 아키텍처’, 움직임이 착시를 통해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떻게 작품에 표현되는지를 알아보는 ‘옵틱스’, ‘혼돈 속의 조화’에서는 젬스톤이나 디자이너로부터 출발한 우연한 사건이 주얼리 디자인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산업 분야나 패션계의 쿠튀르 등 주얼리 세계와 무관한 것으로 여겨 온 영역에서 메종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지 볼 수 있다.


브레이슬릿, 2016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브레이슬릿, 2016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Chapter 3 | 범세계적 호기심

세계의 다양한 문화, 야생 동식물 등은 까르띠에 디자인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창립자 루이 까르띠에의 호기심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까르띠에만의 독창적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150년이 넘는 까르띠에의 기록을 보면 동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지명이 등장한다. 이 지역들의 건축, 신화, 패턴, 색상은 여전히 영감의 원천이다.
네크리스. 1935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네크리스. 1935년. 사진=까르띠에 제공
이번 챕터에서는 한국에서 영향을 받은 특별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까르띠에는 자연이 창조한 산물을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추상적 해석을 곁들여 주얼리 디자인으로 풀어낸다. 까르띠에는 어떤 방식이든 표현하고자 하는 동물의 핵심적 특징을 잘 잡아낼 뿐 아니라, 오키드로 대표되는 식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창조했다.


양정원 기자 ne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