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쌍둥이 빌딩은 요즘 긴장감이 감돈다. 구본무 회장 취임 이한 골후 그룹경영방식을 「수성」에서 「공격」우선으로 바꿔서다. 부서가 없어지고 팀 단위로 움직이는 곳이 많다. 2000년대 「삼성그룹」을 따라잡을 수 있는 내부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LG그룹 담당자들은 술좌석에서 이런 말들을 공공연히 할 정도다. 확실히 LG는 혁신의 「불」이 지펴지기 시작한 것같다.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가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관리) 활동이다.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은 올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IR활동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기업이미지를높이고 자금조달을 보다 쉽게 하며 상품판매도 늘릴 수 있는 「1석3조」의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의 이런 전략은 물론지난해 6월 홍콩에서 IR활동의 성과가 좋았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이문호 회장실 사장을 비롯,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재무담당자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열린 「투자설명회」에는 2백명의 외국인이 참석했다. 시티뱅크 골드만삭스 크레디리요네 다이치캉교은행 닛코증권 등의 펀드매니저들이 열심히 메모하면서 관심을 나타냈다. LG그룹은 올해 전자와 정보통신에 있는 IR팀을 다른계열사로 확산,체계적인 활동을 펴 나갈 방침이다.최근 현대 삼성 대우 기아 한솔 등 대그룹들도 IR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전자와 정보통신에 IR 전담팀을 조직했다. 한솔제지도 삼성그룹에서 분리한 93년초부터 IR팀을신설했다. 대우중공업도 회장실 직속인 종합기획실내에 IR팀을 운영중이다. M&A설에 끊임없이 시달려 온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하반기 기획조정실 이용희 전무를 중심으로 IR팀을 만들었다.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신설하고 있는 IR팀은 미국 일본에서도70년대 들어서야 활성화된 마케팅기법중 하나다. 한마디로 기업 스스로 경영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 이들의 투자를 유치하여 기업의자금조달을 원활히 하는 적극적인 경영활동이 IR인 것이다.미국에서는 지난 53년 GE(제너럴 일렉트릭)사가 최초로 IR를 도입했고 일본에선 61년 SONY사가, 미국에서는ADR(미국주식예탁증서)발행과 동시에 최초로 IR활동을 벌였다. 국내에서는 지난 93년 삼화페인트와 경동보일러가 2백여명의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했다.최근 기업들이 IR를 강화하는 것은 주식발행을 통한자금조달(Equity Finance)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주식시장을통한 자금조달이 늘면서 주가를 적정수준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M&A가 기승을 부리면서 경영권 보호차원에서 각광받고 있다. 97년부터 대주주의 경영권 보호장치가 풀리게 되자 기업들이 IR에 부쩍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기아자동차IR팀의 한 관계자는 『M&A설이 그치지 않아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주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립동기를 밝히고 있다.국내기업들이 해외에서 조달하는 투자자금의 증가도 IR강화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한솔제지 김종태 IR팀장은 『그룹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막대한 자금을 국내와 해외에서 조달하기 위해서 IR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IR의 주된 대상은 펀드매니저와증권분석가(Analyst)등의 기관투자가와 소액 일반투자자 그리고 해외투자자 등이다.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 IR담당자의 주된 관심대상은 기관투자가들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각종 보고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주요한 IR 대상이다. 해외시장에서 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IR는 필수적이다.◆ IR 주된 대상은 기관투자가들반면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IR는기관투자가에 비해 저조한편이다. 우선 수가 너무 많아 관리하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 단기투자에 치중하고 있어 기업의 구체적인 경영정보에 대한 관심도가낮기 때문이다.IR담당자들은 이들 기관 및 일반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에게 매출액수익성 안전성 생산성 등 계량적 정보와 노사관계 고객관계 R&D 등의 질적정보를 제공한다.각종 이벤트와 대중매체, 출판물을 통해 이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이벤트에는 기업설명회 투자설명회 산업시찰 등이 있다. TV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을 통해서도 기업정보를 제공한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주로 사용된다. 기업이 제공하는 출판물에는 연차보고서 반기보고서 등이 있다.이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기업설명회다. 기관투자가 를 초청해서 기업의 신규사업이나 경영현안에 대해서 설명하는 형식으로운영되고 있다.LG전자의 송영섭 IR팀장은 『지난해 기업설명회때 데이콤인수의사와 기아자동차의 M&A 여부를 물어 보는 기관투자가들이 많았다』며『재무 최고 책임자인 김영준 부사장이 이들 질문에 대해서 일일이답변했다』고 밝혔다.지난해 상반기 계열사인 동부제강의 IR에 참석했다는 동부증권의홍성수씨는 『재무제표 등 수치상의 정보보다는 최고경영자가 직접참석해서 중요 현안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에게 조언할 때 도움이 된다』며 IR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천리안이나 하이텔같은 PC통신을 통해서도 각종 기업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신제품개발이나 멀티미디어산업 투자 계획 등을PC통신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기업설명회나 투자설명회에 참석하기어려운 일반투자자들에 대한 배려다.또한 해외에서의 기업설명회나 로드쇼(Road Show)도 활발하다. 한솔제지는 지난 93년초 해외 예탁증서(DR)를 발행하기 위해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LG전자도 홍콩에서 개최되는 연례기업 설명회인 Investor’s Forum Asia에 참석하거나미국이나 유럽 주요도시를 순회하는 해외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기업 IR담당자들은 이같은 활동을 통해서 펀드매니저나 증권분석가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일반투자자들의 투자를 좌우하는 현행 주식시장특성상 이들의 도움은 IR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업탐방과 공장견학, 최고경영자와 대화등을 통해 기업의 내재가치와 잠재가치를 설명하는데 많은 노력을기울이고 있다.이같은 IR는 기업이미지 제고와 주가를 끌어 올리기도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이승렬 과장은 『IR가 PR(Public Relations,공중관리)에서 파생된 것인 만큼 기업이미지 제고에 주안점을 둔다』며『기업이미지가 좋아지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선경증권이 93년부터 94년에 걸쳐서 기업설명회를 실시한 기업의주가를 분석한 결과, 설명회후 8일간 해당회사의 주식은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을 평균 12%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IR의 보급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상장회사라 하더라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일반투자자를 경시하는 풍토가 만연돼 있기 때문이다.또한 기업을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최고경영진이 기업정보의 외부공개를 꺼리고 있다. 단기적인 주가상승에 급급해서 기관투자가들에게 과도한 향응을 제공, 물의를 빚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점에도불구하고 IR활동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비자금 파문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여론이 크게일고 있다.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IR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결과다. 또한 IR에 익숙한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도 IR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역으로 국내기업들의 해외자본 조달의 증가도 IR강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