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단행된 유통시장 개방조치의 골자는 매우 단순하다. 외국자본에 대한 매장면적(3천㎡)제한과 점포수(20개)제한을 없앤 것이전부다. 외국기업들이 매장크기에 관계없이 점포를 얼마든지 만들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유통시장개방이다.외국유통업체들은 올해부터 마음껏 국내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물론 이들 외국업체에 맞서기 위한 국내업체들의 대응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유통업체들의 사업다각화가 본격 추진되고 있으며대기업들의 신규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국내유통업체들과 외국유통업체들의 싸움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유통시장개방이후 국내에 진출한 대형외국유통업체는 아직까지 두 회사에불과하다. 네덜란드 유통업체인 마크로와 프랑스계의 까르푸가 전부다. 하지만 그 파장은 결코 작지않다.마크로는 지난 1월 인천에 회원제창고형매장을 개설, 영업에 들어갔다. 매장면적 4천여평에 1만여종이 넘는 상품을 진열, 고객들을끌어들이고 있다. 마크로는 현재 하루평균 2억~3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인천지역을 국내외 유통업체들의 최대격전지로 만들었다.◆ 마크로·까르푸 진출로 국내유통업계 파문마크로는 매년 3~4개의 회원제창고형매장을 개설, 다점포화를 적극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일산점 건물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초에는 분당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이밖에 대전 부산 등에도 마크로 매장을 개설, 내년말까지 5개의 점포체제를 갖추기로 했다.하이퍼마켓 운영업체인 까르푸는 6월말 부천 중동점 개점을 시작으로 국내영업에 뛰어든다. 마크로와는 달리 회비없이 운영하는 까르푸는 생식품분야와 규격식품 공산품등 생활관련분야에서 다양한 상품구색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격대 역시 일반 슈퍼마켓보다훨씬 낮다. 이같은 까르푸의 등장은 국내유통업계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는게 유통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베르나 엘루아 한국까르푸사장은 한국시장에 맞는 상품으로 매장을구성할 계획이라며 『매년 3~4개의 점포를 개점해 품질이 우수한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겠다』고 밝혔다.연면적 1만4천5백평에 매장면적 3천6백평 규모로 건설되는 까르푸중동점은 국내 첫 외국계 하이퍼마켓이다. 까르푸는 올해안으로 대전시 둔산지구와 일산신도시에 까르푸매장을 개설, 3개 매장을 갖추기로 했다. 이밖에 월마트 막스&스펜서 K마트 토이저러스 프로모데스 등 외국유통업체들은 국내진출을 준비하거나 적극 검토중이다.전세계 최대의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최근 롯데백화점과 상품공급계약을 체결, 60여개의 자사상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고있다. 이 회사는 단독 또는 합작형태로 국내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국내기업들과다양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 우수한 품질의 의류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고 있는 영국유통업체 막스&스펜서는 올해말까지 국내에 점포를 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신세계 롯데 성주인터내셔널등 국내업체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막스&스펜서는 영국 본사에서빠른시일내에 국내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합작의향서를받기로 하는 등 국내진출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프랑스 하이퍼마켓업체인 프로모데스는 합작방식으로 국내진출 방안을 검토하고있다. 프로모데스는 그러나 한화유통측과 합작지분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어 당장 진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한화측은 프로모데스가 까르푸 등의 진출성과를 본 후 국내진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구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있는 토이저러스 역시 국내업체와 합작방식으로 매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외국유통업체들의 국내진출이 공세적이라면 국내대기업들의 유통업참여는 수세적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국내유통시장이 외국업체에 장악당할 경우 제조업의 입지가 줄어들게 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과 조직력이 앞서는 대기업들의 유통시장 참여는 기존유통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것또한 사실이다.삼성그룹은 신세계와 계열분리 이후 유통업에 새로 참여하기 위해종합무역상사인 삼성물산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명동 제일물산빌딩을 장기임차, 패션의류전문점인 유투존을 개점한데 이어 올해말께 대구지역에 하이퍼마켓 형태의 할인매장을 낼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또 화신백화점자리에 건물을 신축, 젊은이들이 찾는 백화점으로 운영하는 한편 분당 서현역사에도대형매장을 만들기로 했다. 우성그룹계열 리베라백화점 인수를 통해 소매유통업에 뛰어드는 대우그룹은 (주)대우를 중심으로 사업을벌이고 있다. 대우는 백화점사업과 슈퍼마켓 할인점 종합도매업등여러형태의 유통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LG백화점은 올해말 부천에 대형백화점 개점을 계기로 백화점사업을강화하고있다. 이 회사는 현재 구리점 공사를 진행중이며 2000년이내에 서울에도 대형백화점을 건립할 방침이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LG유통의 경우 할인신업태 진출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체인 청구는 오는 8월 분당에 블루힐백화점을개점, 유통사업에 뛰어든다. 청구는 이밖에 왕십리 민자역사개발사업도 주관하고 있다.◆ 인천지역 국내외 유통업체들의 최대격전지기아그룹의 사원회사인 기산이 유통업에 참여하는 것도 관심거리.이 회사는 신도림역 인근 부지에 초대형 유통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있다. 기산은 또 성북민자역사 개발사업에도 단독으로사업계획서를 제출, 유통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있다.외국업체들과 국내대기업들의 이같은 유통사업참여에 맞서 기존 백화점들도 적극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신세계는 지난 93년말 서울 창동지역에 할인점 E마트를 개설하면서신업태에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이후 회원제창고형매장인 프라이스클럽을 개점, 국내유통업계에 가격파괴바람을 일으켰다. 신세계는이같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백화점에서 종합유통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이다.뉴코아는 가장 짧은 시간동안에 가장 많은 할인점포를 세운 업체.이 회사는 지난해 6월 킴스클럽 서울점을 개점한 이후 1년만에 킴스클럽 매장을 12개로 늘렸다. 매장면적 2천평이 넘는 대형할인매장을 한달에 한개씩 개점한 셈이다. 뉴코아는 이같은 다점포화를통해 지난 1년동안 3천8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뉴코아는 2000년까지 50개의 킴스클럽매장을 설립, 2백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연간3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그랜드백화점의 경우 할인점 그랜드마트로 사업을 다각화하고있다.이밖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그랜드백화점 등이 할인점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백화점업체들의 이같은 할인업태 진출은 그러나 백화점의 영역을 스스로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뉴코아관계자는 『백화점 건물에 킴스클럽매장을 설치한 결과전체 매출액의 40%이상이 할인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때문에정작 매출이 높아야할 백화점에서 판매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업태로의 사업다각화가 결국 백화점에 손실을 입히는 「부머랭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외국유통업체의 국내진출과 대기업들의 유통사업 참여는 대부분 신업태쪽으로 몰리고있다. 백화점들의 사업다각화 역시 백화점 고유분야를 더욱 위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제품(百貨)을판매한다」는 백화점의 특성상 새로운 유통업체의 등장은 백화점영역과 충돌을 뜻한다. 최근 생겨나는 유통업체들이 특정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백화점들은 이들에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들이 새롭게 자리매김하지 못한다면 계속 벼랑으로 밀릴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