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던 국내 모기업이 90년초부터 미국에 컴퓨터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기업의 컴퓨터 수출은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적자행진을 계속했다. 이유는 간단했다.그 기업이 미국에 팔아오던 자동차가 저가라서 같은 기업명이 박힌컴퓨터까지 덩달아 싸구려 취급을 받게 된 것이었다. 한 제품으로인해 기업 자체가 싸구려 이미지를 얻게 된 것이다.』(제일기획A차장)가격이 저렴하다는 메리트를 내세워 상품을 수출하다 기업 이미지자체가 싸구려로 전락된 사례는 국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상품을 싸구려로 팔다보면 그 기업의 다른 상품까지 싸구려 취급을받으며 급기야는 그 기업 이름 자체가 싸구려의 대명사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이 문제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해외에서 기업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삼성은 중남미에서 일본의 소니와 거의 동등한 취급을받는다. 일본의 소니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남미에 진출하기도했지만 처음부터 저가로 팔지 않고 삼성이란 브랜드에 대해 이미지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삼성이 소니와 동일한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아직까지 어림도 없는 소리다. 미국에서는품질이나 브랜드 파워 때문에 삼성 제품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싼가격에서 팔리고 있다』(삼성그룹 전략홍보팀 B과장)기업이미지가 기업의 해외활동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사례들이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해외 광고 PR(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대로 심지 못하면 브랜드 파워를 키울 수 없고 브랜드 파워를 내세울 수없다면 해외 현지에 뿌리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기때문이다.기업들의 해외 광고내용도 변하고 있다. 기존에는 제품 하나의 특징을 소개하는 리테일(Retail) 광고에만 집중했는데 최근에는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를 높이는 브랜딩(Branding)광고에도 눈을 돌리고있다. 동일한 광고물을 전세계에 내보내는 「글로벌 광고」를 시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LG는 올 8월부터 CNN NBC BBC 스타TV 등 세계적인 방송매체와 월스트리트저널 타임 뉴스위크 등에 동일한 글로벌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LG의 이번 글로벌 광고는 해외에 LG라는 기업 이미지를 심기위해 제작됐으며 광고비로 2백40억원(3천만달러)이 투입됐다.특히 그룹을 통합한 기업이미지 TV광고는 LG가 이번에 처음 시도한것이다. 광고는 임직원편과 소비자편으로 2편이 제작됐는데 흑백톤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LG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LG는사업이익에 앞서 내부 임직원과 외부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에 앞장서 왔으며 이것이 오늘 1백20개 국가에서 6백40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열쇠였다」는 내용과 「재정적인 이익에 앞서 공공적인 일과 고객의 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이는 기업」이라는게 광고의 주내용이다. 미국 현지 광고대행사인 DMB&B가제작, 기존의 해외광고에 비해 진일보했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LG애드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미지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기는이번이 처음』이라며 『LG를 세계 최고 수준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전략 아래 LG의 경영이념을 담은 이미지 광고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리테일광고에서 브랜딩광고로 변모삼성은 이미지 광고의 중요성 때문에 오히려 그룹 광고를 중단한경우다. 삼성은 올 6월부터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세계입니다(The World Inspired Us)」라는 슬로건을 넣은 그룹이미지 광고를 전세계 44개국을 대상으로 내보냈다.특히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 중에는 CNN 헤드뉴스와 래리 킹 라이브쇼 등 주요 시간대에 이미지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그러나최근 삼성은 그룹이미지 광고를 전면 중단하고 내년말까지 해외에그룹이미지 광고를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단기적으로 이미지 광고를 많이 내보내는게 중요한게 아니다.IBM이나 소니처럼 그 이름을 들으면 아 어떤 기업, 하고 느낄 수있는 통합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는게 필요하다. 그래서 그룹이미지 광고를 중단하고 삼성이란 이름을 들으면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호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브랜드 이미지 정립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내년 1년간은 장기 이미지 전략을 짜는 해가 될 것이다.』(삼성그룹 전략홍보팀 유성권과장)전세계에 동일한 이미지의 삼성을 심으며 다국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해외 이미지 전략에는 광고뿐만이 아니라 가격과 유통 전략까지 포함돼 모든면에서 삼성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고 통합하게 할 예정이다. 또 전략이 수립된 이후에는 해외 광고 및 PR 과정도 단순화해 전문가가아닌 경영층의 간섭을 배제할 계획이다. 세계화된 시각으로 광고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현대의 경우 연초 정몽구회장이 『해외에서 그룹의 이미지를 높이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이후 그룹이미지 광고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인쇄매체에 「반도체칩에서 선박까지-가치경영을 통해 더좋은 세상을 만들어갑니다(From chips to ships-Building a betterworld through value management)」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미지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방송광고를 시작할 계획이다.금강기획 이환대리는 『올해는 인쇄매체 광고만 집행하고 있지만내년 초부터는 방송매체에도 그룹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라며 『올해 그룹 광고 예산은 8백만달러(64억원)였는데 내년에는 대폭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대우는 지구를 공으로 테니스를 하거나 축구를 하는 세계경영 인쇄광고와 모든 미디어는 인간 능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라는 내용의 방송광고 등 두 종류의 그룹이미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대우의 경우 그룹이미지 광고보다는 개별 제품 광고에 집중하고 있는데 형식도 전세계를 대상으로한 글로벌 광고보다는 현지화한 광고에 주력하고 있는 편이다. 그룹이미지 형성에 앞서 대우란 그룹을 선도할개별 제품의 이미지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자동차 광고에 집중 투자하고 있으며 대우자동차 이미지를 정립한후 대우자동차로 대우 전체 이미지를 끌어간다는 전략이다.광고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해외 홍보(PR)활동도 체계화하고 있다. 해외의 현지 PR대행사를 통해 현지 언론매체에 기사를 게재하고 행사를 후원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에델만(미국싱가포르 중국) 샌드윅(영국) 국제PR(일본) 등 지역별로 나눠 홍보대행 계약을 하고 있다. LG는 아직까지는 해외 PR대행사가 없으나내년부터는 지역별로 PR대행사를 선정, 체계적인 해외 PR활동을 통해 LG이미지를 높일 계획이다. 대우는 힐앤놀튼이라는 PR대행사를통해 해외 PR활동을 전개하고 있다.행사 후원도 인기있는 이미지 제고 수단이다. 코오롱은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 등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하는 친선 테니스 경기 「빅햇(Big Hat)」을 수년째 후원하고 있으며 대우는 올상반기에 유럽등 6개 지역 기자단을 국내로 초청했다. 대한항공은 올들어 2개월단위로 해외 언론인을 초청, 현지 언론에 특집기사 게재를 유도하고 있다.◆ 해외 이미지 전략에는 가격·유통도 포함국내 기업들이 해외 광고와 PR에 부쩍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다른데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기업 이미지 자체가 상품 판매를 결정짓는 현실에 눈뜨고 있기 때문이다. 「Value forthe Money(가격경쟁력)」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선택받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얼마나 장기적으로 이미지 제고 전략을 펴나가는가 하는 것이다.나이키의 「Just Do It」이나 필립스의 「Let’s make thingsbetter(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와 같이 기업 이름을 들었을 때 연상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슬로건과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은 단기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미지는 단기간에 형성되지도 바뀌지도 않는다. 수십년에 걸쳐 형성되며 이미지를 높이는 과정도서서히 이뤄진다.국내 기업들이 해외 유수의 기업을 인수하려는 것도 기술력을 전수받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저변에는 인수한 기업이 갖고 있는 현지의좋은 이미지도 물려받겠다는 의도가 함께 깔려 있는 것이다. 삼성이 카메라로 유명한 롤라이사를 인수, 상품에 「롤라이 메이드 인삼성」이라고 찍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제일기획 해외광고팀의 김영무 차장은 『해외에 상품을 알리는 단계를 지나 이제는 그 기업에 대한 호감도와 선호도를 높여야 할 때』라며 『기업 자체의 이미지를 높여 그 기업 로고가 찍힌 제품이라면 TV든 컴퓨터든 자동차든 무슨 제품이든 믿을 수 있게 만드는게 해외 이미지 제고 전략의 목표』라고 지적했다. 바야흐로 해외에서 이미지로 경쟁해야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한국기업 크리에이트브수준 낮다외국에서 국내 기업의 광고는 어느 정도 평가받을까.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지난 6월 서울세계광고대회를 방문한 43개국 3백53명의 외국 광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해외광고 수준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2%가 국내기업의 해외광고가 크리에이티브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또 「단순하고 진부한 표현사용(9.6%)」 「제품에 대한 정보 부족(8.4%)」 「노출빈도부족(8.4%)」 등도 문제점으로 꼽혔으며 「내용이 모호하다」 「제품가격에만 초점을 둔다」 「재미없다」는 대답도 있었다. 한국기업의 해외광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대국 문화 반영(18%)」 「크리에이티브 향상(11.1%)」 「광고예산 증액(10.7%)」 「브랜드이미지 형성 노력(6.15%)」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가장 해외광고를 잘하는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뽑혔다. 가장우수한 해외광고 집행 기업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7.2%가삼성전자를 꼽았으며 2위는 현대자동차(18.1%)였다. 3위는LG전자(13.5%)였으며 대한항공(10.8%) 대우자동차(10.8) 기아자동차(4.2%) 대우전자(2.1%) 등이 뒤를 이었다.삼성전자는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고 강한 인상을 준다는 면에서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적당해서, LG전자는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대한항공은 매체활용이 뛰어나서, 대우자동차는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서 각각 우수광고로 뽑혔다.우수광고로 꼽힌 8개 기업의 해외광고에 대해 인지도 호감도 해외광고접촉도 등을 조사한 결과도 삼성전자가 가장 높았다. 삼성전자에 대해 86.4%가 알고 있었으며 삼성전자의 해외광고를 봤다도81.3%였다. 또 기업호감도를 9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 삼성전자는6.33점을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86.1%가 알고 있었으며 81.3%가 현대자동차의 광고를 접촉한 적이 있었고 호감도는 6.18점이었다.해외광고 접촉매체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에서 봤다는 대답이가장 많았다. 대우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대한항공은 신문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잡지에서 주로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가격 유통 품질 프로모션 등 국내기업의 해외 마케팅 활동에 대해서도 평가했는데 9점 만점에 모두 5점 이상을 받아 대체로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점수로는 가격이 7.03점으로 가장 높아 아직까지 저가격 전략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품질은 6.75점, 프로모션은 6.63점을받았다. 유통은 6.51점으로 가장 낮아 다양한 유통채널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한국기업중 해외마케팅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가전3사(삼성 LG 대우)와 자동차 3사(현대 기아 대우)를 선정, 마케팅활동과 애프터서비스를 함께 평가한 결과 가격이 6.60점으로 가장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품질이 6.37점으로 뒤를 이었다. 유통은5.97점, 프로모션은 5.89점이었으며 A/S가 5.73점으로 가장 낮아사후 서비스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