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자동차시장은 「21세기 성장 센터」다. 일본 미국 유럽시장이 성숙시장인데 반해 아시아는 95년까지 5년간 연평균 11%의 성장을 거듭해왔다. 규모면에서도 중국 한국 아세안 인도 파키스탄 호주 뉴질랜드 시장의 합계는 6백20만대로 일본시장의 90%에 달한다.중기적으로 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경기에 따라서는 다소의 변동이있을지는 몰라도 2000년에는 9백5만대 시장으로 커 나갈 것이라는의견이 지배적이다. 2005년에는 일본을 포함해 2000만대로 미국 유럽을 상회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게 WEFA나 DRI 같은전문기관의 예측이다.미국의 빅3는 지금 이런 핵심지역을 빠져 나갔던데 통탄을 금치못하고 있다. 미국업체들은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아시아 사업을포기하고 대거 철수했다. 이유는 리스트럭처링. 일본업체들이 한국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된 배경이다.그러나 일본의 독점적인 시장에 미국 빅3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본격적인 신호탄은 포드의 마쓰다 인수. 지난 4월12일 포드가 마쓰다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24.4%에서 33.4%로 끌어 올렸다는 뉴스는 아시아 자동차업계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일부에서는 이 제휴가 「경영난에 빠진 마쓰다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이는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포드가 그 정도로 관대한 회사가 아니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중국등 아시아 사업에서 GM에 뒤처진 포드의 반격을 가하기 위한전략의 일환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GM 포드만이 아니다. 빅3의 막내인 크라이슬러도 800cc급 소형차를 아시아 전략차로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미국 빅3의 반격을 가하기 위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시작된 셈이다.GM 포드의 첫 목표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의 판매 셰어를 10%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물론 아시아지역에 대한 사업계획도전면 수정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무기는 부품. GM과 포드는 세계 최대의 완성차 메이커일뿐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부품사업체를 갖고 있다. 델파이등이 그 업체들이다. 이들은 완성차진출에 부품계열사들과 공동보조를 취하겠다는 것이 아시아전략의기본틀이다. 중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의 인가를 받아내는데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다.GM과 포드는 또 유럽 및 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자회사들을 동원해아시아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포드가 경영권을 인수한 마쓰다나 GM의 아시아진출 선봉장인 유럽 자회사 오펠이 그런 경우다.GM그룹은 우선 2005년까지 아시아 태평양지역(일본 호주 포함)에대한 판매대수를 현재의 3배인 연간 1백70만대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이미 GM의 구상은 지난해 연말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GM은지난해 10월 중국의 상해기차와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형차 합작생산 프로젝트에 합의했다. 작년말에는 10억달러를 투자해 태국과 필리핀에 연산 12만∼18만대 규모의 생산거점을 확보해 일본 동남아등지에 80%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올초에는 인도에서 연산 10만대 규모의 오펠 아스트라를 생산해내기 시작한데 이어 소형상용차다목적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포드는 지난해 마련된 「포드2000 계획」에 따라 2000년에는 아시아시장 셰어의 15∼20%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경영권을 넘겨받은 마쓰다에 중요한 역할을 맡기게 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8월 강령기차에 출자해유럽포드로부터 트랜짓 밴과 트럭을 들여다 97년부터 생산키로 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9월 마힌드라 앤드 마힌드라에 출자해 합작사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98년부터 피에스타 10만대, 에스코트2만5천대를 생산하게 된다. 태국에서도 마쓰다와 합작으로 소형 픽업트럭을 13만5천대 규모로 생산키로 했고 베트남에도 현지기업과합작으로 2만∼5만대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크라이슬러는 기반을 갖고 있는 중국외에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합작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중국과 인도를 대상으로 아시아전용차인 800cc급 자동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유럽업체들도 미국의 빅3만큼이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벤츠가한국에서 쌍용자동차와 손을 잡고 현지생산을 늘리고 있는데 이어BMW 르노 폴크스바겐 푸조 등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가장 활기찬 메이커는 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은 중국내 기반을 토대로 대만 인도로 사업확대를 노리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아시아전략은 중국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중국내 증산계획이 다른지역의 생산확대 계획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폴크스바겐은 중국을 수출거점으로 자리매김을 해놓고 엔진등 주요부품의 유럽 수출도 검토하고 있다.BMW는 고급차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진 아시아국가에 조립거점을 갖고 각국의 고급차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이다. BMW그룹 산하의로버는 인도에서 몬테고 생산을 협상중이다.프랑스 업체인 르노는 중국과 인도에서 거점 전개를 강화한다는 방침으로 각 10만대를 넘는 생산규모로 현지 메이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전략의 중심차종은 R19와 트라픽, 엑스프레세 등이다. 푸조와 시트로엥을 갖고 있는 PSA그룹은 중국에서 신룡기차와 합작해 폴크스바겐에 이어 시장 라이선스를 받아내는등 거점화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다른 회사에 앞서 소형승용차를 양산하는데 시장전략의 우선을 두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부품국산화정책을 못맞춰 생산이 늦어지고 있어 부품메이커 육성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프로톤에 기술을 제공해 시트로엥AX를 국민차로 생산하는등 기반을 닦고 있다.피아트는 계열사 이베코를 중심으로 중국 인도에 생산거점을 확보했으며 베트남에서도 위탁조립을 진행하고 있다. 승용차부문에서는우노를 중심으로 중국이나 인도 현지생산을 추진하고 있다.미국 및 유럽 메이커의 아시아사업전략의 특징은 중국-인도-동남아로 이어지는 명확한 국가별 서열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는일본차의 셰어가 높은데다 단일국가의 시장규모는 극히 작고, 양산을 위한 거점전개가 어려워 수익성 확보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중국 인도는 시장 성장잠재성이 높고 미국 유럽의부품업체들의 현지생산 및 기술협력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 아시아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메이커의 중국 인도제 승용차나 밴이 동남아 국가로 수출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있다. 동남아에서 거점을 확보하려는 일본 및 한국업체에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