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하노이시 중심가. 다른 나라 수도 같으면 도로는 출근길차량들로 가득 메워질 시간이었지만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시는 그렇지 않다. 혼다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로 도로는 넘쳐 흘렀다. 승용차는 간간이 눈에 띌뿐이었다. 대부분 직장 출근길인 이들은 서로가 먼저 가겠다며 경적을 연신 울려대 거리는 소란스럽기그지없다. 승용차가 아닌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인한 교통정체가 빚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같은 현상은 남쪽 호치민시등 웬만한 대도시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베트남을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라면 이런 진풍경에 다소 고개를갸우뚱할 수 있지만 이 나라가 처한 경제현실을 들여다 보면 금방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지난해말 현재 2백50달러. 소형 승용차값이 현재 최저 1만5천달러에서 2만달러선인 점을 놓고 볼 때 승용차 한 대를 장만한다는 것은 이들의 형편에서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래서 베트남국민들은 다소 값이 싼오토바이와 자전거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애용하고 있다. 수입이 다소 괜찮은 사람들은 일본 및 우리나라 중고차를 구입, 타고다닐 정도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시장규모는 극히 보잘것이 없다. 신차만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자동차수요는 7천5백대 수준에 불과하다.『현재 시장규모는 보잘 것 없지만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남은 마지막 자동차시장이나 다름없다. 베트남 1인당 국민총생산은 95년말현재 2백50달러수준이지만 최근의 경제성장률을 감안할때 1인당 국민총생산액은 계속 늘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 시장규모도 커질 것이다.』비담코(대우자동차 베트남현지법인) 김종은 이사는 베트남의 이런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세계자동차메이커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커지기 전에 미리 들어와 자리를 잡기위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현재 오토바이 자전거 애용하나 잠재력 커이 작은 시장에 지금 우리나라 대우자동차를 비롯, 일본 미국 유럽등 14개 유수 자동차메이커가 진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투자계획서를 제출해놓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회사만도 유럽세인푸조와 폴크스바겐, 한국의 현대자동차등 3개사에 달한다.합작법인설립허가를 받아 공장을 가동중이거나 가동예정인 자동차메이커를 보면 일본계가 미쓰비시 다이하츠 스즈키 도요타 이스즈히노 닛산 세일로 등이다. 혼다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진출했다.혼다는 오토바이시장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데 굳이 자동차진출을 할 필요가 없어 현지법인설립을 보류했다는 후문이다.미국의 「빅3」중에서는 크라이슬러와 포드가 진출했고 유럽쪽에서는 벤츠사가 합작법인을 설립,공장을 가동중이다. 우리나라 업체로는 대우자동차가 국방성산하 경제기술위원회를 파트너로 삼아 현지합작법인인 비담코사를 설립해 일본 미국 유럽 자동차메이커와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이들 업체중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는 합작법인으로는 2번째로 설립된 베트남 모터스(VMC). 필리핀 컬럼비안 오토카사가 대주주인 이 회사는 일본 마쓰다사의 626과 기아의 프라이드, BMW의 320i 등의 승용차모델을 수입해 조립생산, 선두를 달리고 있다. VMC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게 된데는 승용차모델이 다양한데다 기아의 프라이드가 택시시장에서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비담코 허승부 이사는 설명했다. 이같은 시장점유율판도는 대우자동차의 현지법인인 비담코가 본격양산체제에 들어가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하노이시 외곽 반디엔구에 위치한 이 회사는 연간 승용차 2만대, 상용차 2천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종합자동차공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씨에로등 3개 승용차모델을 부분조립생산하다 올 4월부터 본격양산에 들어갔다. 특히 3개 모델중 씨에로가 택시시장에서 히트를 치면서 비담코사는 현재 점유율 2위업체로 성큼 뛰어 올랐다.◆ 씨에로 택시 인기 시장점유율 2위 부상비담코 이종기사장은 『베트남 승용차시장은 택시가 4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기업체 및 관급용』이라면서 씨에로가 경쟁차에 비해가격이 저렴하고 성능도 뒤떨어지지 않아 택시시장에서 히트를 쳤다고 말했다. 올 10월말까지 택시로 판매된 씨에로는 5백20여대이고 8백여대의 주문이 밀려있다. 비담코는 올 연말부터 에스페로를생산,모델을 보다 다양화해 베트남뿐만 아니라 라오스등 인도차이나지역 수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씨에로의 기세에 눌려 일본업체의 승용차판매는 현재 다소 주춤해있다. 올들어 미쓰비시의 현지합작법인 비나스타는 3백여대, 도요타는 2백여대의 승용차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자동차메이커의 자존심을 내걸고 도요타가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부분조립방식으로 코롤라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내년10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승용차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한판싸움이 전개되는 셈이다.비담코사 허이사는 『도요타가 공장을 본격 가동하게되면 그때부터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가격은 씨에로가 다소 싸지만 베트남국민들 사이에서 일본차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내년판도는 예측불허라고 말했다.일본업체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과는 달리 미국업체의 움직임은 다소 더디다. 지난해 9월 설립허가를 받은 포드사는 내년 10월부터승용차양산에 들어가고 포드와 같이 진출한 크라이슬러사는 당초1억7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미룬채 관망하고 있다.베트남자동차시장은 어찌보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자동차메이커들은 베트남의 경제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에 나서고있다. 2000년쯤에는 현재 1만대정도의 시장규모는 5만~7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상되는 미래의 시장을 놓치지 않기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미국 유럽세가 현재 서로간 탐색전을펼치고 있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인터뷰 / 이종기 비담코 사장베트남 최후승자로 웃겠다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시 외곽 반 디엔구에 위치한 대우자동차현지법인 비담코(VIDAMCO)사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 자동차합작회사로는 베트남에서 3번째로 설립돼 지난 4월부터 본격 생산을 개시한이 회사는 첫작품으로 내놓은 씨에로가 현지 택시시장에서 히트를치면서 라인을 풀가동중이다. 현재 주문량만도 9백여대가 밀려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로는 처음으로 진출, 한국차의 이미지를한껏 높이고 있는 것이다.비담코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형버스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지난달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다른동남아국가에서는 일본에 밀려도 베트남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것이 비담코의 각오이다. 비담코 이종기사장(64)을 만나 베트남시장진출전략등을 들어봤다.▶ 한국업체중 합작법인으로 처음 진출해 각오가 남다를텐데.비담코는 베트남 국방성산하 경제기술위원회(GAET)를 합작파트너로해 지난 93년 설립허가를 획득했습니다. 외국합작법인으로는 3번째였고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지요. 자본금은 총 1천만달러로 대우의 지분은 65%입니다. 승용차공장은 지난해 6월 착공, 6개월만인 12월 완공을 했습니다. 시운전과정을 거쳐 올 4월부터 본격생산을 하고 있습니다.지난달말에는 버스 및 트럭공장도 완공돼 종합자동차공장으로서 면모를 완전히 갖추었습니다. 생산설비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부터판매에 총력을 경주해 일본 등 외국자동차업체와 본격경쟁에 나설생각입니다. 대우자동차의 이미지가 바로 한국차의 이미지라는 생각으로 애프터서비스 등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하노이시내에 「씨에로 택시」가 많이 눈에 띄던데 판매는 잘 됩니까.대우의 승용차모델중 씨에로는 비담코의 주력모델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SKD방식으로 생산해 첫선을 보인 뒤 택시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이미 택시로 5백20여대가 팔렸고출고대기중인 주문량만도 9백여대에 이릅니다. 그동안 택시시장은베트남모터스(VMC)가 일본 마쓰다와 한국의 기아로부터 기술을 도입, 336과 프라이드를 생산해 재미를 보았으나 씨에로출현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나라 정부에서 정확한 통계는내놓고 있지 않지만 올들어 단일차종 판매대수로는 씨에로가 1위가아닌가 합니다.▶ 택시시장을 집중공략하게된 배경은 .현재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백달러정도로 대당 2만여달러에달하는 소형승용차를 구입할 능력이 없습니다. 택시회사들이 구입능력을 갖추고 있을 뿐이지요. 이런 이유로 택시시장을 공략하게됐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광고효과도 택시시장을 공략하게한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자동차회사입장에서 보면 택시기사들은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차성능을 평가받는 중요한 고객입니다. 이들의 입에서 1차적으로 『좋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측면에서 대우는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이곳 택시기사들은 씨에로가 품질과 가격면에서 나무랄데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하노이에서 멀리 떨어진 나트랑과 다낭에 있는 택시회사 관계자들이 공장을 방문, 10여대를 주문하고 돌아갔는데 이것이 씨에로의 인기를 반영해준 좋은사례가 아닌가 합니다.앞으로 기업체와 관공서를 대상으로한 판촉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일본 중고차가 차지하고 있는 소형차시장을 씨에로로 대체할 계획입니다.▶ 일본차와 비교할 때 경쟁력은 있습니까.씨에로와 경쟁차종은 마쓰다 323, 도요타의 코롤라, 피아트 템프라정도입니다. 마쓰다323은 2만4천달러, 도요타 코롤라와 피아트 템프라는 2만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반면 씨에로는 1만6천달러선으로 가격경쟁력은 충분합니다. 이 가격은 출혈이 아니고 충분히수지를 맞출수 있는 가격입니다.현재 베트남시장에서 씨에로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차로이미지를 굳혀나가고 있고 이 추세대로라면 베트남에 진출한 회사중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을 자신이 있습니다.▶ 일본차업체의 반격도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현재 베트남에는 혼다를 제외한 도요타 미쓰비시 닛산 다이하츠히노 등 대부분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데 일본차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이미지는 좋은 편입니다.다른 동남아지역에서 일본업체들은 한국차업체가 진출할 경우 가격인하로 맞섰으나 아직 베트남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가시화되고있지 않습니다. 시장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도요타가 내년부터 소형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방침이어서 본격승부는 이때부터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가격인하등 대대적인공세를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일본업체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지 최소한 20%정도의 가격차를 유지해 나가고 현재 20여개인 대리점도 늘려 일본업체의 공세에 대응할생각입니다. 택시시장에서의 히트를 밑바탕삼아 일반판매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복안입니다. 판매목표는 올해 2천대이고 내년에는3천대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계획은.베트남 국내 판매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접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시장도 적극 공략할 생각입니다. 현재 라오스와는 씨에로 판매상담이활발히 추진중이고 조만간 캄보디아에도 들어가 상담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와함께 생산차종도 다양화해나갈 생각입니다. 올 연말에는 에스페로를 출시해 승용차모델을 다앙화한데 이어 대형 버스시장에도진출할 계획입니다.대형버스의 경우 지난달말 준공된 공장에서 1호차가 제작중입니다.현재 베트남에 돌아 다니는 버스와 트럭은 한국과 일본에서 수입된중고차가 대부분인데 이에대한 수요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입니다.현재 하노이공항과 시내간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로부터 40대를주문받는등 계약대수는 현재 2백여대 정도됩니다.▶ 베트남자동차시장의 전망은 어떻습니까.시장규모는 승용차를 기준으로 할 때 약 7천5백대로 아주 미미한편입니다. 그러나 베트남은 남북으로 국토가 길게 형성돼 있고 인구 또한 7천4백만명에 달해 자동차시장의 잠재력은 큽니다. 하노이~호치민시를 잇는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는등 베트남정부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현재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어 이 계획이 어느정도 진척되면 자동차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2000년경에는 시장규모가 연 5만~6만대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자동차메이커들이 베트남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도 이런 잠재력 때문이지요.▶ 베트남정부의 관심은 큰편입니까.현재 비담코의 설비수준은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축소판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승용차라인의 경우 부평공장에 버금갈 정도로 자동화시설로 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베트남정부 고위관리들은비담코를 수시로 방문, 시설 등을 둘러보고 흡족해 합니다. 간혹외국귀빈들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베트남정부가 비담코를해외합작사업의 성공모델로 삼아 투자유치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보여집니다.비담코가 시설도 나무랄데 없고 판매또한 순조롭자 베트남정부는여러모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저희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베트남국민사이에선 일본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지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베트남에서는결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베트남국민들사이에서 한국차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 정도입니까 .비담코가 설립돼 씨에로가 하노이등 대도시에 많이 질주하게 되면서 한국차에 대한 이미지가 새롭게 조성되고 있습니다. 결코 일본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곳의 현재 분위기입니다. 씨에로가택시시장에서 히트한 것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은데 앞으로 아프터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해나가 대우자동차는 물론 한국차의 이미지고양에 노력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