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포드의 마쓰다 인수는 세계 자동차업계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는 「경제난에 봉착한 마쓰다에 대한 포드의 구제」라는 견해와 함께 그 동안 글로벌경영으로의 대전환을 표방해 왔던 포드의 국제화 전략의일환이라는 업계의 추측을 낳았다. 즉 아시아시장 진출에 있어 빅3중 가장 뒤처져 있던 포드는 마쓰다의 인수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 시장 진출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이러한 포드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현재 선진 자동차메이커들의 국제화 전략은 성장잠재력이 큰 제 3지역으로의 현지생산체제구축을 통해 구체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년 두자리수에 육박하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을 일으키기에는 비교적 안정된 산업기반이 조성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 붐은 현재 이 지역을 선진메이커들의 가장 거센 경쟁의 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일본 미국 그리고 서유럽 등 선진국들의 자동차시장은 이미 자동차대중화의 성숙단계를 지나 있는 시점인 데 반해 아세안 회원국들을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은 일부 국가에서 자동차대중화시대의 돌입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라 상용중심에서 승용 중심으로 수요의 빠른 이전이 예상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일찍이 국민차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끝에 자국기반의자동차산업 육성을 순조롭게 진행시키고 있는 말레이시아를 비롯해동남아 최대의 자동차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태국 등지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업계 주변에서는 동남아시장의 잠재력과 관련해 「태국시장이2000년에는 100만대 규모가 될 것이다」, 「베트남의 자동차대중화시기가 늦어도 10년안에 도래한다」, 「동남아시장 규모가 앞으로25년후에는 8백만대 규모에 달할 것이다」라는 다소는 과장된 예측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가운데 아세안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한 역내 무역자유화(AICO, CEPT 등)의 활발한 전개로말미암아 기존 일본메이커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구미 및 한국메이커들의 투자의욕이 더욱 고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수출의 비약적인 증가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국제화를 진전시켜 온 국내 메이커들은 최근 내수시장 침체와 북미시장으로의 수출 부진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남아 지역에서의 현지생산체제 구축은 국내자동차산업 성장의 제 2 라운드를 형성할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메이커 동남아진출 가속아세안 회원국들이 중심이 된 동남아시아 자동차시장이 2000년경에적게는 2백만대, 최대 2백80만대 규모로 현재의 2배에 달하는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역내 무역의 자유화를 앞두고 아세안시장에서의 향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각 회원국들의 자국 자동차산업 육성에 대한 열의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외국 자동차메이커들의 현지생산체제 구축은 이러한 분위기와 어울려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따라서 일본메이커들이주도하고 있는 이 지역 자동차시장에서 선진 메이커들의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 뚜렷하다.90년대로 접어들면서 현지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메이커들도 동유럽과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거점화를 다져나가고 있으며, 이 중 인도와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회원국들에서의 현지생산체제의 구축은 매우 의욕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는 93년 태국에서 엑셀의 KD생산에 착수한 것을 시발로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도 KD생산을 개시했으며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연산 2만대 규모의 상용차 생산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대우는 현지거점 설치에 있어서 주도적인 면을보이는 가운데 역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의 현지생산체제 구축을 가속하고 있다. 89년 필리핀에서의 KD생산을 통해국내업체들 중 가장 먼저 동남아 지역에서의 현지생산을 시작한 기아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생산거점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무엇보다도 현재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역은 국민차사업에 착수한 인도네시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아가 현지합작사인 TPN을 통해 국민차사업에 참여하게 된 가운데 현지생산될세피아는 부품수입관세 및 사치세를 면제받는 등 향후 3년간 독점적 지위를 누릴 전망이어서 도요타를 중심으로 한 일본메이커들의시장 독점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여기에 현대가 액센트의 KD생산을 추가로 착수했으며 대우도 씨에로와 에스페로의 현지조립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등 동남아시장으로의 한국메이커들의 진출이 만만치 않아 일본메이커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일본업계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KD생산을 중심으로 동남아 현지생산의 확대를 기하고 있는 한국메이커들은 장기적으로는 대량생산체제의 확립과 동시에 안정적인 부품수급으로 원가절감을 기해 가격을 낮춰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는 또한 신규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구미메이커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후발 진출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의 대응책도 이러한 가격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최근 일본의 주요 완성차 메이커들에 있어 동남아시장 공략의 대표적인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는 아시아카 투입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동남아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던 일본메이커들이 여타국 메이커들의 신규진출로 인해 10% 포인트에 가까운 점유율 하락에 직면하자 그 동안의 고가격 판매를 통한 고마진 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한 데서 비롯된 것이 바로 아시아카 투입전략이다.혼다의 아시아전용 승용차 시티의 투입과 도요타의 AFC 투입은 저가격 실현을 통해 상용차 위주로 형성돼온 동남아시장의 수요패턴변화와 자동차대중화의 진전을 주도할 전망이다. 이러한 아시아 전용차가 저가격을 실현할 수 있는 비결은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서실행되고 있는 BBC(Brand to Brand Complimentation)프로그램 등을적극 활용하는 것에 있다. 역내 부품상호보완체제인 BBC 프로그램은 아세안 역내 부품조달율이 50%를 넘는 자동차기업이 부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를 반감시켜주고 해당기업의 생산 제품을 국산화 품목으로 인정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메이커들의 아시아 카 생산은 아세안 역내 국가들로부터의 부품 조달을 확대함으로써 BBC의 혜택을 얻어내 생산비용도 낮추고 동시에 국산화율도 높여 신뢰를 쌓아 나갈 수 있는 효과적인 시장확대 전략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한편으론 인도네시아의 국민차사업이 이와 같은 아세안 역내 자동차산업 육성 프로그램의 확대실시를 대비, 자국의 지위를 보다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실행되고 있고 기아와 같은 한국 메이커는 또다른 방향의 저가격 실현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기회가 마련되었다고 보아진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어쨌든 아세안 역내국들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BBC 등의 제반 조치를 잘 활용해 국산화율을 충족시키고 저가격을 실현하는 것은 한국메이커들에도 동남아시장에서의 장기적인 지위 획득을 보장해주는핵심적 방안임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텃세 극복이 최대 과제아세안 회원국들은 역내 산업 육성과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동차산업에 대한 우대조치인 BBC 프로그램 외에도 역내 제품에 대한관세율을 0~5%로 대폭 낮추는 CEPT(Common Effective PreferentialTariff)를 2003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이와 더불어CEPT에 도달하기 전 과도기적 조치로서 현지자본이 30% 이상 참여한 경우에 한해 CEPT와 같은 관세율을 부과하는 AICO(ASEANIndustrial Cooperation Scheme: 아세안 산업협력게획)도 실행하고있는 상태이다.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의 동남아진출이 BBC와 더불어 이와 같은AICO, CEPT 등 아세안 역내의 다양한 자유화 조치들에 장기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BBC와는 달리AICO는 40% 이상의 역내 현지조달률을 만족하는 모든 공산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자동차산업 분야에서는 완성차는 물론이고 부품, 소재에 이르는 전 범위에 걸쳐 포괄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주목해야 할 것이다.결국 동남아시장에서 일본메이커들과 격전을 벌이게 될 한국메이커들은 완성차업체 뿐 아니라 부품업체들의 현지화도 적극 추진하여역내에서의 완전한 조달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있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하루 빨리 선진 자동차산업국들에 버금가는 부품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한국메이커들이 동남아시장에서 일본의 독주를 무너뜨리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데에는 이러한 산업 내적인 문제의해결 외에도 중요한 요소가 한가지 더 있다. 그것은 이 지역에서오랫동안 다져온 일본메이커들의 지역밀착적 유대관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일본메이커들은 이러한 관계유지를 바탕으로 한 역내 생산의 수평분업체제 구축을 통해 독점지위를 유지하려는 목표가 확고하다.따라서 한국메이커들에는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은 물론 노동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일본메이커들이형성해 놓은 것과 같은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일본메이커들이 해결하지 못한 높은현지화율 달성 요구의 충족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저가격 실현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함께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