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 소극장. 오전예선을 통과한 10개팀이 「제14회 전국 마이크로로봇 경연대회」의 결선이 진행되고있다. 고려대 전기공학과 대학원 1학년생인 이병주씨는 자신의 애마 「쌩쌩3」이 가로 세로 각각 16개인 미로를 헤치고 목표지점에도달하는 것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결선에 오른 10개팀의실력이 결코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지 않았다.「쌩쌩3」은 주인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장애물 발견 센서와 구동모터가 별탈없이 작동되면서 칸막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나갔다. 마침내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주행시간은 25초83. 호서대 원재선씨가제작한 「순간이동」을 1백분의 1초 차로 누르고 우승하는 순간이었다.이씨의 우승은 전기공학과의 로봇동아리인 「꼬마전구」에 힘입은바 크다. 지난 88년 결성된 이 동아리는 마이크로로봇의 연구·제작과 통신이나 제어계측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현재 30여명이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이씨도 학부 2학년때부터 이 동아리에 참가하면서 로봇제작능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현재 「꼬마전구」처럼 전국 대학에는 로봇을 연구·제작하는 1백여개의 동아리들이 활동중이다. 대표적인 동아리로는 아주대「ATOM」과 「X-TAL」, 성균관대 「로봇연구회」, 서울대 「시그마인텔리전스」, 단국대 「MAZE」, 서울시립대 「ZETIN」 등을 들 수있다.이중에서도 아주대의 「ATOM」은 지난 14회대회에 여섯팀이 출전해서 「전천후Ⅱ」와 「솔개Ⅴ」가 결선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대회에서도 「생존-3」과 「솔개-Ⅲ」이 각각 2위와3위에 입상했다.◆ 동아리 회원 로봇제작 관련 전공자 주류이들 동아리의 회원은 주로 기계공학이나 전기·전자공학, 제어계측학 등 로봇제작과 관련이 있는 전공자들이다. 대부분 전공이론을실제로 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아리 활동의 의의를 찾는다고말한다. 14회 대회에 참가했던 양지수씨(서울대 전기공학부2학년)는 『1학년 2학기부터 로봇제작에 필요한 이론공부를 시작한후 2학년 1학기 여름방학을 로봇 제작에 투자했다』며 『전공과정은 이론을 중시하기 때문에 로봇동아리 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로봇동아리 회원들중 상당수는 로봇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만큼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기업체에 취직할 때도 로봇관련 분야를 선택한다. 지난해 마이크로로봇 경연대회 우승자인 김병수씨는 일본에 건너가서도 1위를 차지한 실력파. 고려대 전기공학과 87학번 김씨는병역특례업체에서 군복무를 마친후 현재 로봇관련 사업체를 운영중이다. 92년 10회대회에서 우승한 김 욱씨도 현재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박사과정에서 로봇관련 분야를 연구중이다.대학원과 기업체의 로봇연구인력을 배출하는 인력풀로서 로봇동아리의 수준은 외국대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낫다는 평을 듣는다. 국내대학생들의 우수성은 지난 11월초 KAIST가 주최한 「제1회 마이크로로봇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유감없이 나타났다.한국 미국 영국 등 8개국에서 23개팀이 참가한 이 행사는 전후반5분씩 무선조종되는 가로 세로 높이 7.5cm의 로봇선수 3명(골키퍼1명 포함)이 한팀이 돼 탁구대 재질의 경기장에서 골프공을 골대에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비록 미국의 준프로팀인 뉴튼랩팀이 우승했지만 국내 대학생팀은외국대학생팀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대회조직위원장이었던KAIST 김종환 교수는 『예선전에서 한국팀이 외국팀을 연달아 격파하는 등 국내 로봇동아리의 높은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봇 제작능력 한국 대학생 우수국내 대학생들의 우수성은 지난 7월말 독일 담슈타트 공과대학에서열린 「국제로봇대회」에 한국측 대표로 참가했던 조정범씨(서울대공대 기계공학부 2년)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씨는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소 독특하고 이를 로봇제작에 반영하려는 태도는본받을만하다』면서도 『미국 MIT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일본 동경공업대학생들의 로봇에 대한 이론과 제작능력은 한국대학생보다아래』라며 소감을 밝혔다.그렇다고 조씨가 특별히 로봇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지난 1학기주종남 교수(기계설계학과)의 「공업설계」를 수강한 것이 전부다.조씨는 주교수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쓰레기 분리수거시합」에서 우승한 로봇을 제작한 것이 유일한 경험이었다.대학동아리의 우수성이 국내외서 입증되자 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로봇 동아리의 전시회를 후원하거나 마이크로로봇 경연대회를 공동개최한다.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서울대 전기공학부와 「제14회 전국 마이크로로봇 경연대회」를 공동주최한 것은 대표적인 예다. 이는 로봇동아리를 지원한다는 표면적인 이유외에 우수인력을 발굴해서 채용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아주대 「ATOM」의 김동준 회장(생산자동화공학 2년)은 『최근 몇년간 정기전시회를 개최할 때마다 삼성전자만도기계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이 협찬을 잘해주고 있다』며 『전시작품을 보고 입사를 권유하는 회사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미니 인터뷰 / 이재환 서울대 시그마인텔리전스 회장▶ 동아리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는가.마이크로로봇을 제작하거나 이의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보통 3∼4명이 한조를 이뤄 이론연구와 실제제작을 담당한다. 회원들이 제작한 로봇은 가을 정기전시회 때 학생들에게공개된다. 이밖에도 각종 교외행사에 참여해서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비록 입상권에 들지 못했지만 지난 9월 서울대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에서 주최하는 마이크로 로봇 경연대회에 참석했다.그동안의 성과를 든다면.무엇보다 지난 94년 학부생 최초로 전기자동차를 제작한 것을 들수 있다.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기술수준과 차량완성도가 높았다고자부한다. 또 92년 전국 마이크로 로봇 경연대회에 참석해서 3위에입상했다.▶ 타대학 로봇동아리와 비교해 본다면.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특히 마이크로 로봇을 움직이는 하드웨어 기술은 어느 대학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다만학교측의 지원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동아리 활동이 전공에 도움이 되는가.사실 전공 따라가기도 벅차다. 선생님들이 내주는 과제물과 예복습을 하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회원들이 로봇 제작에 흥미를 갖고 있어 잠을 줄이거나 술을 덜 마시면서 극복하고 있다.▶ 회원은 모두 몇명인가.현재 활동중인 회원은 여학생 두명을 포함해서 20여명에 달한다.1학년이 10여명, 2학년이 10여명이다. 3학년 이상은 전공에 쫓겨활동이 뜸하다. 가입자격조건은 없지만 모두 전기공학 전공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