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되고싶다」 「수단방법 가리지마」 「국민은 안중에도없다」 「아, 권력 사랑해요」. 국내 유력일간지 만화의 한 컷에나온 영화제목들이다. 만화의 내용은 대통령선거와 아무런 관련이없는데도 이런 내용이 나온것을 보면 정치불신이 얼마나 뿌리깊게자리잡고 있는가를 알수 있다.정치에 대한 불신은 흔히 정치무관심으로 나타난다. 이는 유권자의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대와 30대들에 두드러진다. 매번 선거때마다 이들의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서 쉽게 확인할수있다. 그러나 정치불신을 「신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근거없는 단정으로 연결짓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연이나 혈연 등 기존의 접근방법으로는 파악할수 없는 새로운 정치성향집단으로 봐야올바르다.20대와 30대가 기성 정치인에 불신감을 갖고 있어도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사실은 젊은이들의 장인 PC통신을 보면 쉽게 알수 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대부분의 PC통신서비스엔토론마당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통신요금 내려라」 「공주병문제있다」 「독도는 우리땅」 등 통신인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논쟁으로 펼쳐진다. 토론마당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건 대부분올라와 있다. 천리안의 경우 지난해 떠들썩했던 「한총련사태」때는 「한총련과 통일」이란 주제의 토론방이 개설돼 무려 4천건이상의견이 개진됐다. 인기있는 주제라 하더라고 대개 1천건정도에 머문다는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관심이라 할수 있다.하이텔의 토론마당에는 「97 대선은 이 사람의 승리다」라는 주제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 토론방은 12월 14일 개설, 열흘도 채안돼 의견을 개진한 게시물수가 5백7건이나 된다. 함께 열린 12개토론 주제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토론참여가 2백건 이상되는 토론주제는 모두 4개밖에 안된다. 4백33개의 의견이 개진된「KBS 고교생방송중지 철회하라」, 「심각한 통신속 성폭력」은 3백46건, 「노동법 개악을 반대한다」란 주제로는 2백77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15대국회의원선거 20~30대 유권자 56.1%물론 이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20대와 30대는 아니다.PC통신인구의 70%이상이 20대와 30대임을 감안하면 이곳에서 열리는 토론주제가 대체로 젊은이들의 관심과 일치한다고 봐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전혀 새로운 정치집단 신세대. 기성정치인들에겐 곤혹스러운 존재가 아닐수 없다. 논리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15대총선직전 한표라도 아쉬워해야 할 한 국회의원 후보가『신세대는 럭비공과 같아 튀는 방향을 알수 없다. 이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표의 방향이 뚜렷한 40대 이상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말은 기성정치인과 신세대의 간극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그렇다고 전체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20대와 30대의 표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15대국회의원선거때 내무부에서 발표한20~30대의 유권자수는 전체유권자의 56.1%였다. 1996년 1월31일 기준으로 20세이상 유권자가 3천1백49만5천3백81명이었는데 이중20대가 28.6%(9백1만7천명)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30대가27.5%(8백67만명)였다.신세대표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단지 수가 많다는데만 있지 않다.40대이상만 되면 표의 성향이 지역별로 고정돼 있다시피하다. 지역별 인구분포가 득표율과 대체로 맞아떨어질 정도로 기성세대의 표는 분명하다. 반면 신세대표의 방향은 정해져 있지 않다. 지연으로호소해야 할지 학연으로 호소해야 할지 분명하지 않다. 탄탄한 논리로 무장한 정책대결을 해야 승산이 있을 수도 있고 산뜻한 이미지로 감성에 호소해야 할 수도 있다.그러나 신세대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각양 각색의 뚜렷한 개성을갖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유행에 휩싸여 몰개성적으로 보일때도있다. 한마디로 종잡을수 없는 성향을 보여주는 집단이다.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신세대표는 후보들을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뚜렷한 정치성향을 갖고 있는 집단이기성정치불신감을 갖고 있으니 선거에 적극 참여할리 만무하다.◆ 정보화시대 PC통신통한 마케팅 선거에 도입신세대표를 얻으려면 이들이 「노는 곳」에서 함께 느껴야 한다.PC통신과 인터넷이 주목받는 이유다. 컴퓨터모니터앞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고, 이곳을 통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PC통신과 인터넷이 유력한 정치도구로 주목받는 까닭은 단순하게 젊은이들이 많이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이 아니다. 쌍방향성을 기초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의 실험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실 이제껏신세대의 정치불신은 정치참여의 길이 막혀있어서다. 20대와 30대에 열린 정치공간은 선거밖에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할수 있는 정치행위는 선거때가 돼서야 투표하는 길밖에 없다. 기껏해야 자원봉사자 활동 정도다.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정치에서 소외됐다는 표현이 신세대의 「정치현실」을 정확하게 나타낸 말이다. 게다가 대의정치의 상징인 국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토론을 통한 논리의 대결이 아니라 의석수와 우격다짐에 의존하는 정파간 세력다툼일 뿐이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은 정치에서 소외된 신세대들이 마음껏 정치토론을 할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인터넷과 PC통신이 많이 보급된 미국에서는 이미 유력한 정치도구로 자리잡았다. 각 후보들은 선거때가 되면 공식홈페이지를 운영,여론수렴 및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다양한 홈페이지가등장한다. 대통령후보를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한 홈페이지부터 대통령후보와 국회의원후보에 출마했던 사람들의 기탁금등 선거자금을정리한 것등 여러가지다. PC통신과 인터넷이 정치도구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열린 매체이기 때문이다. PC통신에 개설된각종 게시판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마음껏 표현할수 있다. 좀더 의지가 있다면 아예 홈페이지를 개설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수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PC통신이나 인터넷은 TV와 달리 유권자들의 의견표출이 완벽하게보장된 매체다. 게다가 게재된 내용은 한번 방송되면 사라지지 않고 컴퓨터에 저장, 지속적으로 열람할수 있다. 1960년 35대 미국대통령선거때 케네디후보와 닉슨후보간의 TV토론회를 계기로 TV는 매우 중요한 정치도구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미국에서는 이제 TV의 뒤를 이어 인터넷과 PC통신이 새로운 정치도구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후보와 상품은 통하는데가 있다. 소비자가 화폐를 사용해 비용을지불하듯 유권자가 표를 통해 「지불」한다고 볼수 있다. 마케팅이란 용어를 정치에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요즘 PC통신 게시판에 올라오는 소비자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늘고 있다. PC통신에 쏟아지는 불만이 곧바로 상품불매로 연결되는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고언이 신상품개발이나 서비스개선으로 이어져 상품매출증대로 곧장 연결되기도한다.PC통신을 통해 상품매출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정보화시대의 새로운조류에 대선후보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