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 최근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그만큼 잔뜩 위축돼 있다는 것이 부동산상품을 거래하는 중개업계관계자들의 일치된 말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90년대 들어 지속된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아직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부동산경기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부동산상품인 아파트의 경우 최근주택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로 드러나듯 수년간 지속된 침체기조가계속되고 있다. 주택협회의 김우열대리는 『최근 서울지역의 미분양아파트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듯 전반적으로 사정이 어렵다』며 『부도난 한신공영의 경우 다른 건설업체에서조차 부도위험을몰랐으며 모두들 신문을 보고 알았을 정도로 다른 건설업체의 어려움을 이해해줄 처지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주택시장의 경우 올 봄에 신도시와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이상급등현상을 보이면서 회복세를 타는 듯했으나 정부의 투기단속과 부동산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신도시지역 아파트의 경우 매매·전세가격 모두 뚜렷한 가격하락세를 타고 있으며 매물이나와 있지만 그나마 매수자가 나서질 않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않고 있다.◆ 아파트 1~2천만원 떨어져도 거래 안돼분당신도시 금곡동에 자리잡은 청솔부동산의 홍성신사장은 『봄에1억6천만원에 거래되던 24평짜리 공무원아파트의 경우 현재 1억4천만원까지 값이 떨어졌지만 매수세가 거의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일산신도시 주엽동 신안공인중개사무소의 김종수사장은 『전체적으로 올 봄에 비해 1천만∼2천만원 정도의 가격하락이 이뤄졌지만 그나마 거래가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아파트값과 땅값이 한창 올랐던 용인 수지지구의 경우도 『아파트의 경우 봄에 비해 1천만∼2천만원 정도 떨어진 값에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땅도 거래가 거의 없다』는 것이 진흥공인중개사사무소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이러한 거래중단은 신도시나 개발에 따른 영향으로 값이 급등한 지역뿐만이 아니다. 서초동에 자리잡은 ERA금월중개사사무소의 김근석사장은 『서초동 삼풍아파트 34평의 경우 지난 봄철보다 1천만∼2천만원 정도 떨어진 2억9천만원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전혀 없다』면서 『수수료로 운영되는 중개업소의 특성상 거래중단에 따른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곳도 여러 군데가 있다』고 말했다.토지시장도 움츠러들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월에 건교부에서 발표한 분기별 지가동향에 따르면 올 1/4분기에 전국의 땅값상승률은0.15%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4/4분기의0.29%에 비하면 대폭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이 같은 땅값상승률은통상 실물경기가 지표에 반영되기까지는 6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땅값 하락폭은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토지거래도 부진하다. 반포공인중개사사무소의 유일상사장은 『토지시장은 현재 침체냉각기로 소액을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려는사람들에 의한 부분적인 거래가 아주 미미하게 이뤄질 뿐 거래가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한 토지시장에서도 각개약진을 하는 곳도 있다. 『최근 각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있는 레저산업의 영향으로 콘도 골프장 등이 들어서는 일부지역과개발영향을 받는 곳은 활기를 띠고 있으며 전망도 낙관적』이라는것이 부동산중개업협회 정인석연구과장의 말이다.사무실 오피스텔 등 사무용 건물의 경기도 전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퍼시픽컨설팅(주) 양재완사장은 『4대문 안이나 여의도 등은 그런 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오피스타운으로 자리를 잡은 테헤란로주변의 경우 현재 사무실이 남아돌고 있다』고 말했다.전망도 어둡다. 『강남에는 내년에만도 13개 빌딩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수요에 비해 과다한 공급이 이뤄져 사무실경기의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양사장이 내놓은 사무실경기의 전망이다. 그래서극심한 불경기로 빌딩소유주가 이사비를 대주거나 카펫을 깔아주는등 입주자유치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지난 80년대 중반의 상황이 내년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양사장은 설명하고 있다.사무용 건물들이 남아돌면서 덩달아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테헤란로주변빌딩의 빈 사무실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권층의 경우 현재 약 40%정도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신영건업 기업컨설팅부 신중현씨의 설명이다.이처럼 떠오르는 오피스타운으로 각광을 받았던 테헤란로주변 사무용빌딩들의 공실률이 높은 것은 은행 증권사 등이 마구잡이로 점포개설경쟁을 벌이다 최근 불황이 계속되면서 점포를 폐쇄하거나 축소하고 있으며 일반기업체들도 경기침체로 본사로 들어가거나 인근사무실과의 통폐합 등의 방법으로 사무실을 줄여나가기 때문이라는것이 업자들의 말이다. 그래서 『임대의뢰를 하는 기업들의 사무실을 보면 대개 다른 곳에 사옥을 가진 기업들로 사무공간축소를 통해 비용절감을 하려고 내놓는 매물』이라는 것이 신씨의 덧붙인 말이다.◆ 성업공사 공매 판매율, 작년보다 52.9% 줄어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주거기능이 강화되면서 인기를 모았으나지금은 지역이나 위치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전체적으로 분양실적이 부진하다. 『오피스텔이 경쟁적으로 지어진 테헤란로주변의 경우 분양률이 50%정도에 불과하며 분당신도시의 경우 60%선』이라는것이 임대분양대행업을 하는 S사 관계자의 말이다.한창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던 법원경매도 최근 맥을 못추고 있다.낙찰가가 감정가의 70%대로 떨어지는 등 부동산경기의 침체상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태인컨설팅의 박은희대리는 『여름철비수기에접어들면서 경매안내지의 구독자수가 줄어드는 등 경매경기가 위축되는 모습이 간혹 나타나고 있다』면서 『낙찰가의 경우 지난 연말에 비해 약 4%정도 떨어졌으며 낙찰률도 연말에 약 33%정도였던데비해 지금은 약 27%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매경기는 일반부동산상품과 달라 올 가을이후에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게 박대리의 낙관적인 전망이다.비교적 물건이 큰 성업공사의 공매실적도 부진하다. 지난 5월말까지 1조4백64억원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가 늘어있으나팔린 것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52.9%나 줄어든 3백71억원에 불과했다.한편 부동산시장의 전반적인 약세기조에 대해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그대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솔부동산의 홍사장은 『아파트의 경우 올 하반기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것 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부동산중개업협회 정인석과장도 『부동산상품의 경우 개별성향이강해졌지만 전체적으로 주택·토지시장을 중심으로 한 약보합세가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