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의 거센 바람은 여의도 증권가에서부터 불어닥치고 있다.재경원이 최근 발표한 금융개혁 세부추진안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유가증권 매매수수료가 자율화된다. 현행 수수료 상한선 0.6%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수수료 자율화는 치열한 경쟁을 말하는 것이다.지금까지 담합형식으로 수수료를 챙겨온 증권사들은 비바람 몰아치는 황무지로 내몰리게 됐다.증권업계는 수수료가 자율화될 경우 법인영업과 홈트레이딩부문은0.1%포인트정도의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질을 개선해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법인 국제영업부문의 0.1%포인트 수수료인하를 가정하여 이익감소액을 추정했을 때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은 연간 1천억원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특히 진입규제완화로 설립된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위탁매매업 중개회사들이 오는 99년부터 수수료를 자율화할 경우 증권사별 서비스 내용에 따라 수수료를 차별화하는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형종합증권사와 증권 업무부문별로 특화된 증권사위주의 업무재편이 예상된다. 자회사설립형태로 진출한 투신업의성패여부가 증권사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대우 교보증권등이 공격적으로 수익증권을 판매하고있는 것도 이런 배경때문이다. 또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증권사들은 자연스럽게 퇴출하는등 증권사의 M&A가 활성화될 전망이다.일반투자자들은 제공되는 서비스내용을 유심히 살펴본후 자신들의구미에 맞는 증권사를 골라 주식을 사고팔수 있게 된다.일본 증권사, ‘수수료 자율화되면 절반이상 도태’ 설도사실 수수료 자율화는 세계적 추세이다. 영국 미국 일본등 선진국의 금융빅뱅에서도 개혁의 고통은 증권사의 몫이었다. 86년 영국의금융빅뱅의 핵심은 증권수수료 자율화였다. 수수료 자율화에 따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0개의 대형증권사중 9개의 주인이 바뀌었다.미국에서는 70년대초부터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자율화하여 75년 고정수수료제를 철폐했다. 이는 뉴욕 증권거래소가 2백년간 지켜온가격카르텔을 완전히 포기하는 조치였다. 기관투자가의 거래비중이높아지고 증권시장의 매매 및 정보전달시스템기술의 혁신으로 더이상 가격담합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수수료 자율화는 수익구조의악화를 가져왔다. 기관화진전과 수수료 자율화 등의 자유화조치로위탁과 인수업무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리스크가 큰 자기거래(상품운용)등이 주요 수익원이 됐다. 또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수신금리가 상승해 증권사의 수지는 갈수록 악화됐다. 그러나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았다. 증권사들이 브로커 업무수입을 대신할 수있는 수입원을 찾아 나선 점이다. M&A LBO(기업매수에 필요한 자금조달방법) 투신판매수입 사모주선 자산관리서비스 등의 업무가그것이다. 이러한 업무로 수입원을 다변화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자본시장의 기능을 향상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수수료자율화는 증권사를 브로커영업중심의 중개업에서 고부가가치 정보산업으로 전환시켰다고 볼수 있다.지난해말 금융 증권제도의 대개혁을 선언한 일본의 경우도 위탁수수료 자유화가 빠르면 98년 늦어도 2000년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94년 4월 10억엔이 넘는 대형거래의 위탁수수료가 자유화됐고 최근 5천만엔 이상의 거래시 수수료 협상이 가능하도록했다. 그 이하인 경우에는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매매대금의0.4%를 수수료로 내야한다. 일본 증권사들도 수수료 자유화가 단행된다면 엄청난 판도변화가 올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일본 증권사도 주식위탁수수료에 의존하는 경영을 해왔기때문이다. 그래서 일본내 2백18개의 증권사중 절반이상은 도태될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도 외국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뽀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원증권등 일부 증권사만이 3,4년 전부터 수수료 자유화를 염두에 두고 홈트레이딩 등을 준비해왔을 따름이다. 그래서 증권사사장들은 금융빅뱅시대에 생존철학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