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3호 (1997년 07월 08일)

한국판 '금융빅뱅' 어디로…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9

정부의 중앙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학계 금융계 기업계 종사자들은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중앙은행법 개정은 신중한 논의를 거쳐 다음 정권에서 추진하는게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은행 독립성 약화시킬 것” 70% 선택

재경원과 한국은행간에 극한 대치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한경Business designtimesp=5029>가 금융지식을 갖춘 학계·재계 종사자 1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번 개정안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반면 재경원안이통화신용정책을 독자적으로 펼칠수 있도록 강화됐다는 응답은10%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20%는 예전과 크게 다를게 없다는 입장을보였다. 중앙은행의 독립성문제는 정부와 중앙은행간 연계관계가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적정하게 보장할수 있느냐가 쟁점사항이다.따라서 조사대상자들은 이번 중앙은행개정안으로는 한은 독립성을보장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법개정 일정에 관한 질문항목에서는 응답자의 50%가 충분히 논의한후 다음 정권에서 중앙은행법을 개정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내놓은 반면 13%만이 조속한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무리좋은 제도라도 재경원과 한국은행간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는한 제도변경의 실익을 챙길수 없다는 인식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중앙은행제도 개편문제는 전문적인 영역으로 국민적 합의를 쉽게이끌어 낼수 없는 사항인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와 심의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권치적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예를 보면 지난 82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2년6개월에걸친 전문적 연구를 거치고 다시 비슷한 시간동안 관계기관 조정을거쳐 86년 소위 「빅뱅」에 의한 감독기관통합 등을 추진하는 등신중하게 제도를 변경시켰다.중앙은행의 독립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는 인사다. 정부의 개정안에서는 금통위의장(한국은행 총재)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임명토록 했다. 그러나 한은총재인사와 관련한 질문에서 조사대상자의 44%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추천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무회의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사실상 재경원장관의 입김이작용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번 정부안의 임명절차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6%로 소수에 불과했다.

◆ 영국, 수년간 전문연구 및 조정 통해 ‘빅뱅’

개정안에 따르면 한은의 은행감독기능은 신설되는 금융감독원으로넘어가고 한은은 필요할 경우 금감위에 대해 자료제출, 공동검사,시정조치 및 제재요구권을 갖도록 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한은이최종대부자로서 은행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1%가 시스템을 보완하면 가능할 것으로본다고 응답했다. 그동안 한국은행이 은감원을 통해 은행감독을 하는 과정에서 시시콜콜한 규정과 규정의 임의해석으로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던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일부 은행임원들은 새끼손가락 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는 한은이 손바닥크기의 힘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이인형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금융기관에 대한 법적 규제체계가 은행감독원과 재정경제원으로 이원화돼 있고 실제 검사기관이복수로 존재하고 있는 실정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서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커서 효과적인 뒷수습이 어렵다고 설명했다.물론 과거처럼 감독행정이 정부주도의 금융정책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돼서는 곤란하다.

이에 반해 한은으로부터 감독권을 빼앗을 경우 은행경영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 한은이 최종대부자로서의 역할을 할수없다는 응답비율은 36%였다. 중앙은행으로부터 감독기능을 빼앗는것은 견제의 소산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은행 증권 보험 등 3개로 나누어진 감독기구를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재경원의 개정안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겸업화추세등금융환경변화에 따라 감독업무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68%를 차지한 반면 현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현체제를 유지하되 상시 협의체(Committee)를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26%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의 목표는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확보함으로써 예금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고효율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다. 김동원 수원대교수는감독기관통합이 합의체 독립기관이라고는 하나 행정부를 대표하여정치권과의 국정통합을 담당하는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이 감독기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적합한지 신중하게 논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감독업무의 통합이 불가피” 68% 지지

중앙은행의 외환관리기능을 배제한데 대해서는 조사대상자의 70%가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한은에 외환관리기능을줘야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재경원과 한은이 협의하는 또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16%, 재경원개정안을 찬성하는 의견은14%였다.금통위의장(한국은행총재)이 물가안정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정부가책임을 묻는 계약조건관련 질문에서는 전체응답자의 56%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방안이라고 답했다.통화정책의 실패를 별도로 구분하기 어려운데다 금융정책과 물가관리에 행정개입이 만연해 있는 국내 상황에서는 부적절한 제도라는것이다. 통화관리에 따른 물가상승만을 책임질 수 있도록 전제조건을 달고 시행해야한다는 응답도 40%를 차지했다.국내 금융관행의 문제점을 묻는 항목에서는 전체응답자의 82%가 관치금융관행을 꼽았다. 한보사태로 홍인길의원 등 굵직굵직한 정치인들이 쇠고랑을 차고 구속되는 모습이 눈에 선한 상황에서 관치금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충분한 사업성 검토없이 6조원의자금을 한보에 대준 것도 결국 관치금융에 따른 것이었다. 한국의금융풍토에서 은행장들은 부실대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모른다. 금융기관은 멍들어 갔고 한국경제도 크게 출렁거렸다.

다음으로 책임경영이 어려운 소유구조를 꼽은 응답도 15%였다. 주인이 없으니 정치권력이 대출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소유구조 관련 규제를 풀면 관치금융의 병폐를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있다고 말한다.은행 소유구조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소유상한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의견이 52%로 많았고 소유상한을 지금처럼 둬야 한다는 입장과 금개위안처럼 전제조건을 두고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24%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았던 셈이다.금융산업개편과 관련해서는 금융기관간 업무영역이 허물어지는게바람직한 조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4%로 높게 나타났다.

재경원은 지난 6월 중순 금융개혁위원회가 건의한 1차 금융개혁과제를 토대로 금융기관간 칸막이를 없애고 금리 수수료 등 가격을자유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부추진안을 확정, 발표했었다.이에 따르면 7월부터 증권사와 종합금융사의 업무벽이 대폭 허물어져 증권사는 종금사 고유업무였던 기업어음(CP) 인수 매매를 할수있게 됐고 반대로 종금사는 채권매매 및 주식인수 주간사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끝으로 금융전문가들은 금융빅뱅을 금융기관들의 문제가 아니라고말한다. 금융의 최대수요자인 기업들도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동일계열 여신한도제 결합재무제표의 도입, 효과차입금손비불안정제도 등은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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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