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83호 (1997년 07월 08일)

금리상승 등 자금·증권시장 난기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강한 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여 관계없는약한 자들이 손해보는 것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중앙은행독립과 금융감독기구개편을 놓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행·증권·보험감독원이 벌이고 있는 신경전도 여기에 해당된다.중앙은행 독립이라는 「멍에」를 씌워 은행감독원을 한국은행에서떼어놓으려는 재경원과 감독권이라는 칼을 뺏기지 않으려는 한은의신경전이 날카롭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3개감독원을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할 경우 「자리」와 「대우」에서 불이익을 얻게될 감독기관들도 「백지화」라는 배수진을 치고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다.

◆ 현대 대신증권 등 타입대 끌어다 쓰기도

문제는 이들의 싸움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오름에 따라 부도위협에 시달리고주식투자자들은 주가하락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우선 금리를 보자. 시중실세금리의 대표격인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뛰고 있다. 「한은법파동」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 9일만해도 연11.38%로 연중최저치까지 떨어졌다. 6월2일부터 대기업이 발행한 무보증 전환사채(CB)시장이 개방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은행 투신등이 여유자금을 채권매입에 돌린데 따른 것이다. 이르면 6월중에 10%대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장미빛 낙관론이 대세를 이뤘다. △기업체설비투자위축등에 따른 자금수요감소 △정부의 금리하락의지 △물가안정기조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연말까지 금리하락세는 이어질것이라는게 전망이었다.

그러나 16일 재경원이 「중앙은행독립과 금융감독기구개편」방안을발표한 뒤부터 상황은 1백80도 바뀌었다. 하락행진에 급브레이크가걸리며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6월 상반월 지준마감을 전후해 불안한 기미를 보이던 수익률은 지난 25일 11.9%까지 뛰었다.18~19일에는 일부증권사들이 타입대를 끌어다 쓰는 해프닝도 연출됐다. 현대 대신증권 등이 콜자금으로도 부족자금을 메우지 못해은행에서 하루짜리 긴급자금을 구걸해 겨우 막았다. 타입대란 금융기관들이 일시적으로 자금부족에 빠졌을 때 은행이 높은이자(연17%)를 물리고 빌려주는 자금이다. 금융기관이 타입대를일으켰다는 것은 일반기업이 결제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1차부도에빠지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통상의 경우 있을 수 없는 일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으로 한은법파동이후 나타난 것이다.금융기관간 단기자금 과부족 거래시장인 콜시장에서의 금리도 지난6월9일 10.75%까지 떨어졌으나 25일에는 11.5%로 올랐다.

금리만 올랐다면 그래도 사정은 낫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내야하는 이자부담이 조금 많아진 것만 빼고 달라질 게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금리상승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자금난으로 연결된다. 시중자금은 한정돼 있어 한쪽에서 부족현상으로 조달규모를 늘리면 누군가는 그만큼 자금을 구하지 못한다. 필요자금을 제때에 구하지못하면 자금난에 몰리고 심할 경우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운명에빠지게 된다. 부산의 태화쇼핑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1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데(사실상 부도를 낸데) 이어 기아그룹도자금악화설에 시달려야 했다. 계열사인 아세아자동차가 한때 결제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주거래은행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아자동차 기산 기아정기등 기아그룹 전체로 불똥이 튀었다.

기아그룹의 공식적인 부인과 자구노력방안 발표 등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기아그룹의 자금악화설은 얼어붙은 자금시장을 더욱 냉각시켰다. 진로그룹과 대농그룹의 부도방지협약 대상기업 선정이후나돌다 수면아래로 감춰졌던 「부도기업리스트」가 다시 들먹거려졌다. 부도도미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중견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렸고 멀쩡한 중소기업들은 파편을 맞고쓰러져 갔다.

◆ 증감원 ‘파업 수혜주’ 상승

금리상승과 기업자금난의 종착역은 주가하락이다. 지난 5월13일부터 한달여동안 1백20포인트 정도 상승했던 증시가 긴 조정국면에들어갔다. 증시의 지난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7백98.76까지 오르며 8백선 돌파를 시도할 정도로 활황국면을 유지했다.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1백27엔선에서 1백11엔대까지 떨어지고 회사채수익률이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외국인이 1조6천억원을 투입, 주식을 적극 사들인데 힘입은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회사채수익률이오름세로 방향을 틀면서 주가도 하락으로 선회했다. 지난 18일 (북한의 전쟁위협을 핑계로) 19포인트나 급락한 것을 시작으로23일까지 5일연속 40포인트나 떨어졌다. 24일 별로 의미없는 반짝반등을 기록한 뒤 25일에는 결국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7백50선마저 무너뜨리며 지난 5월30일 이후 25일여만에 7백40대로떨어졌다.

종합주가지수 하락이라는 양적인 문제 뿐만이 아니다. 증시의 질(質)도 악화됐다. 증감원이 감독기구개편 문제로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감원파업수혜주」라는 신조어가 생긴게 그것이다. 태흥피혁 신화 세우포리머 바로크 한주전자중원 삼영무역등 중소형 개별종목들이 「파동」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들 종목은 증감원이 공시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지난 6월로부터 크게 하락했었다. 그러던 것이 증감원 파업으로 조사가 뜸해질 것이라는 루머를 퍼뜨리며 초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증감원 조사로 인해 동반하락했던 일부 중소형주들도 파동이후 상승으로 방향을 튼 뒤 화려한 종목장세를 연출하고있다. 증감원 발표만 믿고 이들 종목을 헐값에 처분했던 투자자들은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다.금융계는 금리상승과 주가하락을 재경원과 한은의 힘겨루기에 따른불똥으로 해석하고 있다. 3개감독원 노조가 파업불사를 내세우며강력대응하고 재경원도 강행으로 맞서는 틈을 타 자금·증권시장의난기류가 발생했다는 점에서다. 이런 지적은 자금·증권시장이 불안정할 때마다 당국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대증요법」을내놨던 통상의 예에 비춰 볼 때 일리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자금시장에 난기류가 흐르고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월말자금수요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이를 재경원과 한은의대립 때문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견강부회』(재경원관계자)라는강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자금경색은 곧 풀릴 것』(한은관계자)이라는 설명도 뒤따르고있다. 다행히 26일부터 자금시장이 다소 안정되며 회사채수익률도일단 하락으로 반전됐다. 주식시장도 하락폭이 줄어들며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다음달초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는 탓이다. 중앙은행독립과 감독기구개편 논의가 본격화될경우 맛보기로 행해졌던 한은과 재경원의 신경전이 실력행사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은은 이를 예고라도 하듯 26일 독자적인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재경원안과 거리가 먼 만큼 진통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은행 증권 보험 종합금융 등 모든 금융기관의울타리를 새로 치는 업무영역도 함께 다루어진다. 은행에 투신상품과 비슷한 MMDA가 허용되고 증권이 회사채 발행과 CP(기업어음)업무를 하게 되는데다 7월에는 4단계금리자유화 시행이 예고돼 있다. 모두가 파급영향이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이다.

금융시장 참여자인 재경원 한은 3개감독기관과 각금융기관이 한목소리를 내도 어느정도의 조정비용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각자의처지에 따라 밥그릇 키우는데만 정신이 팔려있어 파장은 상당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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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