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박사학위를 받으셨다는데 우선 축하드립니다.처음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준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대구지역 사회가 나를 인정해 주는구나 생각하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참 오랫동안 어렵게 살아왔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의사 교수 같이 공부를 많이 해서 학위를 받는 경우는 많지만 기업해서 경영학 박사를 받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대구에서 원로급에 속하는 사람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동국무역의 백욱기회장밖에 없어요. 어쨌거나 대구 인구 26만명일 때 조그만 가게로시작해 인구 2백50만명의 거대도시에서 제일 큰 백화점으로 사업을일군 것을 사회와 대구시민이 인정해 준 것이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사회에서 같이 활동해온 분들과 애용해주신 고객들의 덕택이지요.▶ 대구백화점의 저력은 어떤것 입니까.우리는 지난87년 지방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천억원 돌파의기록을 세우면서 명성을 얻게 되고 92년에는 평당 매출 전국 1위, 단일점포 매출 전국 2위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특히 80년대 초에는 당시 누구도 성공하리라고 생각지 않던 대봉동두부촌 자리의 부지를 매입해 공사 착공 4년 8개월만에 대백프라자를 개점시켜 성공을 거뒀습니다. 본점의 고속성장과 프라자의 개점으로 95년에는 1천대 기업중 매출규모 2백58위, 백화점매출규모 8위, 순익규모 4위를 차지했습니다.▶ 대구백화점을 모기업으로한 대백그룹의 계열사는 모두 몇개입니까.80년대 중반부터 사업다각화에 나서 84년 대백금고, 86년 대백가구, 88년 대백쇼핑, 90년 대백종합건설, 91년 대백기획 대백관광링컨통상을 잇따라 설립해 백화점 건설 금융 등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다음부터는 구회장의 둘째아들인 구정모 대구백화점사장이 말을 받았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고 특히 지방업체들이고전을 겪고 있는데.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넘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투자에따른 것입니다. 뉴코아의 경우가 그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지요. 얼마전에 쓰러진 부산의 태화쇼핑은 자본력이 뛰어난 대기업과 정면으로 대응한데다 신규매장의 입지정책 등에서 실패한데 원인이 있습니다.지방업체는 대형업체와의 정면승부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구의 경우 기존의 양대 백화점이 중요 상권의 포스트를 이미선점한 상태여서 대형업체가 땅이 없어서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할인점은 이미 홈플러스 프라이스클럽 등이 진출하고 있고 앞으로더 많은 업체들이 진출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대구백화점도 이미 할인점 사업을 위해 부지를 확보하고 공사를 진행중에 있는만큼 계속경쟁을 하면서 백화점은 차별화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는 할인점과의 경쟁에 대해서….우리나라의 백화점은 재래시장의 기능도 상당히 해왔습니다. 원래백화점에서 취급하지 않을 품목도 재래시장이 워낙 낙후되다 보니같이 취급을 해온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 할인점이 출현했으니 이부분은 할인점에 떼어주고 이제는 고급화로 나가야 합니다. 식품분야를 예로 들면 같은 과일이라도 고급과일 고품질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바나나를 예로 들면 지금은 덜 익은것을 배로 운반하면서 숙성시키지만 앞으로는 자연숙성후 비행기로공수하더라도 고급품을 팔아야한다는 말입니다.한마디로 할인점과 맞붙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프라이스클럽이나까르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가장 값싼상품을 개발해 파는 상황에서 백화점과는 가격면에서 경쟁이 되지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백화점이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소비자는 자신을 알아주고 대우해 주는 곳에서 쇼핑하기를 원합니다. 이같은 서비스는 백화점만이 제공할 수가 있습니다. 백화점은 이미지라는 무형의 상품을 팔아야하고 그러기 위해판매원도 자신의 이미지를 상품으로 팔아야 합니다.▶ 향후 계획은.백화점과 할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백화점의 성장전략과 할인점의 출점전략이지요. 간단히 소개하면우리기업의 성장 모태인 대구백화점과 대백프라자, 현재 건설중인대백 상인점을 기본구도로 지역상권을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그리고 5부심권 진출및 서남상권 선점을 위해 시지지역에 지난4월착공한 할인점인 D마트를 시발로 전국시장의 5%를 장악하기 위한다점포화 전략을 실행해 나갈 계획입니다.구미 포항 등 경북지역에도 백화점을 추가로 개점하고 할인점의 경우 서울 중계 구미 김천 안동 영주 등에 진출해 오는 2000년까지백화점 6곳과 할인점 5개 점포를 운영하여 지역시장 점유율 40%,전국의 5% 시장 장악을 목표하고 있습니다.특히 상권이 변하고 있는 동성로의 본점은 패션전문백화점으로 새단장하였고 프라자점의 경우는 단계별로 고급백화점 명품백화점을지향해 차별화할 계획입니다. (다음부터 다시 구회장이 대답했다)▶ 그동안 역점을 두어온 경영방침이 있다면.능력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친구, 직원, 사원들을 만나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혼자서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리고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은 꼭 회사에필요한 점도 있지만 지역사회와 국가의 어느 분야에나 공헌할 수있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측면에서도 계속 투자해야 합니다.미래지향적인 사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래할 변화된 환경을예측해 69년 지방백화점 최초로 정찰제를 도입하고 79년에는 신용카드제를 도입한 것이나 동성로와 대봉동에 건물을 지어 중심상권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를 한 것도 이같은 동일선상에서 봐야 합니다.또 영업은 현장 체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그동안 체험으로터득한 사실을 모든 직원들에게 전달시키고 이것을 고유의 사풍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신입사원까지 직접 지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특별히 가지고 있는 신조가 있다면.사람들이 보통 신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굳이 말한다면 첫째 모든 사람은 신용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백화점사업은 많은 사람과 거래하는 것이므로 특히 신용이 있어야합니다.저는 후배들에게 신용을 모토로 모든 것을 열심히 하면 무엇을 하든지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또 백화점은 항상즐겁고 깨끗한 분위기가 흘러넘쳐야 합니다. 따라서 그런 분위기조성의 주체인 직원들에 대한 교육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특히 신입사원들에게는 인사를 잘하라는 것을 가장 강조합니다. 학생시절과는 달리 회사에는 계층이 많고 나이먹은 사람 선배 동료 후배등이 모여 있는데 언제나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 인기가 있어요. 인사를 해도 명랑한 모습으로 하고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경제계의 원로로서 진단과처방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소위 거품경제의 붕괴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는 노태우정권때 시작된 주택건설 2백만호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큰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이나 다른 모든 것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준비없이 갑자기 하려니사람 일손이 부족하고 기술자를 구하려 해도 없으니 결국 임금이일당 3만원에서 5만원 10만원으로 폭등하고 이것이 거품이 되어 소비가 증가하고 그러다보니 농촌에까지 일손이 모자라 품값이 올라갔어요. 일꾼 중참도 막걸리가 아니고 소주나 맥주를 주어야 하는사태가 발생했어요.또 조금 험한 일이면 누구라도 내가 이런 일을 왜 하느냐며 기피해3D업종은 결국 외국인근로자들을 들여와서 일을 시켜야 했지요.일요일은 대부분 일을 안하고 너도 나도 해외로 나가서 돈을 썼어요. 그러다보니 그동안 열심히 해서 번 것들을 다 까먹은 셈이지요. 앞으로는 이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정말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난국을 뛰어넘는데는 기업을 하는 경영인들의 자세가 무엇보다도중요합니다. 불황기에 무리한 사업확장보다는 내실위주의 경영활동과 차입경영을 지양하고 재무구조를 건실히 다져감과 동시에 전문업종에 대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