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우리나라의 접근은 항상 조심스럽다.마치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건너는 식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우리와는 「특별한 관계」에 놓여 있어서다. 이로인한 문화적 내부 저항감은 사실 깊고도 넓다.문화는 고급문화, 대중문화 구분을 떠나 국경없이 넘나드는 것이보편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유독 일본 대중문화만은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인 추세에서 벗어나 특수취급을 받아왔다. 문화적 저항감이 다른 어느 나라 문화보다 「깊고 넓은 것」이 항상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문화적 저항감외에 국내문화산업보호라는 명분도 일본대중문화를특수취급한 요인이다. 영화 만화 게임 등 우리나라 대중문화산업은사실 일본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 개방할 경우 국내문화산업이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일본대중문화의 한국상륙을더디게 한 셈이다. 그래서 일본 대중문화개방은 한·일 정상회담이나 정부당국간에 논의될 때마다 항상 「분위기가 성숙될때까지…」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 단서가 「국민의 정부」들어 떨어져 나갔다. 김대중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 일본 대중문화 한국개방 약속을 한 것을 계기로 문화관광부가 10월 중순 구체적인 일정표를 내놓았다. 특수취급받던 일본 대중문화가 「보편적인 추세」 속에 포함된 것이다.막상 개방은 하지만 그 폭과 시기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다. 문화적 저항감과 국내산업보호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음반 대중문화공연 영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출판만화 방송 등 8개 개방대상분야중 이번에 개방이 확정된 분야는 영화 비디오 출판만화 등 3개분야.개방이 확정된 분야 또한 수위가 많이 조절됐다. 영화는 4대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작품, 한일공동제작 영화, 한국영화에 일본배우가 출연한 작품으로제한됐다.비디오분야는 개방 허용된 영화의 비디오에 국한시켰다. 만화는 지금까지 번역을 해야만 수입이 가능했으나 일본어로 된 것도 즉시수입, 판매가 가능토록 했다. 65년 한일국교정상화이후 굳게 닫혔던 문화개방 빗장이 열린 셈이다.영화 등 3개분야가 개방된 뒤 국민들의 관심은 나머지 분야는 언제,어느 정도 폭으로 개방이 이뤄질에 쏠려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스케줄은 정해지지 않았다. 조만간 신설될 「한-일문화교류공동협의회」의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추가개방 일정표라면 일정표라 할수 있다. 이 협의회는 한일양국의 문화 학술계 인사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아직 인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볼 때 게임 등 나머지 분야에 대한 개방은 아직 기약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개방을 하면서 정한몇가지 원칙을 들여다 보면 어느 분야가 어느 시점에 가면 개방될지 유추가 가능하다.현재 정부가 정한 원칙은 국내 문화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고건전성이 있는 분야부터 추가적으로 개방해 나간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원칙과 함께 2002년에 한일양국에서 월드컵축구대회가 공동개최된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따라 나머지 분야에 대한 개방은 파급 효과가 적은 것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 뒤2002년 월드컵축구공동개최라는 대이벤트를 통해 완전히 빗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화이어 애니메이션 뒤따를듯아직 개방이 안된 분야중에서 가장 먼저 한국상륙이 예상되는 것은순수영화. 영화분야는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만이 이번에 개방되고순수영화는 보류됐다. 그러나 일본 순수영화가 개방되더라도 국내영화산업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시장잠식 또한 할리우드영화쪽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전문가들은개방이 보류된 일본대중문화중에서 순수영화가 가장 먼저 현해탄을건널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점은 빠르면 99년 상반기, 늦으면 99년말쯤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그 다음으로는 애니메이션 개방이 점쳐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극장상영용과 TV방송용으로 나눠지는데 극장용은 국내에서 제작, 상영된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시장자체가 미미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 개방한다해도 국내업계에 미치는 손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방송분야는 월드컵축구대회가 개최되는 2002년에나 개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방송분야의 경우 현재 경쟁력이가장 낙후돼 있는데다 법(통합방송법) 또한 정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일본 대중문화가 공중파TV를 통해 안방에 전달될경우 예상되는 충격 또한 커 가장 늦게 개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보고 있다.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 대중문화는 즉시개방, 추후개방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에 물밀 듯이 들어올 것이라며 개방자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상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역발상을 가져야 할때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