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방업계를 대표하는 일신방직은 여러 모로 연구대상이다. 먼저 이 회사는 부채비율이 50%에 지나지 않는다. 내로라하는 재벌기업들이 3백~4백%를 오르내리는 것과 비교할 때 재무구조가 얼마나탄탄한지 짐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드물게 전산화도 완벽하게되어 있다. 다른 기업에 앞서 전산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여기에다 생산현장의 자동화 시설도 선진 외국업체에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첨단을 자랑한다.올해로 17년째 일신방직을 이끌고 있는 김영호 사장(54)은 이렇듯앞서 나가는 회사의 수장답게 합리적 사고방식을 지닌 경영인으로꼽힌다.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주저없이 「경제적 마인드를 갖고합리적으로 경영한다」로 삼고 있다고 말하는 김사장은 절대 무리하지 않으면서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데 역점을 둔다.일신방직이 IMF체제 아래에서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도 평소의 이런 합리적인 경영과 무관치 않다. 김사장은 그동안 꾸준히자동화를 추진하는 등 생산원가 절감과 1인당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왔다. 그런 한편으로 품질개선에 힘을 쏟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김사장은 지난해 수출에 회사의 모든 힘을 집중했다. 내수시장이급격히 무너지면서 더 이상 우물안 개구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수출 중심의 경영을 펼쳤다. 일신이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75%로 늘린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김사장은 올 한해 역시 수출에 많은 비중을 두고 특히 중국시장에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그렇다고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달러 가치 상승으로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업종의 특성상 원료를 수입에의존해야 하는 까닭이다. 또 거래선의 부도사태는 회사에 적잖은경제적 손실을 끼쳤다. 다행히 회사의 재무구조가 튼튼한데다 98년연초부터 현금흐름(Cash Flow)에 각별히 신경을 쓴 덕에 경영상 큰타격을 받지는 않았다.21세기를 목전에 둔 요즘 김사장의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정치인 등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겉으로는 섬유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까닭이다. 『섬유산업의 경우 수출과 고용에 크게 기여하고 부가가치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정부 정책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섬유는 분명히 말해 우리 경제를살리는데 없어서는 안될 분야입니다. 효자산업을 제대로 알아보지못하니 안타까울 뿐이지요.』김사장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지난 71년 미국 프래트인스티튜트 건축대학을 졸업, 귀국과 함께 회사업무를 배우면서 선친으로부터 자질을 인정받았다. 김사장이 평소 예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여의도 회사 사옥이 「여의도 갤러리」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조경미를 과시하는 것도 그의 이런 이력과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