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스는 서기전 5세기 당시로는 세계 최대의 교역센터였다. 항구도시이며 일찍이 인류의 문명이 발달한 소아시아 지역으로 연결되는 관문이기도 했다. 소아시아 지역은 우리가 익히 잘 알듯이 인류 최초의 농업문명이 탄생한 곳이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을 끼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원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인류사의 한 중심선에 에페스가 서 있다.에페스는 무역도시였다. 지중해를 끼고 수도 없는 동서의 물자들이 교환되었을 것이다. 상인들은 출발지에서 발급받은 입항면장을 들고 범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이 항구로 미끄러져 들어왔을 것이고 서로 다른 민족과 인종들이 온갖 종류의 상품을 내렸을 것이다. 도시는 놀랍게도 완벽한 구색을 갖추고 있다.항구로부터 시내로 연결되는,오늘날 기준으로 따져 4차선은 될법한 도로를 따라 무수한 화물과 사람들이 오갔을 것이다. 도로는 힌색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다. 로마의 포장도로는 여기에 비기면 한적한 촌락에 난 소로일 뿐이다. 시내 입구에 도착하면 세관이 있고 여기서 검역과 신원확인 절차를 거친다. 짐을 부리고 땀에 전 옷을 벗은 다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은 증기탕이다. 지금도 증기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증기탕은 오늘로 말하면 병원이다. 여기서 땀을 씻고 모국으로부터 실어온 나쁜 병이 없다는 것을 검증받은 후에 시내 출입이 허용된다. 놀라운 시스템이다.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문화기행이라기 보다는 성풍속이다. 지난회에 대로의 바닥 대리석에 새겨진 거친 솜씨의 그림에 대해 말한 바 있는데 이는 과연 무엇인가.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다름 아닌 인류 최초의 광고판이다. 무엇을 광고했을까. 역시 여자광고다.누구든 그림의 발에 자신의 발을 맞추어보고 그보다 큰 발이라야 색주가 출입을 허용한다. 여인은 유방을 드러냈고 머리카락은 막 미장원을 다녀왔는지 화사하게 틀어올려져 있다. 금속편으로 보이는 장식머리핀이 온 머리를 휘감고 있다. 얼른 보기에도 풍만하기 그지 없다. 결국 이 그림은 즐기고 싶으면 우리집에 오시오 하는 광고판이다. 사람들이 왕래하는 대로 한복판에 새겨진 광고판 치고는 매우 노골적이다. 그러니 광고와 섹스는 그때부터도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였던 모양이다.그림 아랫부분에 새겨진 광고문안이 백미다. 그리스 문자로 새겨진 이 문장은 『노 머니 노 허니(no money no honey)』 다. 「돈이 있어야 꿀맛도 볼 수 있다」. 그러니 애들이나 돈 없는 사람은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제나 이제나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치는 것이 옳다는 얘기.